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동맥·성

오래 앉아 일하면 1시간마다 꼭 스트레칭 <- 혈전증(뇌혈전,심근경색)

modest-i 2014. 11. 27. 23:08

요즘 일교차 심한데…혈전과의 혈전을 대비하세요

혈관 수축돼 피 굳으면 뇌졸중·심근경색 유발
美·유럽선 37초마다 1명씩 혈전질환으로 사망
오래 앉아 일하면 1시간마다 꼭 스트레칭 해야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피부와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잘 발생한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은 다리의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주는 심부정맥이 막히는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온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는 김영준 씨(45)도 최근 일하다가 갑자기 숨이 막힐 정도로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진단 결과, 김씨 병명은 혈액순환 장애로 생긴 심부정맥혈전증이었다.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정맥혈전증의 주범은 `혈전(血栓ㆍ피떡)`이다. 혈전은 혈관을 막기 때문에 흉통이나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ㆍ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기 쉽다"며 "이것이 반복되면 심혈관이 좁아진 부위에 혈전이 달라붙어 혈액 흐름을 차단해 심장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를 일컫는 말이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 혈관을 막는 것을 색전증(塞栓症)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급성 심근경색 및 뇌졸중은 동맥 부위에 혈전색전증이 생긴 경우에 해당한다. 김씨가 진단받은 `심부정맥혈전증`은 정맥 계통에 일어난 혈전색전증에 속한다. 정맥혈전증은 혈관 내에서 혈액순환이 정체되며 젤리 형태로 굳어져 발생하는데,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다리 정맥 내에 혈전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다리나 폐에 흘러들어가 혈액의 흐름을 막는다. 특히 혈전이 정맥을 따라 폐로 들어가 발생한 `폐색전증(肺塞栓症)`은 갑작스럽게 호흡이 힘들고 빨라진다. 심하면 실신, 청색증, 가슴통증, 기침, 객혈 등이 발생하고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혈전은 오랫동안 고인 물처럼 혈액 오염과 혈관 노화에 의해 생긴다. 혈관벽은 혈액 흐름과 가까운 순서대로 내막, 중막, 외막 등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은 탄력을 잃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여기에 과식이나 과음, 운동 부족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이 이어지면 혈액과 직접 닿는 `혈관내피`에 혈액 속 지방이나 유해 콜레스테롤이 들러붙는다.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출동하는 것이 `대식세포(macrophage)`로 지방과 유해 콜레스테롤을 먹어 치운다. 문제는 유해물질을 모조리 먹어 치운 대식세포가 통통하게 살이 쪄 그대로 혈관 내벽에 붙어 `플라크(plaque)`라고 불리는 흐물흐물한 혹을 형성하게 된다. 이 플라크는 쉽게 벗겨지거나 찢어져 그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 다량의 혈소판이나 백혈구가 모여 핏덩어리를 만들게 된다. 이게 바로 혈관을 막는 `혈전`이다. 혈전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져 혈관을 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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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을 비롯한 혈관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지질이상증, 흡연 등 4개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에게서 발병하기 쉽다. 혈압은 혈액이 혈관 속을 흐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혈관의 노화 상태를 잘 반영한다. 혈관이 단단해져 유연성을 잃으면 혈액 흐름이 나빠져 심장이 혈액을 내뿜을 때 혈관 내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고혈압이다. 당뇨병도 혈관에 좋지 않다. 당분을 많이 포함한 혈액이 혈관 속으로 계속 흐르면 혈관이 노화된다.

김유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관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혈류가 감소하고 혈관 안에 피떡(혈전)이 잘 생겨나 심근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쌀쌀해지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거나 관상동맥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혈전증에 따른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혈전증은 미국과 유럽에서 무서운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37초마다 1명꼴로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으로 사망한다.

이처럼 혈전증은 무서운 질환이지만 한국은 심각성이나 구체적인 위험신호, 증상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엘헬스케어가 최근 `세계 혈전의 날`(10월 13일)을 맞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혈전이 위험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1%에 그쳤다.

혈전증 예방과 치료는 올바른 식ㆍ생활습관, 약물 복용, 수술로 할 수 있다.

동맥혈전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과식을 해선 안 된다. 술과 흡연을 삼가것도 도움이 된다. 동맥혈전증을 예방하는 의약품은 주로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등과 같은 항혈소판제다. 정맥혈전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장기간 운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술 환자는 수술 후 조기 보행이 권장된다. 영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90분 동안 앉아 있을 경우 무릎 뒤 혈류가 반으로 줄고 혈전 생성 위험은 2배로 증가한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자주 발과 다리를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며 "좁은 좌석에 앉아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할 때도 물을 자주 마시고 1시간 간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맨손체조, 스트레칭을 해주면 혈전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물망을 이용해 혈전으로 막힌 뇌혈관을 90% 이상 제거하는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장경술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장(신경외과 교수)은 "혈전 용해제는 혈전을 서서히 녹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뇌경색의 50% 이하만 뚫을 수 있고 용해제 용량을 많이 쓰면 혈관이 터질 수 있다"며 "그러나 그물망을 이용한 뇌혈관 기계적 재개통술은 혈전을 조각낸 후 카테터 안으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에 기존 혈전 용해술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기계적 재개통술은 혈관을 막은 혈전에 미세한 마이크로 와이어를 관통시킨 후 와이어를 따라 혈전 부위에 관을 넣는다. 이후 관을 빼면 관 속에 있던 그물망이 펴지면서 혈전을 꽉 잡게 되고 그물망을 빼면 혈전이 함께 제거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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