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국이 이집트보다 잘살까?
‘영국이니까, 이집트니까’라는 대답만으로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만 같았던 질문에
저자들은 ‘왜’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일부 사회가 가난한 이유는 지리ㆍ문화적 요인 때문이 아닌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도자의 실수나 무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말이다.
저자들은 오늘날 ‘국가가 왜 실패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각 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다시 영국과 이집트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영국이 이집트보다 잘사는 이유는
1688년 영국에서 정치는 물론 경제 환경까지 탈바꿈시킨 혁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민이 투쟁을 통해 더 많은 정치적 권리를 획득했고,
그런 권리를 사용해 경제적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ㆍ경제적 항로를 경험했고,
그 변화는 산업혁명으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이집트까지 파급되지 못했고,
이집트는 영국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독립과 군주제 타도의 과정이 있었지만,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일반 대중의 번영에는 무관심한 엘리트층의 손에 권력을 쥐어주었을 뿐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들은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잉글랜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역사에서 발견한 주목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지 말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예는 바로 남한과 북한이다. 저자들이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에 따르면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는 것이다. 또 한 국가의 운명은 경제적 요인에 정치적 선택이 더해질 때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바는 간단하다.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다.
바로 이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상호작용이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1600년 잉글랜드 왕실의 힘은 프랑스와 에스파냐에 비해 약했기 때문에,
대서양을 통한 무역은 잉글랜드에 더 폭넓은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는 길을 열어주었지만, 프랑스와 에스파냐에서는 왕실의 힘만 강화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앞서 영국과 이집트의 예에서 보았듯
산업혁명이 유독 영국에서 싹이 터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포용적인 경제제도 덕분이었다.
물론 이런 경제제도는 명예혁명이 가져다준 포용적 정치제도의 기반 위에 마련된 것이다.
명예혁명은 경제적 필요성과 사회적 열망에 한층 더 민감한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오늘날 북한의 생활수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와 비등하다.
남한 평균 생활수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북한이 왜 이토록 완연히 다른 운명의 길을 걸었는지, 그 해답 역시 제도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남한이 북한과 완연히 다른 경제제도를 갖게 된 것은
사회구조를 결정한 이들의 이해관계와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한은 포용적 경제제도, 다시 말해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포용적인 경제제도가 도입되면 경제활동이 왕성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사정이 달랐다. 권력이란 누가 쥐고 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일부 개인이나 집단은 착취적 제도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착취적 제도는 그 근본 논리만 보더라도 착취할 만한 부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 성격상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기술적 진보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 경제활동을 자극할 만한 인센티브(유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저자들은 오늘날 국가가 경제적으로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 ‘착취적 제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실패한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각 나라의 역사와 사회구조가 다르므로 구체적 내용이 다를 수는 있지만
착취적 제도가 끈질기게 계속되는 이유는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서로 지탱해줌으로써
점진적인 개선을 방해하는 엄청난 장애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순환 고리가 두고두고 반복되며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면 포용적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포용적 정치제도 덕분에 포용적 경제제도가 마련되면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힘을 얻는 사회계층이 한층 더 넓어지며 정치면에서도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게 된다.
결국 이 책이 계속 강조하듯이, “오늘날 국가의 정치ㆍ경제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단 사회가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된 이후에는 그런 경향이 지속되는 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제도 내에 포용적 요소가 이미 어느 정도 존재한다거나, 기존 정권에 대한 투쟁을 이끌 광범위한 연합세력이 있다거나, 아니면 ‘역사의 우발성’만으로도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국민이 어떤 경제제도하에서 살게 될지는 정치 과정을 통해 결정되며,
이를 대리인으로서 수행하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한 나라의 성패를 결정하는 데 ‘누가’ 어떤 제도를 만드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 제임스 A 로빈슨 출판사 서평에서
각색 모디스티 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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