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知足)이면 불욕(不辱)이요,
지지(知止)면 불태(不殆)니라.’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이 말은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명예와 재물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이 없다.
적절한 욕망은 생명력을 높이지만
한없는 욕망은 탐욕으로 변해 인간을 파멸로 유도한다.
심리학자 줄리아 에드니 박사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그릇 속에 금속 너트를 넣어 놓고
일정시간 내 끄집어내는 숫자만큼 학점을 주겠다는 실험을 했다.
너트를 계속 넣어주기 때문에 사이좋게 집어내면 이론적으로는 모두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살벌 그 자체였다.
평소 순했던 학생들이 헐크로 돌변, 계속 다투다 거의 탈락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욕망은 끝이 없어 상호 신뢰를 깨고 갈등을 심화시켜 공멸하게 된다’는 결과였다.
중세의 가톨릭교가 말하는 일곱 개의 대죄 중 둘째가 과욕이었으며
석가는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6가지 중 맨 마지막으로 탐욕을 꼽았다.
석가가 탐욕을 제일 마지막에 둔 것은 그만큼 덜 중요하다고 여긴 때문이 아니라
가장 확실하게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탐욕의 상징이자 사회기강을 뒤흔드는 뇌물에는 동서가 따로 없었다.
옛 중국말에 삼년청치부(三年淸治府) 십만설화은(十萬雪花銀)이라는 게 있다.
부지사(府知事) 3년이면 청백해도 10만의 깨끗한 은(銀)을 모으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청나라 때에 어느 황제가 공직자들이 봉급 이외의 수입을 탐내지 않도록 양렴은(養廉銀) 곧 청렴결백을 키우는 돈을 따로 주기로 했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양렴은도 받고 설화은도 계속 받았다.
대전과 충남·북 지방의회 곳곳에서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 원 구성을 위한 의장단 선거 때마다 밀실 야합과 담합, 줄서기와 편가르기, 배신과 배반 등 구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대로 재연됐다.
내가 그 자리에 제일 적합하고 나만 한 사람이 없다는
독선과 오만만이 팽배할 뿐
대화와 타협, 양보와 순리는 찾아볼 수 없다.
충남의 한 군수는 어렵게 오른 군수직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돈을 살포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판사로부터 주민들 상당수를 전과자로 전락시켰고
결국 자신을 지지해 준 주민들의 은혜를 저버렸다는 질타를 들어야 했다.
최근 구속된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뇌물 챙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집무실은 물론 식당, 공원, 골프장 등에서 공사 수주나 각종 편의 제공 등을 대가로 뇌물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렇게 받은 돈 가운데 상당액을 차명으로 관리하며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오다 들통이 났으며
검찰의 끈질긴 추궁에 공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당장 눈앞에 아른거리는 탐욕에 홀려서 슬며시 등 뒤에서 다가오는 불행의 여신을 보지 못했다.
인간 의지가 보다 많이 개입되는 욕망으로 재물욕과 명예욕이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너도나도 재물욕과 명예욕 숭배를 당연시하는 풍조다.
그러다 보니 브레이크는 없다.
나눔이나 양보 또는 공존의 미덕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남의 정당한 몫까지 어떤 식으로든 뺏으려는 욕망들만이 팽배해 있다.
일반 국민은 사회지도층을 보고 행동한다.
지도층이 탐욕적이면 사회 전반에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지고
지도층이 중심을 잃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그래서 옛날부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염치와 명예심이 있어야 한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있었다.
이는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럽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인 뿌리이다.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솔선해서 싸움터에 나가는 기사도 정신도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도 국민통합이 이루어지고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지도층들이 적어도 일반국민보다는 덜 이기적이고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강식<정치부 지방담당>
지도층 사사로운 욕심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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