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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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제3편 〈모공(謀攻)〉
전쟁에서 최상의 전법은 적의 모략을 깨뜨리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외교를 끊어 놓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군대를 치는 것이며,
최하의 방법은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해설
지략으로 이겨라
손무의 전쟁 사상에서 뛰어난 점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손무는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전쟁을 치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첫째, 벌모(伐謀)이다.
벌모는 지략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지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면 창칼 앞에서 서로 다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지략으로 상대의 모략을 깨뜨리는 데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조조는 이 단락에서 ‘적이 막 전쟁 계획을 수립했을 때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敵始有謀, 伐之易也)’라고 부연 설명하였다.
적이 전략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고 할 때는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대의 작전이 제 모습을 갖추지 않은 어수선한 때를 틈타 적의 의도를 미리 꺾어 놓는다는 뜻이다.
전쟁은 힘의 대결이 아니다.
힘이 부족함을 걱정하지 말고 맞서 싸울 지략이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
둘째, 벌교(伐交)이다. 벌교는 주변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외교는 나와 주변 국가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감히 쳐들어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외교를 통해 적국과 적국 동맹국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와해시키거나 고립시킬 수도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해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적국은 결국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강화를 요청하거나 항복해 올 것이다. 이 전략은 각 주변 국가들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각국의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강국과 약국, 강한 군대와 약한 군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외교 관계는 물질적인 출혈을 크게 요하지 않으니 오히려 약자일수록 외교 관계를 잘 활용하여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거나 나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벌병(伐兵)이다. 모략을 이용하거나 외교 수단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지만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공격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손무는 이 벌병의 방법이 이상적인 대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 《손자병법》 13편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군대와 군대가 서로 싸우는 경우를 대비하여 어떻게, 어떤 장소에서, 언제 싸우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싸움의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것,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 그리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벌병의 방법을 써야 할 때는 가능한 한 이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공성(攻城)이다. 공성은 적국의 성을 공격하여 무너뜨림으로써 오갈 데 없는 적군의 항복을 받아 내는 방법이다. 공성은 제시된 네 가지 방법 가운데 가장 하책이어서 손무마저도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 부득이하여 쓰는 방법(攻城之法, 爲不得已)’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성을 공격하는 방법은 공격하는 사람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자원 낭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먼저 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방어용 방패나 엄호용 수레, 공성용 장비를 준비하는 데 3개월이 걸린다. 공성용 흙산을 쌓으려면 또 3개월이 걸린다. 공격을 오래 감행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장수는 초조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결국 휘하의 병사로 하여금 성벽을 오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그 가운데 3분의 1의 병사가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고도 성을 무너뜨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공성의 방법을 어찌 하책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준비 과정에서 체력과 자원을 모두 소진한 상태가 된다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이 바로 공성의 해로움이다.
해석
벌모와 벌교를 이용하면 무력적 제압을 가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를 제지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이야 말로 ‘적과 싸우지 않고 온전히 굴복시키는(不戰而屈人之兵)’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춘추 시대 장의는 세 치 혀를 무기로 초나라와 제나라의 관계를 무력화시키고 진나라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제갈공명은 빈 성으로 적을 혼란하게 만드는 계책을 써서 위나라 사마의의 15만 대군을 물러가게 했다.
정면으로 싸워 이기는 것만 멋있는 승리는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으뜸이요, 고수들만의 전략이다.
손무의 이러한 전쟁 철학은 전쟁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방향을 기본 관점으로,
이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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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풀이
- ・ 謀 : 꾀 모, 지략 모
- ・ 交 : 사귈 교
- ・ 兵 : 병사 병, 무기 병, 전쟁 병
- ・ 攻 : 칠 공
- ・ 城 : 성지 성
글
이현서 집필자 소개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석사와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 사건과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열국지》 계열 문학작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며, 고대 병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펼쳐보기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석사와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 사건과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열국지》 계열 문학작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며, 고대 병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 연구 논문을 다수 발표하였으며, 역서로는 《삼국지사전》(공역), 《도설천하 손자병법》, 《송원화본》 등이 있다. 현재 경인여자대학교 차이나비즈니스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석사와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 사건과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열국지》 계열 문학작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며, 고대 병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
현대인을 위한 고전 다시읽기 - 손자병법 | 저자이현서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뛰어난 심리 전술의 대가, 손자의 어록에 담긴 전승의 비법! 열다섯 가지 주제를 선별해 그에 맞는 구절을 가려 뽑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뛰어난..
원문
故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고용병지법, 십즉위지, 오즉공지, 배즉분지, 적즉능전지, 소즉능도지, 불약즉능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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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
고용병지법, 십즉위지, 오즉공지, 배즉분지, 적즉능전지, 소즉능도지, 불약즉능피지.
제3편 〈모공(謀攻)〉 용병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병력이 적의 10배면 포위해서 굴복시켜야 하고,
적의 5배면 공격하며,
2배일 때에는 계략을 세워 적을 분산시킨다.
적의 병력과 비등하면 적의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하고,
병력이 적군보다 적으면 적을 피해서 적과 싸우는 상황을 모면해야 하며,
모든 면의 조건이 적군에 미치지 못하면 과감하게 철수해야 한다.
해설
후퇴할 줄 아는 용기
지략으로 상대를 대적하지 않고 성을 공격할 때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성을 공격할 때는 먼저 아군과 적군의 병력 규모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부터 가늠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손무는 아군의 병력이 적의 10배 정도면 성을 포위할 수 있고, 5배 정도면 성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병력이 적의 2배 정도가 되면 계략으로 적을 분산시켜야지 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무리다. 병력이 엇비슷한 상황이라면 적의 공격에 맞서 싸울 수 있지만, 엇비슷한 정도도 안 된다면 과감하게 철수하여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도망을 가는 것은 장수로서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까?
기원전 496년, 오나라의 왕 합려는 월나라로 쳐들어갔다가 월왕 구천(勾踐)에게 패하였다. 화살에 맞아 크게 다친 합려는 그의 아들 부차(夫差)를 불러 자신의 원수를 꼭 갚아 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부차는 매일 아버지의 유언을 잊지 않으려고 거친 풀숲에서 잠을 잤다. 또 방 앞에 사람을 세워 자신이 출입할 때마다 “부차야, 아비의 원수를 잊었느냐!”라고 외치게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월나라 왕 구천은 기선을 제압하고자 오나라를 먼저 쳐들어갔으나 대패하였고 월나라의 수도마저 포위되고 말았다.
싸움에 크게 패한 구천은 얼마 남지 않은 군사를 거느리고 회계산(會稽山)에 피신해 있다가 결국 오나라에 항복하였다. 포로가 된 구천과 신하 범려는 3년 동안 부차의 노복으로 일하면서 온갖 모욕을 다 겪었다. 그는 월나라가 영원히 오나라의 속국이 될 것을 맹세하고 나서야 겨우 목숨만 건져 월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잠자리 옆에 쓸개를 매달아 놓고 앉거나 눕거나 늘 쓸개를 핥아 쓴맛을 되씹으며 “너는 회계에서의 치욕을 잊었느냐!” 하고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이후 구천은 오나라 부차가 중원을 차지하려고 북벌에만 신경을 쏟는 사이에 자신의 백성들을 위로하고 나라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갖가지 정책을 실시하였다. 줄어든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한 법령도 마련하고, 형벌과 부세도 줄였다. 스스로 고기반찬을 먹지 않고 비단옷도 입지 않았다. 반대로 오나라에게는 계속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도록 하여 자신의 의중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 마침내 오나라에 빈틈이 생기자 월나라 구천은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결국 오나라는 멸망하고 부차는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위의 이야기는 바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유래가 된 역사의 사건이다. 월나라 구천은 정확한 비교분석 없이 오나라 부차를 공격하였다가 오히려 그들의 포로가 되었다. 그제야 구천은 오나라 부차와 정면 대결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확실하게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부차의 말을 키우고 씻기며 귀국하는 날까지 속내를 감춘 구천이지만, 3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매일같이 이를 갈며 복수의 날을 꿈꾸었으리라.
흔히 전쟁에서 후퇴하거나 철수라도 하면 비겁한 겁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후퇴나 철수에도 대단한 용기와 안목이 필요하다. 구천이 회계산에서 오나라에 항복한 것은 스스로 자존심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월나라 군대가 얼마나 불리한 형세에 처했는지 알고 항복하는 시기를 정확하게 읽어 냈기 때문에 완전히 패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구천이 만약 회계산에서 항복하지 않고 자존심으로 버텼더라면 오나라를 공격할 기회를 영영 얻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해석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는 패배의 의미가 아니라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기회를 남겨 준다. 구천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지 않고 항복을 선택한 것은 바로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36가지 병법 전술을 담고 있는 삼십육계(三十六計)의 마지막 계(計) 역시 ‘도망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주위상(走爲上)’인 것도 후퇴가 전쟁에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덕목임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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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풀이
- ・ 敵 : 대적할 적
- ・ 逃 : 도망할 도
- ・ 避 : 피할 피
원문
-
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是謂縻軍.
부지군지불가이진이위지진, 부지군지불가이퇴이위지퇴, 시위미군.
-
不知三軍之事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
부지삼군지사이동삼군지정자, 즉군사혹의.
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是謂縻軍.부지군지불가이진이위지진, 부지군지불가이퇴이위지퇴, 시위미군.不知三軍之事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부지삼군지사이동삼군지정자, 즉군사혹의.不知三軍之權而同三軍之任, 則軍士疑矣.부지삼군지권이동삼군지임, 즉군사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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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知三軍之權而同三軍之任, 則軍士疑矣.
부지삼군지권이동삼군지임, 즉군사의의.
제3편 〈모공(謀攻)〉
군대가 진격해서는 안 되는 상황임을 알지도 못하고 진격 명령을 내리거나,
군대가 후퇴해서는 안 되는 상황임을 알지도 못하고 후퇴 명령을 내리는 경우를 고삐에 매인 군대라고 한다.
군주가 군대의 내부 사정을 모르면서 군사행정에 간섭하는 경우는 군사들이 미혹에 빠질 수 있다.
군주가 전쟁의 임기응변을 모르면서 임무에 간섭하는 경우는 군사들이 의심을 품을 수 있다.
해설
군대를 위태롭게 하는 군주
삼군(三軍)이란 군대를 총칭하는 말이다. 정(政)은 군대 내의 행정을 가리키며, 권(權)은 임기응변, 권모술수를 가리킨다.
군주가 나라 정치를 잘한다고 해서 군대를 잘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를 많이 한 장수라도 반드시 나라 정치까지 잘 해내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나라 정치를 맡은 군주와 군대를 맡은 장수가 서로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손무는 군주가 장수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화합할 것을 주장한다. 아울러 잘못된 군주의 행동이 군대에 해를 끼치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군주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군대를 속박하는 군주이다. 군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모르는 군주가 진격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진격 명령을 내리거나, 후퇴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후퇴 명령을 내릴 경우 이에 속한다.
소에게 고삐를 씌우면 소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듯이, 군주가 군대의 작전명령에 관여하는 것은 군대에 고삐를 씌운 것과 같아 군대를 속박하는 결과를 낳는다. 적군이 방심하는 기회를 틈타 아군이 적군을 공격하려 해도 상황을 잘 모르고 내리는 군주의 작전명령은 아군이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주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둘째, 군대를 미혹시키는 군주이다. 군대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군사(軍事)에 관한 행정 및 재정에 관여하는 군주는 군대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말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것과 군대를 운용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는 조정에 간섭하지 않았고, 조정에서는 군대에 간섭하지 않았다(軍容不入國, 國容不入軍).”라고 조조는 말했다.
예의규범으로 다스려야 하는 국가 정치와 냉철한 판단력과 작전명령으로 군대를 지휘해야 하는 전쟁터는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군주가 욕심을 부려 섣불리 군대에 관여했다가 오히려 더 혼란과 미혹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 군주는 살펴 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병사들이 의심을 품게 하는 군주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수의 임기응변과 권모술수 능력이다. 그런데 어떻게 지휘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위험을 극복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군주가 군대에 간섭한다면 군대 병사 간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다. 한 번 생긴 내부 불신을 회복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군대는 군대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고, 군주는 군주로서 맡은 임무가 따로 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해야 할 영역과 장수가 해야 할 영역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군주는 나라에 걱정만 끼치는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 통찰력 없는 군주가 군대마저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군대는 혼란스러워질 뿐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모든 군주 된 자들은 이 세 가지를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해석
군주가 자기의 절대 권력에 취하면 군대를 속박하고, 미혹되게 하고, 의심하게 만들기 쉽다. 군주의 생각 없는 행동으로 군대가 구속당하고 미혹에 빠지고 의심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은 그 틈을 이용해 공격해 올 것이다. 이는 곧 스스로의 군대를 어지럽게 만들어 적국에게 승리를 갖다 바치는 격이다. 손무는 군주가 이러한 ‘난군인승(亂軍引勝)’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당부하였다.
여기에서 군주라는 단어를 리더로 바꾸어 읽어도 똑같다. 회사를 마치 내 개인의 소유물인 양 리더 혼자 좌지우지하면 위험하다. 모든 일을 일일이 관여하고 간섭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더도 잘못이다. 적당한 선을 찾아 자신의 자리와 본분을 지킬 줄 아는 리더가 현명한 리더다.
원문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全卒爲上, 破卒次之. 全伍爲上, 破伍次之.전국위상, 파국차지. 전군위상, 파군차지. 전려위상, 파려차지. 전졸위상, 파졸차지. 전오위상, 파오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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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全卒爲上, 破卒次之. 全伍爲上, 破伍次之.
전국위상, 파국차지. 전군위상, 파군차지. 전려위상, 파려차지. 전졸위상, 파졸차지. 전오위상, 파오차지.
제3편 〈모공(謀攻)〉
적국을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상책이며,
적국을 무너뜨려 이기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군대를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상책이며, 적의 군대를 무너뜨려 이기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려(旅)를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상책이며, 적의 려를 무너뜨려 이기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졸(卒)을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상책이며, 적의 졸을 무너뜨려 이기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오(伍)를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상책이며, 적의 오를 무너뜨려 이기는 것은 차선책이다.
해설
온전히 이기는 승리
고대 중국에서 군(軍)은 12,500명, 려(旅)는 500명, 졸(卒)은 100명, 오(伍)는 5명으로 구성되었다. 군, 려, 졸, 오는 대표적인 군대의 편제 단위를 말한다.
손무는 살육하지 않고 혹은 사상자를 최소한으로 하여 적국이 온전한 상태인 채로 항복하게 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라 생각했고, 아군이든 적군이든 싸워서 무너뜨려 이기는 것은 차선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를 온전히 한다는 전국(全國)은 사상자 없이 온전한 모양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고, 나라를 깨뜨린다는 파국(破國)은 무너뜨리고 깨뜨려 사상자를 많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국과 전국, 깨뜨린다는 것과 온전히 한다는 것은 상반된 개념이다.
손무는 당시 일반적으로 자행되던 깨뜨리는 전쟁 파국에서 온전한 전쟁인 전국으로 전쟁의 형태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전국과 파국이라는 상반된 개념으로 이상적인 전쟁과 비이상적인 전쟁, 고차원적인 전쟁과 저차원적인 전쟁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손무가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손무에게 전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싸움의 ‘목적’이 아니라 내 나라와 백성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나라와 백성을 고통에 빠뜨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고, 아군의 힘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상대가 온전한 상태에서 승리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군형〉 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손무의 ‘전승(全勝)’ 사상이다.
100명의 적을 없애려다 내 병사가 90명이 죽었다면 과연 잘 싸운 전쟁일까? 상대 기업을 파멸로 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결과 내 기업이 휘청거리게 되었다면 과연 잘 싸운 싸움일까? 나를 괴롭힌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다 나의 장래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면 나는 과연 올바른 싸움을 한 것일까? 파괴되고 부서지고 쪼개져 상처투성인 승리, 이겼지만 이겼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승리는 손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승리가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다 같은 승리는 아니다. 전쟁에서 잘 이긴다고 모두 훌륭한 장수는 아니다. 격(格)이 다르다.
해석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치러졌고 소설과 영화에서도 전쟁 장면을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장면은 손무가 말한 파국의 전쟁이다. 그동안 우리는 승리한 쪽이 적병을 얼마나 많이 생포했는지, 사상자를 얼마나 많이 냈는지에 더욱 통쾌해했을 뿐 보존하는 전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승리한 전쟁이 과연 진정한 승리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승리자가 되는 것이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경쟁을 준비해야 하고 또 다른 승리를 꿈꾸어야 한다. 같은 경쟁을 치르더라도 차원이 다른 경쟁을 해 보자
각색 모디스티 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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