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감독] (9) '여자체조 代父' 벨라 카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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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감도는 올림픽 체조 경기장. 이단평행봉이 출렁이고, 마루를 튀기는 경쾌한 발자국과 가벼운 음악이 경기장을 감쌀 때 곰 같은 덩치의 사내가 목청껏 소리를 내지른다. 주문(呪文)이었을까. 전광판엔 최고 점수. 그는 재빨리 달려가 자기 몸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소녀를 덥석 껴안는다.
사상 처음 10점 만점을 기록한 루마니아의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를, 미국 여자 체조의 ‘꽃’ 메리 루 레튼을, 부상을 딛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케리 스트럭을, 그는 그렇게 환영했다.
벨라 카롤리(63). 여자 기계체조계의 대부(代父)다. 30년 동안 30명이 넘는 올림픽 출전자를 키웠으며, 그중 금메달리스트는 9명. 15명의 세계선수권 우승자와 12명의 유럽선수권 메달리스트, 6명의 전미(全美) 챔피언을 키워냈다. 코치직을 아내 마르타에게 넘기고 총감독으로 물러난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칼리 패터슨을 개인종합 우승으로 이끄는 등 명실상부한 ‘체조왕국’ 미국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작은 탄광촌인 트란실바니아의 초등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고 있던 카롤리는 체조를 통해 일약 전국 스타가 됐다. 그가 가르친 선수들은 대회 때 신기(神技)를 뽐냈고, 관중들은 매료됐다. 이 소문에 정부는 카롤리를 여자 체조팀 코치로 임명했고, 그는 애제자 코마네치를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최고 스타로 키워내 그 명성을 입증했다.
카롤리가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는 ‘조국’ 루마니아지만 그의 강한 성격은 결국 조국을 등지게 만들었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카롤리는 구소련 심판들의 불공정한 채점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소련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루마니아는 징계를 결정했다. 그는 미국 망명을 택했고, 결국 ‘변절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어야 했다.
그래도 그에게는 좌절은 없었다. 미국의 꿈나무들에게 동유럽식 ‘스파르타 훈련’을 접목시켜 화려한 꽃을 피워낸 것. 1981년 카롤리가 체육관을 낸 휴스턴은 미국 체조의 ‘메카’가 됐다.
카롤리는 체조계의 흐름을 읽고 항상 한발 앞서 나갔다. 1976년 올림픽 때는 공산권 국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선수들의 머리를 빨갛게 물들였고, 미국에 와서는 어리고, 귀엽고, 작은 선수들만 골랐다. 심판들이 코마네치 이후 ‘꼬마 요정’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도자 생활 내내 상반된 평가에 시달려야 했다. ‘구세주’로 추앙받다가도, 혹독한 훈련으로 어린 소녀를 학대하는 ‘노예 감시자’로 불리며 손가락질당했다. 하루 최소 8시간씩 강훈련을 시키고, 선수들을 ‘작은 엔진’이라고 칭하거나, 뚱뚱해지면 ‘살찐 소‘, ‘새끼 가진 염소‘라고 불렀다는 것도 매스컴에 소개돼 분노를 샀다. 언론은 그의 체육관을 ‘수용소‘라고 불렀고,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평가는 최고였다. 그냥 ‘감독’이라 부르지 않았다. 인생의 조언자(mentor)이자 아버지라고 여겼다. 한없는 ‘믿음’이 그가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조국은 그를 버렸지만 그는 한 번도 루마니아를 잊은 적이 없다. 97년 세계체조연맹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 때 “루마니아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고,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루마니아가 금메달을 따자 “오늘 루마니아는 최고였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루마니아식’ 전통 체조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카롤리는 2008년에 선보일 또 다른 체조 요정을 조련 중이다.
출처 :CEO Report 원문보기▶ 글쓴이 : 건객(k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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