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8)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홍명보(45)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죄송하다.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히딩크는 1년 전 마치 애제자 홍 감독의 미래를 예언이라도 한 듯했다.
히딩크는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감독을 맡지 말라고 충고했다.
히딩크의 우려는 전도유망한 홍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당할 최악의 상황을 예견한 것이었다.
월드컵 성적보다 홍 감독의 축구인생이 송두리째 말릴 수 있다는 것을 걱정했다.
바로 그 우려는 홍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지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회의실에서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히딩크는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면서부터 생각이 많았다.
물론 홍 감독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좋은 거보다 나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 감독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는 월드컵 성적보다 홍 감독의 축구인생에 영향을 미칠 최악의 경우였다.
섣불리 감독을 맡았다가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毒이 든 성배’라고 했다.
히딩크는 “명보(히딩크 감독은 홍 감독을 이렇게 부른다)가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내게 ‘감독님 생각은 어떠냐’고 묻기에 ‘하지 마라’고 했다”며 “아직 젊고 공부할 때이지 감독을 맡기에는 이르다”고 충고했다. “특히 한국 언론과 축구 분위기에 농익으려면 좀 더 유럽에서 지도자 경험을 하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홍 감독은 히딩크가 사령탑으로 있던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안지에서 지도자 수업을 하고 있었다.
히딩크는 2002한일월드컵 멤버중 홍 감독을 총애했다. 안지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게 한 것도 그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히딩크는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 제의가 와 고민 중”이라고 하자 진심 어린 충고를 한 것이다.
홍 감독도 스승 히딩크의 의견을 새겨들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제의가 계속되면서 결국 수락하기에 이르렀다. 홍명보 감독이 안지에서 지도자 연수를 마치고 가족과 미국에 있는 동안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미국으로 와 설득하면서 대표팀 감독 발표에 앞서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을 내정했다.
히딩크는 홍 감독이 대표팀에 취임하자 오히려 월드컵에서 홍 감독이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을 세심하게 충고했다.
히딩크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2002년 당시의 투지와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상대하기 어려운 러시아·벨기에 등 유럽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친선경기를 통해 저항력을 키우고
톱니바퀴 물리듯 조직력을 갖춰야 유럽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했다.
또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을 버리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조직력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해야 갖춰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 작년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과의 평가전 직전 홍 감독을 격려하는 히딩크 감독. 김지호 객원기자
한국이 성적을 얻으려면 경기 때마다 다른 상황을 전제로 한 세트플레이 전술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 축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단 시간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훈련과 세트플레이를 통한 득점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명심하라고 했다.
결과론으로 보면 히딩크의 지적은 모두 새겨들었어야 할 보약 충고였다.
히딩크는 홍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이 된 이상 지는 것을 두려워 말고 언론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며
“월드컵만을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선수들도 감독도 절박함을 경험해야 한다.
가장 힘든 순간을 겪고 이겨내는 법을 알아야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의 임기가 1년 남짓이라는 데 대해서도 “2014년까지 맡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월드컵 조별 리그 3경기로 인생을 평가받는 것이 얼마나 무리냐?
2018러시아월드컵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홍 감독을 두둔했다.
하지만 애제자 홍 감독은 히딩크의 우려대로 1년 만에 축구인생 최악의 수렁에 빠졌다.
-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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