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도 장기 침체인가
설비투자 증가율 3년간 연평균 1% 불과… 최근 경제성장률, 잠재성장률에 못 미쳐
- ▲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이 장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현재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초·중반의 일본과 너무나 흡사하다.
버블이 붕괴되면서 자산 가격 하락, 저금리, 투자와 대출의 감소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금리, 투자, 물가가 모두 낮은 4저(低)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경제지표는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추락을 시작했다.
우선 경제의 혈맥에 해당하는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불과 7년 전인 2008년 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5.4%였다. 그러나 지금은 2.1%에 불과하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가 많은 기업은 금융 비용이 줄기 때문에 투자에 나서고, 가계도 부채 부담이 줄면서 소비를 늘린다.
그러나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내수 소비 증가율도 연 2.3%에 그치고 있다.
2000년대 설비 투자와 소비는 각각 연 3.8%씩 증가했었다.
한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 증가율도 연 6%로 이전의 연 9%보다 둔화되었다.
내수 악화와 수출 정체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GDP 갭이다.
이는 한 국가의 경제 체력(잠재성장률)과 현재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지표다.
잠재성장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플러스(+) 갭이라 하는데,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와 금리도 오른다.
지난 50여년간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 현상인 마이너스(-) 갭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경제 체력보다 실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니 기업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봤자 수익을 내기 어렵다.
또한 불안해진 개인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좀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좀 더 구조적이다.
지금 세계는 산업혁명 이후 250여년간 이어진 성장과 팽창의 시대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빠른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공급 과잉이 함께 휘몰아치고,
그 와중에 부채는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빈부 격차 확대라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마저 점점 강해지면서 사회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전환으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이 전체 경제의 54%나 된다.
그런데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이 한국과 유사한 마이너스(-) 갭에 빠지면서 수출이 정체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산업구조를 보면 철강, 화학, 조선, 건설을 비롯한 소재와 산업재가 전체 제조업 생산의 60%를 차지한다.
대내외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이런 산업들은 중국의 과잉 투자로 공급 과잉이 매우 심하다.
결국 편중된 산업구조로 마이너스 (-)갭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위중함에도 고령화에 따른 복지 예산 증대로 경제개발 예산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공급 과잉으로 투자를 줄이고 있다.
가계 부채와 고령자 증가로 내수 소비가 늘기도 어렵다.
각 경제주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위기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구성의 오류'에 빠진 모습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이 없다면 미래는 지금보다 어두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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