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마음,생각)

위기의 순간 가장 믿을 수 있는 40~65세에 이르는 중년의 뇌 / 중년의 뇌가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뇌

modest-i 2016. 5. 9. 21:42


“야! 저 사람 참 머리 좋은 것 같아!”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올 때, 우리는 대개 그 사람의 기억력과 계산력에 감탄한다. 지능의 판단 기준이 대부분 기억과 계산력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알려진 천재들의 일화들은 대부분 기억력과 계산력과 관련된 것들이다.


스위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 형광등의 발명자이며 에디슨의 라이벌이었던 니콜라 테슬라, 자신이 발명한 컴퓨터와의 계산대결에서 승리한 존 폰 노이만, 그리고 천재의 대명사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은 이른바 ‘완전기억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본 책은 몇 페이지에 무슨 문장이 있는지를 기억하며, 수십 수백 자리의 복잡한 계산도 계산기는커녕 종이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정확하게 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이들은 역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끔 TV에 등장해서 경이적인 암산능력을 보이는 이들, 한 번 읽은 책을 그 자리에서 암송하는 이들. 그런 이들을 보며 우리는 경이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기억력을 한탄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억력은 점점 감퇴한다. 차 키를 어디에 뒀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아 출근 시간을 앞둔 채 초조하게 온 집안을 뒤지고, 한참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영화제목이나 노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는다.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자신이 무능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어느 순간부턴 사용할 수 없게 된 오래된 컴퓨터를 보면 자신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위기의 순간 가장 믿을 수 있는 중년의 뇌

그러나 우리의 기존 상식과는 다른 주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의 건강 전문 기자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라는 책을 통해 40~65세에 이르는 중년의 뇌가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뇌라고 주장한 것이다.


언뜻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주장이다. 수많은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고성능 프린터처럼 생생하게 출력해내는 젊은이의 뇌에 비해, 어제 기억은 물론 상대방에게 바로 전까지 말하려 했던 내용도 잊게 되는 중년 이후의 뇌가 어째서 가장 뛰어난 뇌일 수가 있을까?


여성 심리학자 셰리 윌리스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40~65세의 중년의 뇌는 ‘언어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 부문에서 최고의 수행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가장 똑똑하다고 여겨지던 20대의 뇌는 ‘반응속도’와 ‘계산능력’ 두 부분에서만 중년의 뇌를 앞섰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통념도 사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대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것은 단기기억력일 뿐 중요한 정보는 오히려 중년의 뇌가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이러한 중년의 뇌는 위기상황을 극복해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2009년 US 에어웨이즈 불시착 사고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해서 엔진에 불이 붙은 상황. 만약 그대로 여객기가 도심에 추락하면 승객뿐 아니라 뉴욕시민까지도 위험할 수 있는 위험에 처했다. 사람들은 2001년 9.11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으나 비행기는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는 데 성공했고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고는 위기상황 속에서의 중년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당시 58세였던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은 항공통제소에서 패닉에 빠져 비행기 편명을 잘못 얘기하는 등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불시착에 훌륭히 성공해냈다. 그 순간을 목격한 사람에 의하면 “기체가 마치 통상적으로 착륙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물 위에 내렸다”고 한다.


기장뿐 아니라 승객과 주변인들의 모습에서도 중년의 위기대처 능력을 살필 수 있었다. 비행기가 불시착에 성공한 직후 빠르게 다가가 승객들을 구조했던 페리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모두 중년이었다. 62세의 칼 바자리언이라는 승객은 구명정이 뒤집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승객 3명을 구해내기도 했다. 30대의 젊은이들이 출구로 몰리고 구명조끼를 잊는 등의 실수를 하는 와중이었기에 중년들의 침착함은 더 두드려졌다.


이 에피소드는 단 한 명의 영웅만을 탄생시키는데 그치지 않았다. 중년의 위기관리능력에 호기심을 갖게 된 일리노이 대학의 신경과학자 아트 크레이머는 40~69세의 조종사 118명을 대상으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실행했다.

처음엔 고령의 조종사들이 장치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조종사에 비해 압도적인 대처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뒤로  중년의 능력을 재평가하는 시도가 이어졌고, 우리의 생각과 달리 중년의 뇌는 상당히 뛰어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게 된 것이다.




생애 최고의 뇌, 그 비결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고 현명해진다는 생각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가지고 있었지만, 과학적으로도 중년의 뇌가 우월하다는 근거는 큰 의미가 있다. 과학자들은 아래와 같은 근거로 중년의 뇌를 높게 평가한다.


 




첫째, 미엘린(myelin)이 양이 가장 많은 나이는 50대라는 것이다. 미엘린은 신경세포를 둘러싼 백색의 지방물질로, 뇌 속 뉴런을 감싸 전기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는 절연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미엘린이 많아질수록 뇌 신호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되어 어떤 자극에 대해 더 빨리, 더 분별력 있게 논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둘째, 긍정적인 자극에 더 반응하는 편도(amygdale). 뇌 안쪽의 편도는 공포감을 비롯한 여러 감정에 관여하는 경보장치인데, 젊은 뇌는 편도가 부정적 자극에 주로 반응하고 중년의 뇌는 긍정적 반응에 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긍정적 반응에 반응하는 뇌는 감정에 대한 통제력이 훨씬 강해져 침착하고 낙관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
셋째, 양측편재화. 토론토대학 신경과학자 셰릴 그레이디가 언어테스트를 해본 결과 젊은이들이 좌뇌와 우뇌 중 하나만을 주로 사용하지만, 중년은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좌우 뇌를 동시에 쓰게 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으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도 대안을 잘 찾을 수 있게 된다.



일하고 싶다. 일할 수 있다.

38선(38세가 되면 직장에서 버티든지 나가서 살길을 찾는지 해야 한다)을 넘어가면 사오정(45세가 되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이니 오륙도(56세가 되도록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다)니 하며 주위에서 은퇴를 종용한다. 그러나 미국 시빅 벤처스(고령자를 위한 미국의 비영리단체)의 조사결과로는 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사람의 대부분은 일하지 않는 자유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평균수명이 80세에 달하는 지금, 환갑을 맞기 이전에 은퇴해야 하는 현재의 풍조는 중년들에게는 못마땅한 상황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고력과 판단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기존의 상식이 그런 중년들의 입을 막는 근거로서 작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의 뇌가 가장 뛰어난 뇌라는 발견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사실은 중년들의 ‘일하고 싶다.’는 바람에 ‘일할 수 있다.’는 돛을 달아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컴퓨터 같은 존재가 아니라, 해가 지날수록 숙성하여 가치가 늘어나는 명주(名酒)라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의 존엄은 나이와 상관 없는 일이다.

출처:수컷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