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유로貨 약세 가속화… 한국 수출경쟁력 악화 우려
韓銀총재 "손 놓고 있진 않다"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양적 완화에 돌입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최대 1조유로(약 1350조원) 규모의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엔저(円低) 정책과 마찬가지로 유로화 약세로 수출 확대 등 경기 회복을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6일(현지 시각)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비(非)전통적 통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ECB 집행이사회의 만장일치 의견"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전통적 통화 정책)로도 경기 부양이 미흡하면 시장에 돈을 푸는 미국식 양적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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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신화 뉴시스
◇'구로다 쇼크'에 자극받은 드라기
드라기 총재가 이끄는 ECB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05%로 낮추고,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초단기 예금 금리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0.2%)로 낮추는 등 강도 높은 처방을 동원했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8개국)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달 EU 구제금융 종료를 앞둔 그리스의 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고, 유로존 경제를 떠받치던 독일마저 최근 제조업 주문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침체 국면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유로존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5~40%가 된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발 빠르게 지난달 말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한 것이 ECB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BOJ) 총재는 시중에 푸는 돈을 현재보다 10조~20조엔(한화 100조~200조원) 늘리기로 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즉각 하락,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달 말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내년에는 금리도 인상할 예정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달러화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더 확실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한 것이다. 일본과 수출 시장이 상당 부분 겹치는 유럽으로선 일본의 움직임이 발등의 불이 됐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유럽 수출 경기에 엔저가 타격을 줄 여지가 커졌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BOJ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ECB가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성 커지는 환율전쟁, 한국 수출에 충격 우려
일본과 유럽의 노골적인 환율 전쟁에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체들로선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팀 콘돈 ING그룹 아시아 리서치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국의 제조업 분야는 일본의 그것과 아주 많이 닮았기 때문에 한국 원화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엔화 약세로 원화와 타이완 달러가 강한 맞바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럽까지 적극적인 양적 완화를 추진할 조짐인 만큼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 하락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일본과 유로존의 엔저(円低), 유로화 약세 추진에 대해 정부나 한국은행이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대응 방안에) 제약과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한은이 예고 없이 0%대로 금리를 낮추는 등 과감한 전략을 동원해 경기 부양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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