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쿠리엔은, 모든 구성원에게 오르도로 가는 길이 열려 있었다.
이는 단지 성공의 기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시적 형태의 거친 민주주의, 소통과도 연관이 있다.
테무진은 신분과 혈통을 따지지 않는 자유로운 회의를 중시했으며,
말단 병사의 의견까지도 전투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테무진은 지배자 몇 사람의 결정만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싫어했다.
이건 아이큐가 아니라 태도다.
즉 책임감이다.
어떤 책임감이냐 하면, 바로 의리다.
의리하면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여기서 의리란 일종의 '계약관계 준수'를 뜻한다.
서로 지켜야 할 것, 지키기로 한 것을 지키는 것 말이다.
보통 <친구사이의 의리>라고 하면 성문화되거나 구두(口頭)로 언어화되지 않은
감정적/무의식적 계약을 뜻한다.
하지만 테무진의 조직은 함께 어떻게든 먹고 살아 보자고 모인 집단이다.
내게 충성을 바쳤으면, 나는 그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게 의리인 거다.
테무진은 불행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막상 고생을 하게 되면 그때마다 뭔가를 배웠다.
테무진은 아직 10대의 나이였음에도
<자신의 욕망>과 <집단 구성원의 입장>을 분리해서 생각할 줄 알았다.
이건 매우 조숙한 태도다.
테무진은 성인남자 1인분의 노동력이 너무나 간절했던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귀한 인력을 목동으로만 쓰는 건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의리의 문제도 있다.
자신에게 운명을 건 사람들이다.
하층민의 삶을 선사하는 건 배신행위였다.
그래서 테무진 무리 내의 모든 성인남자는 기본적으로 전사가 된다.
이들은 전투에 참여할 수 있기에,
약탈에 성공하게 되면 자기 몫을 챙긴다.
무기를 상시 휴대하기 때문에 남에게 함부로 무시받을 소지도 적어진다.
테무진은 친족관계에 있는 기득권 귀족들에게는 여러번 배신당했다.
하지만 계약, 즉 의리로 맺어진 '타인'에게는 단 한 번도 배신당한 적이 없고,
그 자신도 배신한 적이 없다.
이는 역사에 기록된 영웅담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테무진 to the 칸 (10) 테무진 라이징 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