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 수 있는 것

리더가 외로운 건 숙명 / 사람 만나면서 제일 겁이 나는 건 질투 / 남자의 질투는 조직을 망가뜨린다. 파를 만드니까

modest-i 2014. 12. 13. 19:21

'野神'… 김성근

 

◇리더가 외로운 건 숙명이다

―김 감독은 친구도 별로 없다던데.

"고민거리가 있어서 술 먹고 싶을 때 수첩을 들여다보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 나는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술 먹고 싶을 때 누구를 만나면 반드시 속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냥 혼자 한 잔 마시고 만다. 외롭고 괴롭고 힘든 건 리더니까 그렇다. 그걸 피한다면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다."

―그렇게 살면 병나겠다.

"나는 늘 혼자 끙끙 앓는다. 병도 많이 걸렸다. 그래도 10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 안했다. 내가 약점을 보이는 순간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 사회가 하루아침에 나를 없애버린다. 물이 못 따라오게 내가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

―아플 땐 어떻게 견뎌냈나.

"내가 원하는 일에 파묻히는 거다. 신장암 수술받고 삼성서울병원에 있을 때 창밖으로 잠실 야구장이 보였다. 나는 반드시 거기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서 야구장을 바라봤다. 길고 긴 병원 복도를 계속 걸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갔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매일 한두 시간 걷든지 근력 운동을 한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기 위해 몸을 만든다. 리더는 우선 체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성격상 누구에게 일을 맡기기 싫어한다.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기업인이 '나는 아랫사람들을 신뢰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아랫사람은 늘 자기가 도망갈 구실을 하나 만들어놓고 보고 한다. 그런데도 윗사람이 그걸 믿으면 조직이 망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불리한 걸 100% 보고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강연에 가서 이 얘기를 하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더라."

―야구 50년 했더니 남는 건 라이벌뿐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

"특히 나는 그렇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야구 속에 산다는 건 승부 속에 산다는 것이다. 제일 위험한 건 상대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면 승부하기 어려워진다. 정이 먼저 가버리니까."

―사사로운 정이 생길 것을 경계해 선수나 코치와 같이 밥을 안 먹고 늘 혼자 식사한다고 하더라.

"정 때문이 아니라 질투 때문이다. 어떤 선수 한 명과 밥을 먹으면 나머지 사람들이 질투하며 억측을 한다. 나와 밥 먹은 당사자는 으스댄다. 사람 만나면서 제일 겁이 나는 건 질투다. 남자의 질투는 조직을 망가뜨린다. 파를 만드니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