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神'… 김성근
◇내 계약서에 '아부하라'는 건 없다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도 꼴찌 팀을 자꾸 맡으면 힘들 것 같다.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첫날 연습을 보러 갔을 때다. 어느 팀을 가도 딱 보면 실망한다. '아, 잘못 왔구나' 싶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10분이 안 간다. 그 후엔 앞으로 어떻게 할까 생각한다. "
―한화 팀에 가 보니 어떻던가.
"우선 부상자가 많았다. 그동안 만난 팀 중 가장 안 좋은 상태가 아닌가 싶다. 부상자가 많아 실질적인 전력 파악이 안 돼 있다. 현재 전력을 파악하고 그걸 극대화해가야 하는데 전력 파악이 안 되니까 그 자체가 내겐 새로운 체험이다."
―한화가 꼴찌 팀 벗어나는 데 얼마나 걸릴까.
"내년이면 되지 않겠나. 그것 때문에 왔으니 그걸 못 하면 내가 나가야지."
―어떻게 가능할까.
"100원 가지고 만원 가진 사람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100원밖에 없으니까 만원 가진 팀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내게 없다. 대신 혼자서 끙끙 앓으며 고민한다. 그 과정을 옆에서 보면 혹사한다는 말이 나온다. 비상식적인 발상 속에서 움직이니까. 세상 사람들이 볼 때 나는 정상이 아닌 거다."
―비상식적 발상은 어디서 나오나.
"절실함이다. 팀은 이겨야 한다. 이김으로써 선수에게 모든 혜택이 간다. 이 혜택은 명예로 돌아온다. 이 절실함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하게 비난받고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이 비난이 무섭지 않다. 제일 중요한 건 신뢰다. 조직은 결과를 줘야 한다. 결과를 내기 위해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선수들, 구단과 싸워야 한다. 당연히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 기분 맞춰주고 구단 기분 맞춰준다? 나는 그렇게는 살지 않는다."
―왜 그렇게 절박하고 절실한가.
"내가 재일교포로 한국에 왔을 때 학연도 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벼랑 끝에서 살았다. 기댈 데가 나밖에 없으니까. 벼랑 끝이 미끄럽다느니 높다느니 그런 게 이유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비난해도 나는 벼랑 끝에 매달려 있었다. 누구보다 절실함이 강했다. 인생에서 제일 슬픈 건 윗사람에게 매달리다가 윗사람이 손 놓으면 날아가는 것이다. 또 윗사람 목이 날아가면 나도 같이 날아가기도 한다. 난 그런 인생이 제일 싫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나는 아부라는 건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구단과 사이가 안 좋은 건가.
"해명도 변명도 안 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 어느 팀에 가든 나는 일하러 가는 거다. 구단이 뭐라고 하든 내가 할 일을 한다. 구단 입장에선 내가 아부 안 하고 고분고분하지 않으니까 아니꼬울지 모른다. 계약 속에 아부하라는 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왜 아부해야 하나."
―그래도 잘릴 때는 괴롭지 않나.
"(하도 많이 잘리니까) 익숙해져서 아무 상관없다. 감독 할 땐 나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떠날 때는 미련이 없다. 인생살이에서 길이 막혔을 때 나는 어려운 길을 간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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