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성공할 확률이 낮은 이유를 주관적 관점으로 `오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측 실패는 선입견과 독단에서 나온다.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는 그가 보기에 `예측의 처참한 실패`다.
3대 신용평가사는 CDO(부채담보부증권) 수천 종에 AAA등급을 매겼다.
S&P AAA등급은 5년 내에 지급 불능이 될 가능성이 0.12%에 불과하다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CDO라는 파생상품은 완전히 새롭고 고도로 특이한 증권이었다.
S&P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CDO의 실제 지급불능률은 28%였다.
예측보다 200배나 높았던 셈이다.
신용평가사는 잘못된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한 예측으로 완벽히 실패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신호는 충분했다.
2000년 로버트 실러는 주택 거품을 지적했고,
폴 크루그먼도 2005년 주택 거품과 피할 수 없는 종말에 대해 경고했다.학자들만이 아니다.
'주택 거품`이란 단어를 구글에서 검색한 사례는 2004년 1월~2005년 여름 사이 무려 열 배나 증가했다.
이 단어는 2001년 뉴스에서 단 8번 등장했지만 2005년에는 3447번 언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과소 평가한 이유는 집값 거품을 빈약한 지표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판돈의 도박에 취해 거품이라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
과거에 그와 같은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위험도를 평가할 수 없었고,
신용평가사들은 과거에 CDO 같은 복잡한 증권을 평가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실버는 이 상황을 30년 동안 2만회 운전을 하면서 사소한 접촉사고만 두 번 낸 운전자가
난생처음 보드카 열두 잔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서도 여전히 사고 확률을 0.01%로 믿는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형편없는 예측력은 정치 영역에서도 다를 바 없다.
미국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맥라플린 그룹` 토크쇼가 있다.
매주 일요일 정치전문가 네댓 명이 나와 선거를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를 예측한다.
실버는 이들이 토론한 1000개 예측과 결과를 평가했다.
성적표는 50점. 평가에서 제외한 항목을 빼면 338개가 적중했고, 338개가 빗나갔다. 동전 던지기만 못했다.
실버는 2008년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보며 직접 정치 예측에 뛰어들었다.
그의 무기는 세 가지였다. 확률적으로 생각하라,
날마다 새로운 예측을 하라 (새 정보가 나오면) ,
집단지성을 활용하라.
실버의 세계관은 `베이즈 정리`에 근거한 통계학이다.
이 정리는 사전 확률을 도출한 뒤 새 정보가 나오면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을 골라 적용해 사후 확률을 개선하는 방법.
그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을 취하되,
여론조사가 과거에 보인 정확성을 토대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점점 모델을 정교화시켜나갔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언제나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렇게 실버는 예측의 제왕이 됐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하는 용기,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지혜가 훌륭한 예측가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말한다.
왜 공산권 붕괴와 금융위기, 9ㆍ11 테러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설명하고,
지진 예측과 스포츠 도박, 심지어 포커에서 돈을 따는 법까지도 이 책은 다룬다.
점쟁이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흥미진진한 논픽션이다.
신호와 소음 / 네이트 실버 지음 /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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