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사람차이

달을 연구하기 위해 망원경을 고치기보다 달 탐사선을 만들고, 10%의 개선보다 10배의 혁신에 도전

modest-i 2016. 2. 18. 00:13
“실패를 비난하면 사람들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뻔한 아이디어(doomed idea)’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는 시간낭비이자 조직의 정신을 해치는 일”

 

 

“룬 프로젝트로 무선 인터넷 혁명…10년 내 40억 명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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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비밀연구소 엑스(X)의 책임자인 애스트로 텔러가 15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한 TED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TED]


“5~10년 새 지금껏 인터넷을 쓰지 못했던 40억 명이 새롭게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구글 비밀연구소 X 총괄, 텔러 강연
무선 인터넷 풍선 올 인니서 첫선
세계 어디든 실시간 동영상 감상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뻔한 아이디어’에 매달리게 돼
첫 수소폭탄 설계한 학자의 손자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비밀연구소 엑스(X)의 책임자 애스트로 텔러(46)가 15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한 TED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미래를 전망했다. TED는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세상을 바꿀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지식나눔 축제다.

그는 이날 하얗게 센 턱수염에 꽁지머리를 늘어뜨리고 등장해 40억 명을 인터넷에 초대할 방법을 소개했다. 하늘에 풍선을 띄워 무선 인터넷을 중계하는 ‘룬(Loon)프로젝트’가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시도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텔러는 “제대로 된 풍선을 만드느라 애를 먹었지만 지난해 19차례에 걸쳐 총 187일간 세계를 도는 데 성공했다. 풍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초당 15MB의 무선 인터넷 전송을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두를 위한 인터넷’을 추구한다. 인터넷이 없는 지역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이끄는 엑스는 구글의 기업정신인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처럼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사고)’을 실현하려는 곳이다. 달을 연구하기 위해 망원경을 고치기보다 달 탐사선을 만들고, 10%의 개선보다 10배의 혁신에 도전하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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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선을 보인 가상현실 테마파크. 5D 장비를 착용하고 고대 사원을 탐험한다. [사진 보이드]


엑스라는 이름도 로마 숫자 10(X)을 의미한다. 룬 프로젝트 외에도 자율 주행 자동차, 증강현실 안경(구글 글라스), 눈물을 모아 자동으로 혈당을 체크해 주는 의료장비(구글 콘택트렌즈)도 엑스가 ‘문샷 싱킹’을 통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텔러는 이날 강연에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10년 내 달에 가겠다”고 1962년 선언한 연설을 언급했다. 이어 “큰 꿈은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전략과 관련된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문샷 싱킹’이 가능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엑스가 그동안 도전했다가 포기한 프로젝트도 강연 내용에서 사례로 소개됐다. 그는 “우리는 늘 ‘오늘은 어떻게 프로젝트를 죽일까’라는 얘길 주고받으며 신이 나곤 한다”고 엑스의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실패를 비난하면 사람들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뻔한 아이디어(doomed idea)’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는 시간낭비이자 조직의 정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텔러의 본명은 에릭 텔러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헤어스타일이 축구장의 인조잔디(AstroTurf)를 닮았다고 해서 얻은 별명(애스트로)을 더 즐겨 쓴다. 인공지능 박사이자 6개 국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작가에 여러 개 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다. 최초의 수소폭탄을 설계해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론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가 친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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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는=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영문 머리글자를 땄다. 이름 그대로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모여 과학기술·예술·인문학을 넘나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임이다. 닷새간 ‘꿈’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TED에는 58개국에서 1350여 명이 참가했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TED에 초청을 받았다. 첫날(15일) 강연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캐나다·유럽의 1000여 개 극장에서 생중계됐다. 콘퍼런스가 끝난 뒤에는 TED 홈페이지(TED.com)에 무료로 공개될 예정이다.

밴쿠버(캐나다)=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룬 프로젝트로 무선 인터넷 혁명…10년 내 40억 명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