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오렌지] 사과 때문에 세상이 뒤집혔다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 1895~1900 사과는 무슨 빌어먹을 놈의 사과인지, 미칠 노릇이었다. 목이 또 저려온다. 손등은 또 간지럽다. 다리를 계속 꼬고 있자니 쥐가 난다. 움직이고 싶다. 목을 크게 한 번 돌리고, 손등을 시원하게 긁고, 다리를 쭉 펴고 싶다. 참을 수 없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몸을 돌리려던 그때… "어이, 숨도 크게 쉬지 말라니까? 자세가 또 흐트러졌잖소. 농담이 아니라, 정말 사과처럼 가만히 딱 있으란 말이오!" 아, 정말 울고 싶다. 누군가가 살면서 겪은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순간을 말하겠다. 나보다 먼저 그의 모델로 서봤다는 한 말라깽이는 내게 아주 진한 블랙커피를 선물했다. "가기 전에 이거 꼭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