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기업들은 절대 시장조사를 하지 않을까?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서 선거에서 민주당의 흑인 후보였던 토머스 브래들리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인 조지 듀크미지언과 경쟁했다.
1973년 부터 로스엔젤레스 시장으로 일해온 브래들리 선거 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물론,
선거 날의 출구 조사에서도 듀크미지언에 앞섰다.
그러나 개표 결과, 브래들리는 1.2퍼센트의 근소한 차이로 듀크미지언에게 패배했다.
이는 일부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때는 자신의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해 흑인인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거짓으로 응답했고,
지지하는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백인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백인인 듀크미지언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출구 조사에서도 조사원의 인종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사실대로 밝히기 공란하는 점도 작용하는것으로 분석되었다.
백인 유권자가 흑인 조사원에게 백인을 지지한다고 밝히면 자신이 인종적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여질것이라고 꺼려서
실제 투표 행위와 상반된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브래들리 효과 (Bradley effect)'라고 한다.
이후 1983년 시카고 시장 선거와 1989년 뉴욕 시장 선거등 이른바 '흑백 대결'이라 펼쳐진 여러 선거에서 이와 같은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났다.
1989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흑인 후보 더글라스 와일더는 선거 날 추구 조서에서
경쟁자인 공화당 마셜 콜먼을 10퍼센트나 앞섰으나,
개표 결과 불과 0.3퍼센트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이를 계기로 브래들리 효과를 '와일더 효과(Wilder Effect)'라고도 부른다.
미국 역사상 흑인 최초로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Colin Powell)은
1996년 대선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건 물론
여론조사에 의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지지를 받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브래들리 효과를 들어 파월의 대선 출마를 만류했으며,
파월은 결국 이 조언을 따라 출마 하지 않았다.
브래들리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론조사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다른 사람에 의해 좋게 보이거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답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른바 ' 사회적 선망 편향 (Social Desirability Bias)' 때문에 일어난다.
일종의 '인상관리 (impression management)'를 하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동기를 잘 알면서도 진짜 동기를 말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다원적 무지에 의해 다른 사람의 동기가 자기 것보다 고상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소비자 조사가 "왜?"를 묻기 보다는
무엇을 사는지를 묻는 데에 그침으로써
마케팅 실패를 자초하는 경향이 있따.
"왜?"를 묻더라도 심층을 파고들어야 한다.
엄마들이 왜 특정한 종류의 쿠키를 자녀에게 사주는지 이유를 알아내려는 조사에서,
거의 모든 엄마가 쿠키의 영양학적 가치가 구매 결정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어느 용감한 엄마는 다음과 같이 진실을 밝혔다.
"쿠키라는건 아이들에게 주는 일종의 뇌물이에요,
아이가 쿠키를 좋아하면 할수록,
더욱더 효과적인 뇌물이 되는거지요.
어차피 아이한테는 건강에 좋은 음식들만 먹이니까,
쿠키가 그다지 좋은 음식이 아닐지라도 몇 개 준다고 해서 크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쿠키를 고를 때 영양학적 가치 따위에 대해선 난 조금도 상관 안해요!"
이에 대해 로버트 세틀과 패멀라 알렉은 [소비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 수많은 마케터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들의 시장에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직접 설문에 의해서 진짜 쓸만한 구매 동기를 발견하는 경우는 거의없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를 알아내는 것은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알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성공적인 소매기업 어번 아웃피터스 (Urban Outfitters)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걸로 유명하다.
시장조사는 낡은 방식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게내에서 고객이 보이는 태도와 행동을 비디오테이프나 스냅사진으로 촬영해서 그것을 토대로 고객의 특성을 분석한다.
고객의 마음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 기업의 철칙은 이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믿는다.
당신의 고객이 말하는 것을 무시하시오 .
단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시오"
좀 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했다.
고객이 항상 옳은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직 적히지 않은 것을 읽어내는 게 우리의 일이다.
이말은 "소비자는 스마트하다"는 잡스의 다른 말과 충돌하는것은 아니다.
이런 오해를 염두헤 둔 듯, 잡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대 시장조사를 했을 것 같은가?
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픽 기반의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래픽 기반의 컴퓨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물어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나
텔리비전 비평도 사회적 선망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방송사와 시청자들간 다양하고 쌍방적인 커뮤니케이션 패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사실 '쌍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다.
예컨데 각 프로그램 사이트에 의견을 밝히는 시청자들은
거의 대부분 시청률 추세와는 전혀 무관한 예외적인 '도덕적' 시청자들이기 때문이다.
MBC 예능 PD 권석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시청자들의 꾸짖음에 상처받고 모처럼 착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치자.
예상대로 칭찬이 폭포수같이 쏟아진다.
가족이 보며서 다 같이 울었단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고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왜 이제야 나왔느냐고 개탄하는 시청자도 있다.
하지만 다음날 시청률 받아보면 그래프가 X축을 따라 바닥에 납작 붙어기어간다.
칭찬만하고 아무도 보지않은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시청자들의 배신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받는다."
시청자들이 겉 다르고 속 다른점도 있겠지만,
의견을 밝히는 시청자와 의견을 밝히지 않는 시청자의 차이때문일수도 있다.
절대 다수는 자기 의견을 밝히지 않는다.
그렇게 할 시간도 없고
정성도 없다.
그냥 시청하거나 말거나 하는 양자택일 방식으로만 말할 뿐이다.
선거에서 일반적인 유권자들의 행태,
즉 단지 투표행위만으로 모든 참여를 대신하는 것과 매우 비슷한다.
비로 이런 환경이 사회적 선망 편향을 낳은 온상이 되고 있는건 아닐까?
egloos 에서 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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