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살 "당신들 파산 계획은 잡혔나" 리먼 "당신에게 맨 처음 연락했다"
마살 "구조조정 맡을 지 생각 좀…" 리먼 "파산 발표까지 2시간 남았다"
현금 유동성 현황 물으니… "한 푼도 없다"
구제금융 등 사전대응으로 피해 줄였어야… 美정부, 다른분야에 충격 가도록 방치한셈
리먼, 골드만삭스 앞지르려다 무리수 뒀다
수익에 대한 욕심 너무 커… 위험관리 못해,
몰락의 원인은 '항상 해낼 수 있다'는 過信
2008년 9월 14일 일요일 저녁 뉴욕의 한 아파트에 전화벨이 연달아 울렸다. "리먼 브러더스인데, 남편분과 통화를 원합니다" 하는 다급한 목소리에도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바꿔주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만큼은 서재에서 홀로 미식축구 보는 걸 낙으로 삼는 남편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남편 회사 핵심 임원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긴급 상황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리먼에 큰일이 생긴 것 같아요. 회장님을 찾으니 지금 알려 드리는 번호로 전화해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 ▲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뉴욕거래소 앞의 한 투자자가 주식보다 실물이 더 안전하다는 뜻에서‘이 황금 소(모형)를 사라’ 고 적힌 광고판을 들고 있다(위 사진). 한편 이날 리먼 브러더스 본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직원들이 짐을 챙겨 빠져나오고 있다(아래 사진). / 블룸버그
밤 10시 30분. 남편이 전화를 거니 "리먼 브러더스 이사회의 OO"라는 사람이 받았다.
"우리 회사가 곧 파산을 신청할 겁니다. 구조조정을 맡아주십시오."
그 남편이 바로 구조조정 컨설팅 회사인 알바레즈앤마살(A&M)의 브라이언 마살 회장이었다. 그는 파산 당일 리먼에 CRO(최고구조조정임원)로 들어갔고, 한 달 뒤 CEO까지 겸직하면서 3년간 리먼을 지휘했다. A&M은 지금도 리먼의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인데, A&M이 리먼 이사회로부터 받은 보너스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살 회장은 2001년 분식 회계 스캔들 '엔론 사태'로 파산한 회계 전문 컨설팅 회사인 아서 앤더슨의 정리 절차도 맡았다.
최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마살 회장을 A&M 한국 지사(부대표 서동욱)가 있는 서울 센터원 빌딩에서 만났다. 그는 2m에 가까운 키에 100kg이 넘는 거구였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포즈를 취하면서 "나를 좀 날씬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파산 발표 2시간 전 연락한 리먼 "현금 전혀 없다"
―리먼 이사회와 첫 통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까?
- ▲ 브라이언마살 회장
"세 가지 질문부터 했어요.
첫째는 '지금 현금 유동성이 얼마인가'를 물었습니다.
유동성은 위기에 빠진 기업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답은 '전혀 없다'였어요.
은행에서 모든 자금을 회수해 갔다는 것입니다.
둘째 질문은 '파산 신청에 대해 어느 정도 계획이 수립돼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답은 '당신에게 처음 전화했다'였습니다.
셋째는 '내가 이 일을 맡을지 말지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있나'였습니다.
그는 '두 시간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유럽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2시간 전인데,
그때까지 파산을 선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두 안 좋은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락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맨해튼의 리먼 본사로 출근했는데, 많은 직원이 짐을 싸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리먼 사태가 역사상 최대 파산이자,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초래할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까?
"(단호하게) 아닙니다.
당시 리먼의 파생상품 규모가 39조달러인 줄도 몰랐고,
계약 120만건이 연관된 것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버냉키도, 가이트너(당시 뉴욕 연준 총재)도, 폴슨(당시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계의 어떤 인사도
리먼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을 겁니다.
베어스턴스가 구제 금융을 받고 JP모건에 인수돼 이해관계자 및 관련 산업 피해를 최소화했던 것처럼
리먼 역시 사전(事前) 대응을 통해 파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미국 정부의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리먼이 사업을 접도록 한 것은 옳은 결정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야에도 그런 엄청난 충격이 가도록 했던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리먼을 접수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입니까?
"현금부터 모으려고 했습니다.
현금(유동성)이 있으면 시간을 만들 수 있고,
시간이 있으면 여러 가지 선택이 생기게 되니까요.
특히 리먼의 자산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손상되는 자산(폭락하던 부동산 등)이라서 빨리 현금화하려고 했습니다."
―리먼 CEO로서 들여다보니 상황이 어땠습니까?
"수익에 눈이 멀어 위기관리 경영이 전혀 안 되고 있었습니다.
위기에 취약한 부동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지나친 차입 의존,
부족한 현금과
유동성 관리 미흡 등
총체적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 이기려는 강박관념이 리먼 쇼크 촉발
―리먼 사태의 교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두 가지입니다.
수익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점은 제가 경험했던 리먼 브러더스, 아서 앤더슨 등 모든 부실 회사에서 발견된 공통점입니다.
더욱이 리먼 경영진은 골드만삭스를 이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악의가 있거나 똑똑하지 않아 이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늘 홈런을 칠 수 있다'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겁니다.
하지만 매번 홈런을 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리먼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도 사업을 정리하는 상태이며,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 신고된 채무는 1조2000억달러, 남은 자산은 200억달러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채무액이 신고액의 4분의 1 수준인 3000억달러로 줄어들었고, 자산 가치는 4배 정도 높아진 800억달러가 됐습니다. 채권단은 만족해서 우리에게 엄청난 보너스도 줬습니다. 수수료 외에 12억5000만달러를 줬습니다."
―한국 기업에 대한 큰 비판 중 하나가 지배 구조와 '거수기'로 불리는 이사회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리먼이나 엔론 같은 미국 기업도 결국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 한 거 아닌가요?
"사실 리먼 이사회는 제대로 기능을 못 했습니다.
물론 이사들은 훌륭하고, 독립적이고,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에 고작 4~5일 일하는데,
그 짧은 기간에 복잡한 사정을 다 이해하고 리스크에 대해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 측의 위험에 대한 보고도 아주 부실했고요."
부실기업의 공통점은 과다 차입과 혁신 부족
―지금까지 몇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맡았습니까?
"우리 회사 차원에서는 3000~4000개 정도 했습니다.
기업 회생이나 회복 작업입니다.
그중 80%가 미국 기업이고, 나머지 20%는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입니다."
―문제가 생기는 기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과다한 차입금, 단기 부채 과용 등 리스크 관리 부족입니다.
혁신 부족도 있습니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끊임없는 자기 혁신은 필수입니다."
―성공하는 구조조정의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주, 채권자, 임직원 세 이해 당사자 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한 집단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구조조정은 흑백이 분명한 프로세스가 아닙니다.
회색 지대(gray zone)가 존재하며,
이해관계자 집단 간 균형을 맞춰가는 작업이 현실적인 최선책이죠."
―부실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 위험 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둘째, 유동성 관리입니다. 장기적 투자나 자산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장기성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5~7년마다 경영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속적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합니다."
조선일보에서 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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