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향기, 비움

인지부조화는 내적일관성을 위한 일종의 편향인 반면, 확증편향은 외적일관성을 말합니다

modest-i 2014. 3. 19. 15:09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아전인수식 심리, 확증편향" - 건국대 범상규 경영학과 교수

[YTN FM 94.5 '생생경제']

평소 좋아하던 자동차를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바꿨는데
사람들이 다른 차가 더 좋지 않냐 그러면
정말 그런가? 싶어 마음이 참 쓰리죠.

또 주식 투자를 할 때 어떤 주가 참 괜찮더라.
이런 말들을 맹신했다가
결국 손실을 보기도 하죠.

이처럼 내가 생각한 것과
들리는 이야기 사이의 갈등,
믿고 싶은 것만 골라서 믿는 심리까지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우리의
여러가지 인지적 편견들
그 소비 심리를

건국대 범상규 경영학과 교수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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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이 이러한 편견들을 갖게 되는 심리적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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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람들은 평소 인지적 편향에 따른 판단오류를 자주 하는데, 바로 인지부조화가 대표적인 사례죠. 쉽게 말해, 한 사람이 두 가지 모순되는 인지요소를 동시에 품게 될 때 나타나는 인지적 불균형 상태가 바로 인지부조화인데요. 이러한 불균형은 심리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됩니다.

예정된 종말일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게 되면, 종말론 신도들은 극심한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됩니다. 이럴 때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종말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거나, 영적으로 이미 계시가 이루어졌다거나, 아니면 신도들의 믿음에 대한 회답으로 구원하기로 했다고들 자기정당화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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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상생활 중 경험하게 되는 인지부조화를 자기정당화로 극복하는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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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근 국내프로야구가 매우 인기인데요. 오랫동안 연패에 빠진 팀은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종종 자의반 타의반 삭발투혼을 합니다. 최근 한화의 박찬호선수도 이러한 삭발이벤트에 동참을 할까? 하는 재밋거리도 있었죠. 이러한 ‘삭발 효과’ 역시 인지부조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삭발 효과’는 우선 단체행동을 함으로써 팀 응집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죠. 또 팬들에게 삭발했다는 일종의 공표를 통해 여전히 성적이 떨어질 경우 인지부조화를 겪게 되겠죠. 그래서 선수들은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좋은 성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게 되죠. 정말 한화나 KIA는 상반기에 이 삭발투혼의 효과를 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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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간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일종의 인지적 편향 사례로 앞서 언급한 인지부조화 말고 또 다른 편향사례로는 무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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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네 앞서 언급한 인지부조화는 내적일관성을 위한 일종의 편향인 반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외적일관성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에게만은 유독 유리하게 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인데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이죠.

최근 국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내분 사태가 대표적이죠.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자기들만의 독선과 아집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시도 역시 인지적 편향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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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러한 확증편향은 개인차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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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잘못된 확증편향은 삽시간에 루머를 만들어낼 수도 있죠. 최근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진 '전자레인지 괴담'이 대표적인데요. 전자레인지로 물을 끓이거나 음식을 익히면 분자 구조가 바뀌어 발암 물질이 생긴다거나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파괴한다는 악성 루머인데요. 이처럼 전문가수준의 잘 짜인 시나리오야말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소비자들의 맹신을 자극하기 충분했죠.

또 학계나 국회의원들의 논문에 도덕적인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단순 차용도 문제이지만,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확증편향을 만들어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설과 맞지 않는 일부 데이터를 버리거나 조작 혹은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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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인이 아닌 조직이나 집단에 더 심각한 영향을 주는 편향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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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소 판사들은 판결과 관련 편향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판사들의 확증편향이 일반인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즉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고 선입관을 가질 때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또 기업의 경우, ‘신제품 컨셉에 대한 사전 조사에서 부정적인 평가는 전혀 들은 적이 없어. 그래서 반드시 성공한다니까’라고 CEO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죠. 맞을 수도 있지만, 실제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이 더 높은데요. CEO 역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치 그리고 평가를 지지해주는 정보는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이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시키는 확증편향의 늪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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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다면 인지적 부조화나 확증편향과 같은 인지편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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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철학자 칼 포퍼의 얘기처럼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즉 ‘잠깐, 잠깐만, 이 증거가 잘못되었거나 내가 잘못했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내개 잘못했을 리는 없지.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거든’이라는 독단적인 생각을 버려야겠죠.

기업 CEO의 확증편향에 대해 ‘예스맨’을 멀리하고 집단결정 체제를 도입하거나,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을 정례화하고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로마 가톨릭에서 나온 ‘악마의 변호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예, 감사합니다.


건국대 범상규 경영학과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