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사람차이

인식: 반복적인 패턴을 통한 학습으로 판단한다

modest-i 2015. 3. 29. 15:32

오늘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님 강연 '뇌,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을 들었다

어떻게 한 우물만 같은 과학자가

이렇게 감성적, 철학적인 문장을 던지시는지


도입부부터 흥미진진 했고,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1. 해마를 제거한 소년


해마가 기억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게 의학적으로 분명치 않았던 시절

한 소년은 해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5분 마다 자기가 왜 병원에 있는지 물어야했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철학적 깨달음

자아.는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나는 기억없이 하나의 자아로서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의 '뇌'는 일어난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만 저장한다는 것, 그것도 압축해서



2. 뇌의 운영체제

과학자들은 뇌의 정보를 어떻게 읽고 저장하는지 연구해왔고

이는 Brain Reading, Brain Writ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다


아직 뇌의 특정 신경에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한 실험에서는 뇌의 신호를 활용하는 게임을 통해

자신의 생각으로 타인의 신호를 제어하는 것에 성공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사회를 원해야할지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어떤 정보를 뇌에 입력할 것인지 정해야한다



3. 한 사람의 경험을 다른 사람의 뇌에 입힐 수 있을까?


뇌 과학자들은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뇌는 머리 안에 있다"

뇌가 현실, 머리 밖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눈은 공학적으로 잘못 디자인 된 기관이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때는

광자->렌즈->망막(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시신경->뇌를 거치게 되는데

결국 빛을 인식하는 망막이 가장 앞쪽이 아닌 뒷쪽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동공과 망막 사이에 있는 혈관이 보여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좌우로 눈을 굴려보아도 안구 속의 관을 보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다

뇌의 알고리즘 1.

눈은 현실 그 자체를 보지 않는다

영상과 영상의 차이를 전달할 뿐이다

뇌는 어쩌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논리가 맞다면, 움직이지 않는 사물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뇌의 알고리즘 2.

눈은 힘줄에 의해 늘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정물도 망막에는 늘 움직이는 채로 상이 맺힌다)



4. 여기에서 끌어 낼 수 있는 굵직한 철학


뇌는 늘 '해석'한다

있는 그대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input이 아니라, 뇌를 거쳐나온 output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들 다른 세상을 보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도 나와 같은 세상에 살기를 강요하거나 바랄 필요가 없다.



5.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신경정보 전달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 더 자주 무언가를 인식한다

frame수가 많다

따라서 어린이의 세상은 slow motion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많은 정보를 인식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집중"

이 매커니즘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6. 삶의 의미가 꼭 있어야 할까?


만약 삶의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어떤 기능이나 목표를 가진다는 것이고

인생은 하나의 도구로써, "나 이외의 것을 위한" 삶을 살아야한다

무거운 인생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늙음'을 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늙음은 자연의 무관심, 즉 자유를 의미한다

내가 나의 삶의 의미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 이에 대해서는 좀 의문점이 남았다.

나에게는 삶의 의미가 곧 삶의 원동력이라서

내가 힘든 순간에도 나를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사회에 빚진 것이 있다는 생각도 이런 믿음에 일조하는 것 같다


아직 나는 기독교를 종교라기보다는 학문이라 보고있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삶, 사명감과 목적이 있는 삶, 이웃을 위하는 삶

을 추구하는 면은 참 좋다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도 삶은 별 것 없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것 먹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

우리는 존재론적으로 수세기간 변화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이 '의미있는 일'이 '의미있는 삶', '삶의 의미'와 분리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의미있는 삶'과 '삶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겠다...

의미있는 삶은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주체성을 띠고,

삶의 의미는 헤겔이나 칸트가 주장했듯 이미 모든 게 결정되어 있다는 목적론적 성격을 띠는건가?)


7. 인공지능


굉장히 유망해보였다

각종 사업과 국제 경제가 침체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뇌 과학'이라는 유망한 분야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어찌됐든 C언어를 활용하는 프로그래밍/코딩으로, 사람의 정보입력으로 인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계가 3D를 인식할 수 없어서

단순한 테이블을 알아보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던 영상을 봤었다

그게 불과 5년 전이었나?)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언어 해상도가 아닌 인식 해상도 덕분인데

사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반복적인 패턴을 통한 학습으로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뇌가 어떤 사물을 인식할 때의 과정을 살펴보면,

뇌에는 수많은 계층으로 구성된 기억이 있고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학습하면서

사물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저장해두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알아볼 때

강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언어로 된 설명을 들어서가 아니라

여러 번의 경험으로 학습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카이스트 연구실에 있는 인공지능 기기는

실시간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강아지의 사진을 보고 품종까지 알아맞힌다!

(심지어 골프공을 멀리서 보면 탁구공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사람이 실수하는 것처럼!!)


진행된 기술 중 가장 놀랐던 건

Microsoft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동시 통역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이게 이미 2년 전)

Skype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동한다고 하는데...


만약 이 기술을 스마트 글라스에 적용시키면

외국인 사업가와 미팅을 할 때 각자 모국어를 쓰면서도,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 글라스에 뜬 실시간 번역을

영화 자막을 보듯이 읽으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just1103  블로그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