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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돌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단순함으로 세상을 꿰뚫어 혁명에 성공 / 묵돌처럼 먼저 면밀한 관찰을 성공의 기본으로 잡았다

modest-i 2015. 2. 1. 19:32

 

기회는 ‘생각하는 사람’에게 온다

2천년의 강의 / 김원중·강성민 지음/글항아리

 

 

 

 

“묵돌은 명적(鳴鏑·소리나는 화살)으로 자기 애마를 쏘았다. 좌우에서 쏘지 못하는 자가 있자 묵돌은 그 자리에서 베어 죽였다. 조금 뒤 애첩을 향해 명적을 날렸는데 좌우 군사들 중에 감히 쏘지 못하는 자가 있자 그들도 목을 베어 죽였다. 얼마 뒤 왕의 명마를 쏘자 좌우에 있는 자들이 일제히 그 말을 쏘았다. 이에 묵돌은 아버지 두만 선우(왕)를 따라 사냥을 갔다가 명적으로 두만을 쏘았고, 모두가 두만에게 화살을 날려 두만을 죽였다. 묵돌은 계모와 아우를 비롯해 자기를 따르지 않는 대신을 모조리 죽이고 스스로 서서 선우가 됐다.”

묵돌은 두만이 계모와의 사이에서 난 이복동생을 왕으로 앉히려 하자 이같이 치밀하게 준비, 권력을 잡았다. 냉혹할 정도로 단순한 원칙이다. 그가 가리키는 목표를 무조건 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단순성으로 항우와 한신을 물리치고 천하패권을 쥔 한고조 유방을 포위해 공물을 받고 풀어줄 정도로 강성함을 유지했다.

유방은 흉노와 싸워서는 안된다고 유일하게 반대했던 유경의 말을 듣지 않고 20만 대군으로 흉노를 공격했다가 자칫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고초를 치렀다. 흉노가 가장 두려워하던 대장군 이광은 시대를 잘못 만나 끝내 주변의 시기와 질투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자결하고 말았다.

사마천의 ‘사기’ 가운데 ‘흉노열전’ ‘유경·손숙통열전’ ‘이장군열전’의 내용이다. ‘흉노열전’은 ‘사기’ 열전과 본기, 세가를 통틀어 10대 명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유경·손숙통열전’은 권력의 속성을 절묘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장군열전’은 한나라와 흉노가 치열하게 싸울 때인 데다가 이 전쟁으로 궁형까지 당하는 등 사마천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어서 사기 가운데 가장 재미나는 대목으로 꼽힌다.

묵돌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단순함으로 세상을 꿰뚫어 혁명에 성공했다. 유경은 네 개의 눈으로 사물이 내면을 비교해 진짜욕망과 가짜욕망을 구별, 변덕스럽고 무식한 왕 아래서 성공했다. 이광은 백전백승의 장군이었으나 역시 조직에서는 능력보다 역할이 우선이다. 그는 ‘진정한 장군’으로 전장에서 병사들과 함께 뒹굴며 나라를 지켰지만, 결국 정치에서 패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들의 드라마 같은 삶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물질적으로는 좀 발달했을지 모르나 인간과 권력의 속성이라는 측면에서 2000년 전 사마천의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삼황오제부터 한무제 때까지 3000년의 중국과 주변국 역사와 인물을 다양한 가치관 아래서 정리한 사마천의 ‘사기’가 여전히, 아니 물질문명에 미혹돼 본질을 잃어버린 현대에 더욱 유효한 이유다.

저자들은 ‘사기’가 인간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동력으로서의 ‘생각’을 중심에 두고 쓴 유일한 역사서라고 평했다. 그 ‘사기’ 속의 인물들이 어떻게 ‘생각’해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그 열쇠를 관찰, 비교, 통합, 직관, 성찰, 통찰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26명의 예로 정리, 설명했다.

저자들은 먼저 묵돌처럼 먼저 면밀한 관찰을 성공의 기본으로 잡았다. 소진과 장의도 각 국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6국을 통합, 분산시킬 수 있었다. 이어 유경이나 이광처럼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 시급한 것과 여유있는 것 등 사물의 속성을 면밀히 대비해 행동할 수 있는 비교력을 성공의 다음 조건으로 꼽았다. 또 ‘관찰’과 ‘비교’를 ‘종합’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 자공과 범저 등을 예로 들었다. 관찰과 비교, 종합 같은 이성적 능력을 넘어 직관적인 판단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회는 1만년에 한 번 온다는 생각으로 1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잡은 이사의 처세와 명을 거스를 때마다 고속 승진한 상앙이 그 예다. 여기에 성찰력, 통찰력도 갖춰야 한다고 형가의 비극, 이겼지만 진 손무, 무식한 유방을 설득한 유식한 손숙통 등의 예로 설명했다. 3000년의 삶이 응축된 2000년 전의 지혜를 현대의 다양한 틀에서 새롭게 해석, 지혜로운 생각의 뿌리를 잡을 수 있게 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전범이 될 만한 ‘생각경영서’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예외를 만들면 위험하다 

 

왕에게 버림받은 몸

 

왕을 제거하면 태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왕이 됨

 

냉철하게 구테타를 준비함

 

    * 명적을 선택함

 

    * 유목민이었기에 무참한 형벌제도를 움켜쥔 왕권에 대한 도전은 전광석화처럼 빨라야 하며  반드시 성공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