한때 미 국방부에서 일했던 관계자가 이라크 전쟁을 도발했던 미 중앙정보국(CIA)과 콜린 파월 전 미 합참의장을 비롯해 옛 동료들의 비판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10일 소개했다.
2005년까지 국방차관으로 일하다 현재 조지타운 대학의 교단에 선 더글러스 페이스는 이라크전쟁을 기획하는 데 깊이 관여했었지만 다음달에 출판될 저서 '전쟁과 결정(War and Decision)'에서 그는 국방부 외부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공격과 점령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02년 12월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선언했던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문장이 이 책의 서문을 장식하고 있다. 유엔의 한스 브릭스가 이끌었던 이라크 핵무기 사찰단이 사담 후세인의 무기소지 가능성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 몇 주 전에 선포한 말이었다.
비록 침략을 둘러싼 정보부와 정책 및 작전계획에서는 "심각한 에러"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페이스는 아무리 최고의 계획안이라 할지라도 전쟁 시에는 모든 문제점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국방부 외부 기관들을 힐난했다. 또 침략 자체는 옳은 결정이었지만 이라크 정부에 대한 확고하고도 안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여전히 불완전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는 특히 파월이 평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정작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파월이 유엔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하고 터키의 영토 사용을 허가받지 못한 것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약 파월이 후세인을 타도하는데 이의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했다면 대통령을 설득하거나 사임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거라고 말했다.
폴 브리머 이라크 미군정 최고행정관에 대해서는 그가 이라크에 좋은 것보다는 해를 훨씬 더 많이 끼쳤다고 혹평했고 아프간 전쟁 총사령관이었던 토미 프랭크 중부사령관에 대해서는 전쟁 후에 대한 아무런 청사진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반면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전쟁을 가장 잘 다루는 '건축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페이스는 전쟁 발발 전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 정권과의 관계를 사전조사하는 과정에 대해 국방부 감찰관으로부터 지난해 조사를 받았고 "부적절"하지만 불법은 아니었다고 판명됐다.
이라크에서 무엇이 잘못돼가고 있는지를 지적하는 이 책에서 페이스는 후세인이 생화학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정보부의 보고서에 너무 의지를 많이 했던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며 이는 보고서가 틀렸다고 판명됐기 때문뿐만 아니라 보고서의 기밀이 후세인이 가하는 위협에 아무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900페이지의 이 책은 하퍼콜린스 출판사에서 다음달 출판될 예정이다.
추인영기자 iinyou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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