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향기, 비움

'혼자 있는 능력'은 학습과 사고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고 상상이라는 내면 세계와 늘 접촉하게 하는 귀중한 자질이다

modest-i 2015. 2. 9. 12:33

고독의 위로 

 

'혼자 있는 능력'은                                학습과

                                                         사고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고

 

                                                        상상이라는 내면 세계와 늘 접촉하게 하는                                    귀중한 자질이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해도

창의적인 상상력의 개발로 치유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관계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와 질서를 만드는 것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창의적인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은 고독이 주는 긍정적인 면들을 조망한다. 고독은 학습과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뇌가 최적상태로 기능하고 개인이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혼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자극은 뇌를 자극시키기도 하지만 피로하게 하기도 한다. 계속되는 input을 멈추고 잠시 휴지기를 가지면 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놀라운 결과물을 만든다. 수면 중에 이루어지는 '기억의 공고함', 새로운 아이디어의 탄생.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고민하다가 그것을 잊고 잠을 자거나 쉬고 나면 갑작스럽게 창의적인 문제해결방법이 떠오르곤 했던 놀라운 경험들이 근거가 된다.

 

고독은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의 욕구와 느낌, 감정을 인지하게 한다.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솔직한 내면의 '나'와 만나면서 자신만의 특성을 발견하게 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조화로운 삶의 태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나 자신을 혁신시키고 성장시킨다. 주변환경의 압력에 이끌려 정신없이 청년기를 보내고 중년기에 이르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해내지 못하면 신경증이 올 수 있다는 융의 견해는 인상적이다. 결국 인생의 어느 시기에서 우리는 타인에 의해 규정된 자아가 아닌 진정한 자아를 완성시켜야 한다.

 

고독은 상상력의 중요한 조건이다.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의 고독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글과 예술 작품을 선사했다. 그러나 고독의 이런 긍정적인 덕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에 집착한다.

 

원시시대에 관계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고 개인이라는 개념자체가 희박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개인의 존재가 부각되었지만 종교라는 구심점이 해체되고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우리는 다시 혼자 남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본능적으로 (?_) 고독에 이끌린다.

 

융은 인간의 성격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했다. 나는 외향성을 적극적 인간관계를 맺는 특성으로, 내향성을 소극적 인간관계를 맺는 특성으로 이해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다. 외향성은 외부로 내 관심이 향하는 것이다. 즉 타인의 인정을 원하는 경향이다. 남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나 자신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갖기를 원한다. 그럼으로써 생기는 거짓자아가 주는 부담감과 좌절감 때문에 생긴 분노가 내부로 향하면 이것이 외향성 성격자의 우울감의 원인이 된다. 나는 내 스스로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타인의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늘 갈망해왔다. 그것이 어려우니까 더 원했던 모양이다. 내가 고독을 원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타인의 의도와 인정이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내향성인 사람은 다른 이유로 고독을 원한다. 그들에게 고독은 회피의 수단이란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었다.) 즉 우리는 외향성이건 내향성이건 고독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한다.

 

고독의 자기 치유능력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가들에게 임상적으로 고독의 가치는 평가절하되어 왔다. 저자는 현대 정신분석에서 '관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애착이론, 대상관계이론 등) 개인의 정신구조 안에서 나타나는 역학변화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함을 우려한다.

 

신경증의 회복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사고체계, 타인과의 유익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사고 체계는 '고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우리를 회복시키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자아존중감을 결정짓는 요소는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유능하다는 느낌이다. 유능하다는 느낌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이는 혼자 있을 때 자신의 감정과 존재에 집중하고 표현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즉 모든 심리적 문제의 해결의 핵심은 개인내적인 측면과 관계의 측면의 2가지를 가진다. 저자는 양자에 대한 균형있는 관심과 논의를 촉구한다.

 

일의 중요성, 사람이 혼자 있을 때 그의 마음 속에서 진행되는 정서변화의 중요성, 무엇보다 창의력을 지닌 사람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중심 공간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친밀한 애착관계는 삶이 전개되는 하나의 중심축일 뿐 유일한 중심은 아니다.

 

고독이 주는 효용은 생각보다 막대했다. 그렇다면 대학시절 방학 때 경험했던 내 고독이 주었던 황폐함의 원인은 뭘까? 혼자 있을 때 나는 내 존재와 대화하지 않고 수동적인 독서에만 몰입했다. 즉 회피로써의 철회였지 창조적인 고독은 아니었던 셈이다.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내 감정을 인지하고 내 존재와 손을 잡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규칙적이고 적극적인 고독의 시간을 갖는 습관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효용은 분명하지만 그 사람의 자아가 가진 힘의 정도를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공상과 상상을 구분하는 힘, 현실을 끈을 놓지 않는 능력을 유지할 줄 아는 사람에게 고독은 약이다. 

 

 

스타브로긴 블로그 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