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과 경영자]
“다시, 레이 크록을 생각한다”
- 프랜차이즈 기업이 새겨야 할 레이 크록의 메시지 -
미국의 작은 햄버거 가게에 불과했던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레이 크록(Ray Kroc)을 단순한 외식사업가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패스트푸드, 외식 프랜차이즈, 창업 그리고 문화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1983년에 레이 크록을 “20세기 미국인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50인” 중 하나로 선정한 <에스콰이어> 지의 기사 중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콜럼버스는 미국을 발견했고, 제퍼슨은 미국을 건국했고, 레이 크록은 미국을 ‘맥도날드화’ 했다. Columbus discovered America, Jefferson invented it, and Ray Kroc Big Mac'd it.”
레이 크록이 햄버거를 통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번창시킨 기업인이라면 그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학습하는 것은 우리나라 외식업계에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레이 크록이 발전시킨 프랜차이즈 제도가 그 어떤 나라 보다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를 통해 보여 주었던 통찰력, 기업가 정신, 음식에 대한 열정, 직업의식 그리고 인재관은 21세기 우리나라 외식인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는 대목들이다.
1984년 1월 14일, 크록은 8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고, 1992년에 레이 크록의 일대기를 기록한 <Grinding It Out>이 나왔다. 그리고 국내에서 번역본으로 <맥도날드 쿠데타>(김민기 옮김, 책과길, 1996)가 출간되었다. 아래에 적은 내용은 <맥도날드 쿠데타>에 나와 있는 내용중에서 외식업계에서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레이 크록의 핵심적인 철학을 간추려 보았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를 창조하지 않았다. 맥도날드의 셀프 서비스와 패스트 푸드 시스템도 창조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맥도날드 형제의 창의적인 고안물인 그 시스템을 빌려와 그것을 프랜차이즈 하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업가였을 뿐이다
레이 크록의 경영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자(莊子)의 내편(內篇) 소요유 제일(逍遙遊 第一)에 나오는 내용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송나라에 손 안 트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대대로 솜을 물에 빠는 일을 가업(家業)으로 삼아 왔다. 어느날 한 나그네가 그 소문을 듣고 약 만드는 방법을 백금을 주고 구입을 하였다. 나그네는 그 약 만드는 법을 가지고 오나라 왕을 찾아가 설득하여 오나라 왕은 그를 장군으로 삼았다. 그해 겨울, 월나라가 오나라를 쳐들어 와서 두 나라는 강에서 싸웠는데 오나라 군사는 손 트지 않는 약을 발랐기 때문에 싸움에서 크게 이길 수가 있었다. 오나라 왕은 그 장군의 공적을 칭찬하며, 땅을 나누어 주었고 그는 한 고을의 영주가 되었다. 손을 트지 않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나 한 쪽은 영주가 되고, 한 쪽은 솜 빠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것은 사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레이 크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맥도날드를 레이 크록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레이 크록은 그 노하우와 시스템을 타인에게 빌려와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과연 맥도날드 형제가 그대로 경영을 하였다면 ‘맥도날드’의 신화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우리 외식업계에서도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작은 식당에서 판매가 되던 메뉴를 개발하여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전개시킨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정작 그 노하우를 판매한 사람은 여전히 소박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노하우를 재창조시킨 또 한사람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해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같은 메뉴라고 하여도 어떻게 재창조(recreation)하는 가에 따라서 가치(value)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메뉴는 단지 음식을 넘어서서 브랜드, 시설, 용기, 스토리를 활용하여 복합문화상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외식업계에서의 신메뉴 개발이란 우리 주변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들을 재개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메뉴를 차별화하여 승부를 걸어야 한다.
“ 내가 품질, 서비스, 청결, 가치를 한번씩 말할 때마다 벽돌 하나씩을 쌓았다면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는 길이가 되었을 것이다 ”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품질, 서비스, 청결과 가치를 강조하면 경쟁에서 이기게 되어 있다”
사업가 레이 크록은 언제나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 한다. 위의 말 역시 레이 크록의 이념을 깔끔하게 잘 나타내주고 있다. 레이 크록이 강조한 것은 품질(quality),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 그리고 가치(value)였다. 식당이 먹을 만한 음식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친절하면서 청결한 점포라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이 크록은 이 네가지 원칙에 대해서 타협(compromise)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오늘날 체인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꼭 참고를 해야 할 사항들이다. 현재 운영중인 비즈니스에 대비를 시켜서 진지한 고민을 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고객들의 레스토랑에 대한 욕구와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Q, S, C, V에 대해서 소홀히 하면 체인점은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맥도날드와 같은 이념을 내걸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 곳이 있다. 바로 한식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주)놀부NBG이다. (주)놀부NBG는 창업 초기부터 “참 맛있습니다”, “매우 친절합니다”, “정말 청결합니다”를 점포운영의 목표로 삼고 직원들의 조회때마다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맥도날드의 경영이념과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이었다.
“만일 우리가 경쟁자를 꺽기 위해 정부를 개입시키는 방범을 써야 한다면 우린 이미 경쟁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 더 효율적인 판매방법, 더 신속한 서비스 그리고 청결한 장소로도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당장 이 사업을 그만 두어라”(가격경쟁으로 맥도날드에 대항하는 경쟁업체에 대해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안에 대해)
레이 크록은 ‘외부의 힘’을 통해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레이 크록이 철저하게 믿었던 것은 레스토랑 경영의 노하우였고, 그 핵심은 효율적인 판매방법, 신속한 서비스 그리고 청결한 식당이라고 했다. 그 동안 국내에서 외식업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정책당국에서 이런 저런 지원책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책도 외식업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될 때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교한 지원책이 준비된다고 하더라도 의미를 가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패티에 구멍을 만들어 재료를 부풀리는 것과 같이 손님들을 속이기 보다 충실하게 속을 채워 주는 것이 더 빠른 성공의 비경이다”
정직한 사업가의 철학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일시적인 방법으로 잔꾀를 부리면서 외식업을 운영해 나갈 수 없다. 햄버거 패티에 공간을 만들어서 원가를 줄일 수 있을는지 모른다. 언뜻 보아서 표시가 나지 않는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정확히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해서 인지를 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제빵 장인 에릭 케제르도 비슷한 말을 하였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는 빵을 만드는 것이 철학"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식업을 농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직해야 하고 속일 수 없는 장사이고 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진실하고 정확하다. 고객을 신이라고 하지 않는가. 고객을 속이는 것은 마치 신을 속이려 하는 것과 같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맥도날드 레스토랑은 미국식 소규모 경영의 전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부부가 한 팀이 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개의 머리는 하나보다 낫게 마련이다”
외식 체인점 운영에서 ‘부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부부가 공동으로 운영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국내 외식업실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체인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부공동 운영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즉, 부부가 역할을 분담하여 전업의 개념으로 장사를 할 때, 최상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부업의 개념으로 장사를 시작하였을 때 성과가 낮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장사에 대한 절박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운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서 성공하려면 결단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특별한 재능이나 지적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다. 상식을 갖추고 원리원칙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탁월한 영업능력을 가지고 현장을 보는 시각이 남다른 레이 크록이 외식업에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결국, 외식업은 높은 학력과 배경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고, 상식을 갖추고 원리원칙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하였다.
언뜻 보아서는 별다른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뜻은 아니다. ‘상식’과 ‘원리원칙’은 생각보다 간단한 개념은 아니다. 상식과 원리원칙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힘이며, 지속적인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가의 요건이다. 21세기 외식경영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학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외식업을 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야 아이디어도 생기고 몰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고 기다리는 ‘우직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실례로 외식업으로 크게 성공한 경영인 한 사람은 “개업한 후 3개월 동안은 손익산출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 오픈 초기에는 원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그러한 영업결과를 확인한 경영주는 원가(cost)에 대해서 제한적인 사고를 가지면서 고객에게 제공되어야 할 가치(value)가 충분하게 전달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체인점이 돈을 버는 것 보다 본사에서 돈을 버는 것에만 신경을 썼읍니다. 그러나 레이 크록은 완전히 반대였죠. 그는 프랜차이즈가 성공을 하면 본사는 저절로 성공을 한다는 믿음하에 체인점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구루(guru)는 프랜차이지가 성공을 하면 본사는 저절로 성공을 한다고 분명하게 이야기 하였다. 따라서 체인본부는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해야 한다. 체인점이 번성하면 연쇄적으로 선순환이 이어진다.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이 뒤따르고 본사의 매출이 증가하며 본부는 개선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또 체인점의 성공을 목격한 창업 희망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가맹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바람직한 경영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어느 프랜차이즈 사업가는 “체인점을 확장하지 마라. 작은 푼돈을 벌기 위해 무분별한 체인점을 확대하는 것은 본사의 명을 재촉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가맹점 개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의 운영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경쟁력이 있는 노하우가 없이 체인점을 개설하는 일에만 급급하고 사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본사들이 적지 않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의 영속성(permanency)을 염두해 두지 않은 단견이고 다른 브랜드까지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금전등록기에 들어오는 현금만이 곧 수입은 아니다. 고객의 얼굴에 나타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도 수입이다. 만족한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고 십중팔구 친구나 친지를 데려 오게 되어 있다.”
미래의 고객을 읽는 레이 크록의 인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레스토랑 비즈니스에서 “진정한 수입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짧고도 명쾌한 답을 내렸다. 진정한 수입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에서 출발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만족하기만 하면 나머지 마케팅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고객을 잘 대우하라. 그러면 고객이 회사를 위해 무료로 마케팅을 해 줄 것이다.”라는 말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들이다.
레스토랑에서 만족한 고객은 만족으로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다. 추가적인 이익으로 다가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스토랑의 높은 매출이 무조건 이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꼈다면 진정한 만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매출은, 과다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 흐르듯이 서비스가 진행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레이 크록이 이야기한 ‘고객의 얼굴에 나타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는 만족한 고객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실무에서 보면 만족한 고객들은 몇가지의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식당의 메뉴와 역사 그리고 운영원칙 등에 대해서 관심을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기 위해 비치된 홍보자료나 명함을 여러장 챙기는 경우도 있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위해 점포내부 곳곳을 촬영하기도 한다. 식사를 통해 만족했고 다시 방문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보아도 좋다.
“내가 바라는 건 좋은 제품밖엔 없다. 나는 선물은 사절한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맥도날드 체인점주들에게 가격인하를 해 달라”
레이 크록이 원하는 것은 체인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프랜차이저의 의무이자 체인점 장악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체인점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공급단가를 유지해야만 한다. 기업의 구매 노하우가 필요하고 건전한 바잉파워(buying power)를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협상의 대상이 되어야 할 거래업체에서 이런 저런 명목으로 선물을 받게 되면, 본사의 협상력이 약해지면서 공급단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체인점의 수익으로 연결이 된다. 거래업자들의 ‘선물’은 결국은 회사의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레이 크록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 그리고 철저한 윤리경영이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맥도날드의 납품업자들은 우리와 함께 성장했다... 맥도날드에 빵을 공급하게 된 많은 제빵업자들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던 셈이었다... 나는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계약을 맺었다
맥도날드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하고 튼튼한 협력업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레이 크록은 거래처를 동반자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동반자란 같이 상생(相生)하며 살아 나가는 관계를 말한다. 상거래는 장기적인 것이고 신용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일방적인 이익을 취하면 상거래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거래처 상대방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정책과 철학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내가 본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는 안락의자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회장은 상징적인 역할만을 하지만 나는 아니다. 신상품 개발과 부동산 취득에 관해서는 내가 책임자가 된다.”
레이 크록은 책상 앞에 앉아서 상징적인 경영자로 살기를 원치 않았다. 현장을 확인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동적인 경영자의 모습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신상품 개발’과 ‘부동산 취득’에 대한 집착에서는 고집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의 포기할 수 없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레이 크록의 운영방식은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이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현장경영의 방식으로 제안한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를 말한다. 외식기업의 규모가 커가고 점포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각 파트의 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운영을 하는 것은 맞지만, 최고 경영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품질과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방식은 본부와 점포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가 있고 조직의 방침이 전 점포로 자연스럽게 전파되어서 장기적으로는 현장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열기를 참을 수 없으면 주방에서 나가라’고 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직 나는 주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 맥도날드를 위해 실행으로 옮겨야 할 계획들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로서 음식의 품질에 대해서 끝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겠다는 의지이다. 한편으로는 외식업은 ‘뜨거운 열기’와 함께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음식에 대한 레이 크록의 열정이 보여진다. 과연 우리나라 외식업체 경영자들 중에서 레이 크록과 같은 직업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경영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하다. 조리를 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레이 크록은 회장이면서도 ‘주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고 하였는데, 조리사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주방을 연구실 삼아 음식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조리사들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주방의 일은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식 세계화라고 연일 이야기 하면서도 한식 ‘스타 쉐프’ 한 사람이 그리운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려고 하는 대학생들도 막상 주방에서 땀 흘리며 힘들게 일 하는게 싫어서 컴퓨터 앞에서 근무하는 일자리를 찾는다. ‘열기를 참을 수 없으면 주방에서 나가라’고 레이 크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떤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고용했으면 옆으로 비켜서서 그 사람이 소신껏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사람의 능력을 믿지 못하면 처음부터 고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
레이 크록은 뛰어난 여러 사람의 인재들을 발굴했다. 그리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성공적인 사업을 이끈 용병술의 달인이기도 하다. "의심나면 뽑지말고, 뽑고나면 의심하지 말라"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고용한 사람은 소신껏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현장의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이 본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도 업무상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탁월한 용병술은 맥도날드 경영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서 준 마르티노 같이 장부관리에 전혀 경험이 없었던 사원을 과감하게 고용을 하여 20년 후에 맥도날드의 경리책임자이자 여성 경영인으로 성장시켰다. 또 프레드 터너 같은 청년을 고용하여 훗날 사장을 만들었다.
곳곳에서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국내 외식업체의 경영자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인재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인재를 발견해 내지 못하는 것인가’ 혹시 ‘찾아온 인재를 놓치지는 않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부분 오너 체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 국내 외식업체에서는 종종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과를 거두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경쟁업체들이 내 계획을 훔쳐가고 내 방식을 모방하려 해도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들이 결코 내 마음 속까지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레이 크록의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1955-1977까지 맥도날드를 이끌면서 현장에서 다져진 자신의 암묵지(暗默知)는 누가 훔쳐 갈 수도 없고 전수하기도 용이하지 않은 노하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흔히 기업들은 경쟁사의 핵심적인 기술을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을 시도한다. 특히 외식업체에서는 신메뉴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에 소재한 식당들을 방문하여 핵심 노하우를 분석한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운영해 오면서 다져진 식당의 노하우를 단기간 내에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표면으로 드러나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그 동안 대기업에서 노하우를 정확하게 체득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품질의 식당을 오픈했다가 아무런 대책이 없이 철수한 경우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경쟁사의 ‘마음속’에 있는 노하우까지 가져 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경영 구루인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 의 프라할라드 교수는 성공하는 기업은 내부에 경쟁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고유의 경쟁력, 즉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갖고 있으며 이는 마치 인간의 유전자처럼 기업에 내재돼 있다고 하였다. 그는 기업의 핵심역량은 물질적 경쟁우위보다는 무형의 자산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하였다. 즉, 창의적 조직 문화와 브랜드, 독창적인 마케팅 역량, 기술 등과 같은 무형의 요소야 말로 외부적 모방이 어려운 핵심역량을 창조하는 큰 힘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내가 52세가 되어서야 맥도날드 사업에 뛰어 들었고 단기간 내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그래서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갑자기 성공해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의 30년은 기나긴 밤의 연속이었다”
고교 중퇴 후 피아노 연주자로 클럽에서 연주를 하다 종이컵 영업을 하게 된 레이 크록은, 25년 동안 그의 고객이었던 음식점들을 방문하면서 외식 비즈니스에 대한 감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그는 멀티 믹서기를 판매하기 위해서 수많은 주방을 드나들며 영업을 하였다. 스스로 주방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많은 식당을 다니면서 일을 하였기 때문에 어떤 식당에 손님이 몰리고 어떤 식당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 직관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1954년 그가 처음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 가게를 보았을 때 떠올랐던 인사이트는 짧은 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경륜’이란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듯이 보여진다. 레이 크록은 수많은 땀과 실패 혹은 시련이 쌓이고 쌓이면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의 기업가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맥도날드뿐만 은 아닌 듯 하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기업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창업을 하기 이전까지 수많은 과정이 존재하였다. 최근에 외식업에서 성공하는 경영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뜻밖의 성공을 하는 경우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부터 천천히 경험을 쌓으면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누가 돈을 버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매력을 못 느낍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존경합니다. 그 점이야말로 내가 가장 귀중하게 생각하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레이 크록의 지론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외식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외식업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외식업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이 일이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미래를 대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 크록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있는 사람들을 ‘존경’한다고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자산’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래서 돈을 버는 일에만 급급하면 고객에 대한 진정한 배려를 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인재라고 할 수가 없다. 돈은 벌 수 있는 여건이 마련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기반으로 한 신뢰를 얻으면 돈은 자동적으로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성공이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노력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Success is not an entitlement. We've got to earn it every day.) 식당을 통해 돈을 버는 일에 무리수를 두는 사람에게는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묘미가 느껴지는 경영철학이나 의미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인재도 몰리지 않는다.
그 동안 외식업계에서는 과도하게 원가를 줄이려 하고 영업이익에만 집착하는 업체들이 여럿이 있었다. 당연히 거래업체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기업들 중에서 장기적으로 성장을 한 곳이 없다.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투자를 하고 제품개발에 힘쓰고 주변의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진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였다.
맥도날드에 대한 나의 믿음은 가히 종교적이다. 나는 신과 가정과 맥도날드를 믿는다. 그나마도 회사에서는 그 순서가 역전된다. 100m 경주를 하면서 달리는 동안 신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나의 레이스는 맥도날드이다.
레이 크록의 업(業)에 대한 집념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외식업을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방법에 대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외식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종업원이라면, 역시 성공의 길이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가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삶의 질과 가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21세기를 미리 내다 본 것일까?
“푸르기만 하면 성장한다. 그리고 익자마자 썩기 시작한다.” As long as you’re green, you’re growing. As soon as you’re ripe, you start to rot.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참신한 사고임을 일깨우고 있다. 생각이 정체되면 성장도 정체되고, 급기야는 부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레이 크록이 특별히 어떤 현상을 두고 이야기를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식당으로 좀 성공하였다고 해서 방만하게 살아가는 경영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 만은 분명하다.
스스로 성공했다라고 자만하는 사람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렇다면 결국 외식업을 운영해서 성공이라는 단계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직 치열하게 사는 오늘이 중요한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고객들이 만족한 채 점포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 외식인의 소명인지도 모르겠다.
레이 크록의 성공의 요인으로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로 그의 개방성을 들 수 있다. 레이 크록 자신이 비밀이 없는 사람인데다가 상대방이 민망스러울정도로 그의 사생활과 은행잔고를 샅샅히 공개 하였다. 집은 얼마를 주고 샀으며, 일년에 얼마를 버는지, 빚이 얼마인지... 이러한 그의 성격은 고스란히 사업에 반영되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열린 사고와 함께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찾고 혁신적인 경향을 나타낸다. 개방성이 높은 경영자들은 솔직한 성향이 있어서 경영자 자신의 개인적인 활동은 물론 점포와 관련 된, 매출원가, 거래처 등에 대해서 즐겨 이야기를 한다. 또 회사의 각종 시설이나 생산공장을 외부에 공개하면서 의견을 듣는다. 기업의 역사가 당당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숨기거나 가공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3M의 CEO를 역임한 제임스 맥너니 보잉 CEO는 "혁신은 지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 문화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든 공유하는 개방된 조직 문화를 만들면 회사 내에 아이디어가 빠르게 흐르고 이는 혁신으로 이어진다"며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식경영, 윤리경영, 사회적 기업 등도 기본적으로 조직내 정보의 공유와 솔직한 조직문화에서 시작이 된다. 소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숨기거나 독점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고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또 개방성이 높은 경영자는 기업을 언론에 자주 소개를 하거나 전시회, 세미나 등에 자주 참여를 하여 정보를 교류한다.
한마디로 고객들 그리고 주변의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둔다. 뿐만 아니라 개방성이 높은 경영자는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고객들과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기업일수록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고 조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는 높아진다. 반대로 경영자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정보가 차단되고 미지의 영역이 넓으면, 커뮤니케이션의 장애가 생기고 구성원들의 자부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외식이라는 이름으로 빛나고 싶니 블로그에서 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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