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사진 신승희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클래식 문외한이었고, 그리 고상하지도 않아서였다. 그런데 자꾸 손짓했다. 몇 번 손사래 치다, 결국 대표직에 앉았다. 뜻밖의 여정이었지만, 어느새 욕심도 생겼다. 100년 가는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야겠다는 포부까지 키웠다. 한데 맘 같지 않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부임 2년. 하루아침에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름 앞엔 ‘막말’, ‘성희롱’, ‘전횡’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이 따라붙었다. 시향 역사 이래 첫 ‘여성 리더’라는 칭호를 받았던 박현정 대표. 그가 세간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정황은 이렇다. 그는 지난 2013년 2월 부임했다. 그러던 12월 초, 부임한 지 꼭 1년 9개월 만에 탈이 났다. 발단은 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호소문을 내면서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박 대표가 직원들에 대해 일방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서 이들은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다. 장기라도 팔아야지”,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사실과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해명 기자회견 이후에도 논란은 커져만 갔다. (사무국) 직원들은 퇴진을 외쳤다. 지난 12월 18일 시향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사진 신승희
낙인찍힌 기분
다소 핼쑥한 모습이었다. 대화 중 어렴풋이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그는 초면부터 “내가 이상한 여자처럼 보이느냐”고 물어왔다. “얼마 전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백미러를 힐금힐금 보시더라고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혹시 TV에 나오는 분 아니냐고…. 아니라고 했더니, ‘서울시향 아니세요?’라고 하시는데…. (앞으로)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싶어요. 낙인찍힌 기분입니다.”
안팎에서 ‘아웃’을 외치는 가운데 그는 정상출근을 하고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마무리를 이렇게 좋지 않게 하게 돼서 마음이 아픕니다. 오점을 남긴 거죠. 인생에도 그렇고, 커리어에도 그렇고. 또, 시향이라는 조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고요.”
그는 “잘못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조직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가 된 이상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부터 빗나갔다
사달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건지도 모르겠다. 때는 부임 첫날로 돌아간다.
“(시향은 서울시가 출연한) 공공기관이잖아요. 첫 출근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조직에 체계가 전혀 없었어요.”
박 대표 생각엔 ‘무난하고 상식적인’ 일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3개월 전에 이사를 했다는데, 아직도 서류박스 더미가 정리가 안 돼 있더라고요. 직원들이 책상 옆에 박스를 두고 서류를 하나씩 꺼내 작업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공공기관 맞나 싶었습니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2011년 글이 걸려 있었다. 10억원어치의 악기대장(臺帳)도 없었다. 재물조사의 개념이 없었다. 한 회 공연당 발생하는 비용 또한 산출이 안 돼 있었다.
“최근 공연 원가를 묻는데, 자료가 없었습니다. 공연당 티켓 수입에 대한 자료도 따로 없었어요. 재무제표에는 연간 공연 총합만 올려놓는 거죠. 가장 비용이 많이 발생한 공연, 가장 수입이 컸던 공연에 대한 자료는 뽑을 수가 없었고요. 계약서는 자문 변호사에 꼭 확인을 받고 쓰라고 했는데도, 그런 개념조차 지켜지지 않았어요.”
70년 역사를 가졌지만 역대 공연, 역대 지휘자 등 역사에 대한 데이터 또한 미비했다.
하나씩 바꿔보려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참모격인 각 팀장들에게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 “대표님이 이 바닥을 몰라서 그런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세금으로 운영, 새는 돈 많아
시향의 지난해 예산은 1백70억원이었다. 그중 70%가 세금이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새는 돈을 많이 봤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돈이 이렇게 쓰이는구나. 내 세금이 새고 있었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월급쟁이 생활 20년 하면서 한두 푼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는데, 세금은 꼬박꼬박 나가잖아요. 그렇게 걷은 세금이 ‘눈먼 돈’처럼 나가더라고요.”
우선은 인건비다.
“이곳 대졸 초임이 3천만원이에요. 비영리단체치고는 많은 수준인데, 햇수가 거듭되면 연봉 테이블은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연차만 채우면 인건비가 하염없이 올라가 부담이 커지는. 결국 무조건 연봉을 올릴 게 아니라, 승진제도를 도입해야겠다 싶어서 인사 시스템을 바꿨어요.”
사업비도 마찬가지였다.
“정기공연이라고 해서 외국에서 공연을 20개를 하는데, 1년 항공료만 10억원이 나갑니다. 그런데 사업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항공권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가 있어요. 5%만 절감해도 연간 5천만원입니다. 그런데 항상 공연 임박해서 계획을 세우고, 항공권을 구하는 겁니다.”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는 초대권 또한 낭비였다.
“기본적으로 보내드리는 VIP가 있어요. 그런데 막상 공연 당일에 보면 앞자리가 다 비어 있어요. 안 온 거죠. 그래서 초대권을 무작정 뿌릴 게 아니라, 그분들에게 신청을 받아서 보내자고 제안을 했고요.”
박 대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너무 많이 해야 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잔소리가 늘었고, 변화를 따르지 않아 결국 강제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그는 “빈 필이나 베를린 필과 같은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은 비용관리가 굉장히 철저하다”면서 “오케스트라가 지속가능하려면 음악의 질뿐만 아니라 체계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책임이 큽니다. 이런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지 못했으니 결국 제가 관리했어야 했는데, 제 책임이 크죠. 절실히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보도된 바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거친 말을 뱉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 표현을 쓰지 않고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했는데, 말버릇은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으로 믿어준 사람들에게 미안하죠. 정말 미안합니다.”
잘해보려 했는데…
박 대표는 한땐 아주 잘나갔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박사를 딴 후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화재 고객관리(CRM) 파트장을 지냈다. 이후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를 거쳤다. 금융권 첫 여성 임원 타이틀에 이어, 시향 역사상 첫 여성 리더란 호칭까지 거머쥐었다.
“여성리더십연구원에 있을 때였어요. 프로젝트 받으러 다니다 알게 된 분이 시향 대표 자리를 권했습니다. 거절했죠. 얼핏 고상해 보이겠지만, 저한텐 안 맞는 자리라고요. 그랬더니 정명훈 감독을 한번 만나보래요. 유명하신 분이니까 한번 만나나 보자는 기분으로 그러겠다고 했어요.” 정 감독에게도 거절의 답을 들려줬다. “감사하지만,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던 2012년 말쯤에는 박원순 시장이 보자는 얘기를 들었다.
“만나지 않겠다고 했어요. 초면에 거절부터 하는 게 좀 그러니까요. 그런데 날짜를 계속 잡으시더라고요. 계속 미루다 보니까, 내가 너무 빼나 싶더라고요. 시장님은 시향 얘길 안 하겠다고 전해왔고요. 그래서 만났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봐달라고 했습니다.”
근 1년 동안 대표 자리는 공석이었다. 정 감독과 박 시장 둘 다 좋다고 한 인사가 없어서였다. 그런데 박 대표에게는 달랐다. 둘 모두 좋다고 했다.
“나중에 언론보도를 통해 보니까, 정 감독님은 전문경영인을 찾았고 시장님은 여자를 찾았는데 제가 합일점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얘길 들으니까 어땠겠어요. 너무 빼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전혀 몰랐던 세계였는데, 눈을 떠보니 욕심이 대단해졌다. 취임을 전후해 이를 꽉 물게 된 것도 그래서다. 워낙 ‘슬렁슬렁’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다.
“국내 문화예술단체들이 아직까지 대부분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을 갖춘 단체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졌어요. 100년 가는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우리나라 문화단체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정말 글로벌 오케스트라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추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부임 이래 나름의 업적도 남겼다. 전년 대비 예산은 그대로였지만, 교육파트를 강화했고 콘서트홀 건립 또한 추진했다. 또 경영정보시스템을 새로 도입했고, 홈페이지 및 인사시스템도 개편했다.
단원들에게 특히 미안해
박 대표의 임기는 2016년 1월 31일까지 3년이었다. 지금은 채울 수 없게 됐다. 그는 “이 자리(출연기관장)가 비켜야 한다면, 그래야 하는 자리인 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 각오까지 하고 왔지만 이런 모습으로는 아니었다”고 했다.
“박 시장님과 정 감독님에게 서운합니다. 와달라고 해서 왔고, 열심히 했습니다. 아마 조용히 나가달라고 했으면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직원들의 호소문을 전달받으셨으면서 말씀도 안 해주시고. 진위여부 확인 절차도 없이 언론에 크게 내보내 일을 이렇게…. 아무리 인연이 없는 사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온 세상에 망신을 주진 않잖아요.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놨어요. 두 분 모두 인권을 중시하신다면서 저를 버리는 방법을 택하실 땐 (제) 인권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의 음악성에 걸맞은 도덕성과, 박 시장의 책임자로서의 균형 있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마음이 쓰이는 건 단원들이다. 박 대표는 누구보다 단원들을 챙겼다고 자부했다. 그는 “지휘자도 중요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주인공은 단원들”이라고 했다. 지난 70년간 거쳐 간 단원들의 OB모임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에는 여든이 다 된 원로 단원이 모임에 참가해 박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자필 편지까지 건넸다. 두 차례 모임마다 50명에 가까운 단원들이 모였다. 밥 한 끼 대접했을 뿐인데 눈물겹도록 고마워했다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1년에 두 번씩 모임을 갖기로 약속했어요. 올해 6월에는 세월호 참사로 못 했고, 하반기엔 12월에 하기로 했는데… 못 하게 됐네요.”
앞으로는 어떡할 건지 물었다. 그는 우선 차분히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재기를 꿈꾸는 건 사치라고 했다. 그저 조용히 (현 상황을) 마무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선일보 박지현기자
김명지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어요. 지금 온 나라가 저를 이상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태로 나가면 제가 어디서 다시 일할 수 있겠어요.”
폭언과 성희롱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52)씨를 24일 인터뷰했다. 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해 일상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출근해서 주로 하는 일은 서울시 조사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박 대표에게 ‘직무배제’ 공문을 두 차례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시향 정관에 따르면 직무배제와 해임은 이사회 의결 사안이다. 그는 “폭로사건으로 나는 이미 불명예 상태가 됐다. (이런 시점에서는)내가 나가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서울시향은 26일 임시이사회, 30일에 정기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이사회는 시 기획조정실장,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과 박 대표를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얼마전 복도에서 마주친 여직원에게 ‘기분 좋냐’고 인사를 건냈는데, 이틀 뒤에 서울시로부터 ‘2차 피해가 우려되니 직무배제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인사하는 것도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서울시에 고발한 서울시향 직원 17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박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호소문을 쓴 직원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며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익명의 호소문을 통해 박 대표가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채용하는 등 인사 전횡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최근 그에 대해 “사람(직원)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는 데 대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정 감독이 진짜 그렇게 말한 것이 맞냐”고 수차례 되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서울시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전혀 놀랍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주전 주요 언론사 사회부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미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나. 정명훈 감독은 그대로 두고, 나를 정리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에게 가장 많이 섭섭하다. 폭로가 있기 전인 지난 1일에도 박 시장과 면담을 했다. 그 때 귀띔이라도 해 줬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 많이 억울해 하는 것 같다.
“애당초 이 자리가 시장님과 감독님이 부탁해서 온 자리다. 두 사람이 (나를) 싫다고 하면 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큰 누명을 쓰고, 살아갈 수 없다. 너무 억울하다. 내가 전혀 하지 않은 행위를 내가 한 것처럼 됐다. 지금 온 나라가 나를 이상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고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내 보낼 때 보내더라도 이렇게 내보내는 것은 안된다”
― 얼마 전 서울시경찰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주에 시의회가 끝났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서울시향 대표)에서 벌써 물러났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미련이 있는 게 아니다. 나의 명예가 달렸다. 익명의 17명이 사실 확인도 안된 것을 퍼뜨려 나를 마녀사냥하고 있다. 다수가 주장하면 팩트(사실)고, 한 명이 하는 말은 거짓말인가. 사실여부가 다수결로 결정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나의 억울함을 풀 길은 경찰조사 밖에 없다”
― 서울시 인권담당관 조사에 대해 ‘짜놓은 각본’이라고 했다
“서울시 인권담당관에게 내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솔직하게 진술하면 나쁘게 인용했다. 23일 서울시 감사실에서 나왔다. (직원들이 배포한) 호소문에서 제기한 ‘인사비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고 했다. 이 건은 지난해 나와 본부장, 관리팀장이 주의 조치를 받아 감사가 종결된 것이다.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입에 욕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지금까지 오래 일할 수 있었겠나? (정명훈 감독이)서울시향을 마음껏 주물렀는데, 내가 와서 불편해지니 내치는 것이다. 나도 지난 9월에 감독님에게 크게 실망했다. 이 외에 이번 폭로 사건으로 서울시향의 이미지도 크게 망가졌다. 투서를 언론에 유포한 직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투서를 언론에 배포한 직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박현정 대표, "정명훈 감독 아들의 69세 피아노 교사가 연봉 5700만원 받고 있더라"
막말과 성희롱 파문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반격의 대상은 정명훈 감독이었다. 박 대표는 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公私)를 구분 못하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을 바꾸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런 조직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삼성생명 임원 출신인 박 대표는 “서울시향을 지속 발전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고 싶었다. 누가 오더라도 발전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소한 결정들도 정명훈 감독의 결정으로만 이루어진다”고 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회견 내내 정명훈 감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향 비리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비난했다.
박 대표는 “과도하게 열심히 해보려고 하다가 좀 더 정제된 언어를 쓰지 못한 것에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떤 조사도 피하지 않겠다. 내가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보자. 감사원 감사를 적극적으로 받겠다. 오히려 감사원 감사에서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하겠다” 고 했다. 다음은 박 대표의 기자회견문 일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단체이자 이미지가 중요한 공연 단체의 장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그동안 있던 일을 말씀 드리겠다. 처음 2012년 가을에 서울시향 대표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나와 맞지 않아서 거절했다. 연말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명훈 감독이 모두 승낙했으니 꼭 와달라는 제안이 다시 들어왔고, 새로운 일이라 여기고 제안을 받아들여서 2013년 2월에 바로 이 자리에서 취임했다.
그런데 처음 왔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이렇게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고, 나태하고 조직이라고 할 수 없는 동호회 같은 문화에 놀랐다. 내가 냈던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었구나 라고. 그런 조직을 추스르고 제자리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그런 나태한 문화, 공사(公私) 구분 없는 문화가 익숙하던 조직이 체계화시키고 시스템화 시키려는 나의 목표와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연봉은 적지 않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면 대졸 초임이 3천만원인데, 6~7년차 직원들이 엑셀도 못하고 있었다. 초임이 3천만원 되는 직장 많지 않다. 취임해 보니 지난 8년간 서울시향이 연주했던 곡목 리스트조차 없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정리하라고 시켰더니 ‘내 일이 아니다’며 피해서 알바생을 불러서 정리했다. 이런 조직 문화에 나도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다.
그 와중에 인사제도를 개편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연봉이 인상되던 것을 승진제도를 도입하고 평점 제도를 도입했다. 정년 제도를 도입했다. 와보니까 작년에 69세인 분이 있었다. 정명훈 예술 감독의 처형의 친구이자, 정감독의 막내아들 피아노 교사였다. 그분은 연봉 5천 7백만원을 받으셨는데, 9년 전에 입사할 때도 59세로 이미 규정 위반이었다. 당시 대표가 채용 연령 제한으로 채용을 거부했는데, 정감독이 시장을 만난 3개월 후에 채용되었다고 한다. 작년에 정년제도가 생기면서 그분은 6개월치 위로금을 받고 퇴직하셨다. 올해 6월에 정감독이 그분을 다시 데려오라고 할 정도다.
지난 2년 가까이 직원들도 힘들었겠지만 나도 정말 힘들었다.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문화에서 시스템을 갖고 공조직처럼 만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년에는 예술감독 사모님이 집수리를 하는데 그동안 예술감독이 잠시 있으실 호텔비용을 줄수 있느냐고 비서가 물어왔다. 규정상 그건 안 되는 것이라 말하자, 비서는 ‘아, 아직 사모님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난 그녀에게 돈을 줄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지 받는 사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시향 지원 줄면 '결심'할 수밖에… 27일 마지막 지휘 될 수도"
[지휘자 정명훈, 빈 단독 인터뷰]
"박현정 시향대표 문제, 정리될 것… 오케스트라엔 지원 계속돼야
고액 연봉? 급여 안 받겠다면 시에서 지원 늘려줄 것인가"
30년 만에 여는 첫 리사이틀 "피아노 칠 때 가장 행복하다"
빈에서 만난 정명훈(61)은 활력이 넘쳤다. 지난 18일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정명훈은 세계 정상급 빈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 이번 시즌 새 프로덕션으로 올리는 오페라 '리골레토' 공개 리허설을 이끌었다. 지난달에도 이곳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한 정명훈은 빈 국립오페라 월간지 12월호 표지 모델을 장식했다. 구스타프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끌었던 빈 국립오페라는 유럽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서울시향은 정명훈의 사조직"이라며 공격한 데 대해,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이런 건 대답할 가치도 없고, 서울시향에 대한 시(市)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2006년 서울시향을 맡기면서 시에서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전용 홀은 시작도 못 했고 예산은 몇 년째 줄어들고 있다. 시향을 음악적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데 시의 지원이 올라가지 않고, 거꾸로 내려가면 나는 있을 이유가 없다." 지난 12일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때 지휘자 대기실에서 만난 정명훈 감독은 "시에서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27일 연주회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리허설을 마친 그와 늦은 점심을 할 때도 활기 있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빈 국립오페라극장 대표 도미니크 메이어(Meyer)도 함께한 자리였다. 19일 오전 2시간에 걸쳐 다시 정명훈의 격정 토로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
정명훈은 "서울시향의 음악적 수준을 책임지는 게 내 책임이다. 단원들을 음악적으로 잘 이끌면, 좋은 음악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 행정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내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고 말하니…"라고 했다. 바스티유 오페라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이든 오케스트라 운영을 맡지 않는 게 우선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난 행정은 모른다. 음악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10년만 잘 지원해주면 런던 심포니 같은 오케스트라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아래는 지난 18일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리골레토’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정명훈 지휘자. /빈=김기철 기자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수준까지 접근했다고 자평(自評)했다. "서울시향을 처음 맡을 때 도쿄 필하모닉을 따라잡는 게 일차 목표였다. 이제 도쿄 필은 넘어섰고 말러 교향곡만 따지면 NHK 심포니보다도 훌륭하다. 평균적 레퍼토리는 아직 못 미치겠지만. 지난 8월 런던 프롬스 축제 연주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보다 뛰어났다. 차이콥스키 '비창'을 우리만큼 열심히 갈고닦은 곳은 없으니까."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서울시향 프롬스 공연에 대해 '최고의 연주'라며 별 다섯 개 만점을 줬다.
정 감독은 런던 심포니 같은 오케스트라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다. 애초 시의 약속대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전용 홀을 만들고 하면, 10년 안에 런던 심포니 수준에 도달하는 걸 보증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달라고 해놓고 왜 발목을 잡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렇게 예산을 줄이면, 내년 4월 미국 순회공연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몇 달 전부터 티켓은 팔려나가고 있는데…. 서울시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향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LA 월트디즈니홀, 시카고 심포니센터 등 미국의 대표적 콘서트홀 7곳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정 감독은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비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렇게 사람(직원)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면 같이 일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서도 "성과를 보고 얘기해야지, 그만한 가치가 없다면 왜 그런 돈을 주겠는가. 내가 돈 안 받고 일하겠다면 해결되는가"라고 했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를 맡을 때는 8년간 급여를 특별 펀드에 넣게 해서 단원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썼고, 나머지는 한인 교회에 기부했다"는 얘기도 했다. "지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시에서 오케스트라 지원을 몇 배로 늘려주겠는가?"
지난 9월 초 전격 사임한 프란츠 벨저-뫼스트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 후임으로 정 감독이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바로 물었다. "좀 더 젊었을 때라면 커리어를 위해 생각해봤겠지만, 지금은 전혀. 난 그런 책임지는 자리 싫어요. 가끔 오페라나 지휘하면 되지."
◇피아니스트 정명훈
박현정 대표가 정 감독을 비판한 것 중 하나가 "대표 승인 없는 영리 활동"으로 지목한 정 감독의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정 감독은 작년 말 낸 첫 피아노 솔로 음반 발매에 맞춰, 전국 순회 음악회를 열고 있다. 피아노 리사이틀로는 30여년 만에 여는 것이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둘 중 하나만 택하라면, 난 피아노를 택할 거예요. 예전엔 완벽을 지향했다면, 지금은 순수한 것을 추구하는 거지요." 그가 추구하는 순수함이란? "피아노 앞에 앉으면 잡념도, 스트레스도 사라져요. 이젠 피아노를 치면서 집을 짓는다는 생각은 버렸어요. 내가 음악가로서 하고 싶은 얘기는 피아노로 가장 잘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는 청중과 일대일로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요."
정명훈은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피아노 연습을 하러 간다며 일어났다. 빈과 베네치아를 오가며 지휘할 때도, 프로방스 집에 머물 때도, 연습을 빠트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명훈은 오는 27일 낮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고, 저녁에는 서울시향의 베토벤 '합창'을 지휘한다. 그는 "하루에 리사이틀과 베토벤 합창 지휘를 하는 건 평생 처음"이라고 했다.
[정명훈의 연봉, 적절한가]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정명훈 예술감독이 2006년부터 9년간 받은 돈이 140억원이라고 밝히면서 고액 연봉 논란이 일었다. 연봉 15억원이 넘는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미국에서 연 100만달러 이상 받는 지휘자는 217만달러(약 24억원)를 받은 리카르도 무티(시카고 심포니)를 비롯, 마이클 틸슨 토머스(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203만달러(약22억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193만달러(약21억원), 샤를 뒤투아(필라델피아)가 164만달러(약18억원), 제임스 레바인(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 152만달러(17억원) 순이었다.
정명훈이 2005년 예술고문으로 영입되기 직전, 서울시향의 티켓 판매율은 38.9%였으나 올해엔 92.1%로 수직 상승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도맡는 공연기획사 빈체로 송재영 부장은 "정명훈의 서울시향 연주력이 올라가면서 가격이 비싼 해외 교향악단 티켓이 잘 안 팔릴 정도"라고 했다.
연봉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는 얘기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박현정 대표 겨냥해 "이것은 인권 문제…나는 그만두겠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종합연습실에서 단원들에게 최근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와 관련해 일어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정명훈(61)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0일 박현정(52)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이사의 ‘폭언·성희롱 논란’에 대해 “이것은 인권에 대한 문제”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 공연 리허설을 위해 모인 단원 100여명 앞에서 “이것(박 대표 문제)을 알게 된 지가 일 년도 넘었다”면서 “처음에는 박 대표가 일 잘 하는 것 같고 영리해서 좀 참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했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그런데 직원들이 한 사람씩 그만두기 시작했다”며 “(나도) 할 수 없이 서울시에 6주 전 ‘이런 것을 보고는 못 견디겠다. 나도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로 끝나게 돼 있다. 이날 정 예술감독의 발언은 서울시향 예술감독직과 관련해 더 이상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월 14일 ‘박 대표로부터 폭언·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서울시향 직원들의 탄원서가 정 예술감독을 통해 박원순 시장에게 접수돼, 박 시장이 조사와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정 예술감독은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나에 대한) 이상한 말이 나돈다”며 박 대표의 최근 기자회견을 겨냥하는 듯한 말도 했다. 지난 7일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 예술감독이 서울시가 정 감독과의 재계약을 간절히 원하는 점을 이용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나의 교체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예술감독과 박 대표의 갈등은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박 대표로부터 막말·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당해 왔다’고 주장하는 호소문을 배포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직원들은 박 대표가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 장기라도 팔아라” “너는 (술집) 마담을 하면 잘 할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하고, 남자 직원의 주요 부위를 만지려 하는 등의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가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부당하게 채용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규정을 개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 대표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향이 정 예술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막말·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의 호소문을 서울시 정무라인이 다듬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