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사람차이

‘생각, 빠르고 느림’ 전문가들이 ‘무의식적인 패턴 인식’을 끊임없이 연마해야만 빠르면서도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modest-i 2016. 2. 24. 12:32

폭발 직전 현장 빠져나온 소방대장
그의 무의식적 결단은 어디서 올까

미국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 명예교수로 재직하는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심리학자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2002년 이 상을 받았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행동경제학 이론의 요지다. 떨어지는 주식을 보면 파는 것이 합리적인데 오히려 더 사들여 물타기를 하는 주식투자자의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그가 ‘생각, 빠르고 느림(Thinking, Fast and slow)’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내놓았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면서 흥미진진한 사례를 들어 인간의 사고 과정을 짚어간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사고 프로세스는 두 개의 다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무의식적 직관에 의존하는 빠른 사고(시스템1)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근거와 자료를 찾은 뒤 결론을 이끌어내는 연역적 느린 사고(시스템2)가 있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은 느린 사고에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물론 비이성적인 사고를 싫어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비이성적인 빠른 사고(시스템1)가 오히려 제대로 된 행동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예로 든 것이 소방대장의 결정이다. 대부분의 소방대장들은 집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대부분 정확하게 팀원들을 이끌고 화재 현장을 빠져나온다. “어떤 근거와 논리로 그런 결정을 내렸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의사 등 전문가 대부분이 이렇게 빠른 사고의 결정을 내린다. 

비이성적인 빠른 사고가 많은 실수와 잘못된 결정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던 그에게 이런 현상은 하나의 딜레마였다. 카너먼 교수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이들 전문가와 오랜 시간 토론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오랫동안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전문가들이 ‘무의식적인 패턴 인식’을 끊임없이 연마해야만 빠르면서도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의 빠르면서도 옳은 결정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은 민주적인 절차와 시장 경제가 얽혀 있다보니 매우 복잡하고 돌발적인 상황이 많아 ‘빠른 사고’가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많은 정책 결정권자가 정책 예측 능력을 과도하게 자신하는 바람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카너먼 교수는 과도한 자신감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자인 게리 클라인이 발전시킨 훈련방법을 추천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것이 1년 후에 최악의 결정이 될 것으로 가정하고 왜, 그리고 어디서 이 결정이 잘못되었는지를 미리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카너먼 교수는 과도한 자신감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자인 게리 클라인이 발전시킨 훈련방법을 추천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것이 1년 후에 최악의 결정이 될 것으로 가정하고 왜, 그리고 어디서 이 결정이 잘못되었는지를 미리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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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You Tube 동영상…생각, 빠르고 느림

이스라엘 출신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2002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는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경제할동 주체로서의 인간을 분석했다.

카너먼 교수는 강연의 시작과 함께 그의 책 '생각, 빠르고 느림(Thinking, Fast and Slow)'의 주 내용인

 '두 가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그가 '시스템 1'이라 부르는 첫 번째 방식은 매우 빠르고 직관적이다.

화난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보았을 때 별다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그림 속의 사람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두 번째 생각하는 방식은 '시스템 2'라 불리며 더 느리고 의도적인 생각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기억을 되짚어 학교에서 배웠던 수업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전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단계별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는 이 두 가지의 방식이 우리들의 행동에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놀라운 예시를 들며 설명한다.


첫 번째 사례로 가게 주인이 손님의 양심을 믿고 자율적으로 구매한 만큼 돈을 내고 가는 '자율 모금함'을 통한 실험 결과

꽃 그림이 붙어 있을 때보다

사람 눈 그림이 있을 때 모금함 안에 돈이 훨씬 많이 모였다는 것이다.


 본인이 인식하기도 전에 '눈'을 '지켜본다'와 연관을 시키고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으면 죄를 지을 수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인생에 있어 어느 정도 행복합니까?'라는 질문과

 '지난 달에 몇 번 데이트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순차적으로 물었을 때와


이 두 질문의 순서를 바꾸어 질문했을 때 답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본인도 모르게 질문의 순서에 따라 질문 사이의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보통 본인이 옳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자신감도 상승한다.




카너먼 교수는 과도한 자신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생각하는 방식'을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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