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장기침체論, 왜 핫이슈 인가
대공황 당시 1937년과 지금 상황 비슷… 대부분 국가들 잠재성장률도 떨어져
-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는
대공황의 와중이던 1938년 '미국의 케인스'로 불렸던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자본주의 경제가 성숙하면, 인구와 기술혁신의 감소로 경제 활동이 침체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만성화한다는 것이다.
한센의 이론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에 따른 군수 특수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현실에서는 증명되지 못했다.
대공황의 특징 중 하나는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있었다는 점이다.
1929년 발발해 처음 4년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겼었으나, 이후 1937년까지 4년간 잠시 회복세를 보인다.
그러다 다시 주저앉아, 이전 주가를 다시 회복하는 데 25년이 걸렸다.
장기 침체론자들은 지금이 1937년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례없는 통화·재정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2009년을 끝으로 마이너스 성장은 벗어났지만,
이후의 회복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뎠다.
그리고 지금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성장률은 올 2분기에 연율로 4.6% 반등했지만,
1분기에는 2.1% 감소했기 때문에 상반기 전체적으로 보면 1.9% 성장에 그쳤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을 앞둔 사재기로 1분기 6.0%(연율) 성장했지만, 2분기 -7.1%로 상쇄됐다.
유로존 18개국의 상반기 성장률은 0.4%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상반기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이는 경제가 최선을 다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수준인 잠재성장률에 비해 1~1.5%포인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래리 서머스 교수에 따르면 세계경제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훨씬 이전, 그러니까 15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1990~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경제가 호황을 누렸지만, IT 버블이나 주택 버블에 의한 착시가 컸고,
그런 버블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경제는 부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서머스 교수는 몇 가지 가설을 제기한다.
첫째, 투자 감소다.
버블 기간에 쌓인 부채를 줄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 중개기능이 위축된 것이 한 원인이다.
하지만 더욱 큰 원인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실물 투자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서머스는 지적한다.
이를테면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은 엄청난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왓츠앱은 소니보다 시장가치가 더 높지만, 투자는 별로 안 해도 되는 업종이다.
둘째는 생산인구의 감소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20년간 노동력이 과거 20년보다 훨씬 더딘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셋째는 소득분배 구조의 변화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 비중이 커지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저축성향이 높아지고 소비성향이 낮아진다.
이외에도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이력(履歷) 현상(hysteresis)'이 지적된다.
한번 경기침체로 취업을 못 하면 기술 습득을 못 하게 돼 나중에 경기가 회복돼도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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