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NBA(미국프로농구)는 가히 시카고 불스 '왕조'의 시대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NBA 역사상 최고의 스몰 포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스카티 피펜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는
90년대에 총 6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NBA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다.
당시 시카고 불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NBA의 세계화에 일조했다.
당시 시카코 불스의 힘은 공격력이었다.
시카고 불스 시절 득점왕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의 공격력이
시카고 왕좌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시카고 불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승의 원동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최강의 수비'였다.
NBA의 격언이 있다.
'공격을 잘하면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한다.'
그동안 우승컵을 안았던 수많은 팀들이 이 격언을 현실화시켜 우승을 거뒀다.
그렇지만 90년대 시카고 불스만큼 이 격언에 잘 어울리는 팀도 없다.
최강의 수비진을 만들었고,
여기에 최고의 공격력까지 더해 역대 최강의 팀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조던의 화려한 공격력에 가려져 불스의 수비력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조던은 공력 능력뿐 아니라 NBA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선수였다.
조던은 한 시즌 최고의 수비력을 펼친 선수들로 구성된 All-Defensive Team에 무려 9번이나 선정됐다.
스틸왕도 3번이나 차지했다.
공격을 잘하는 선수는 많았지만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 하는 선수는 드물었다.
그가 바로 조던이었다.
그래서 조던의 가치는 더욱 높이질 수 있었다.
조던이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여기에 피펜 역시 NBA 역사상 가장 수비를 잘 하는 포워드로 기억되고 있다.
"조던은 운이 좋은 선수다.
NBA 최고의 수비수와 같은 팀에서 뛰기 때문이다.
조던이 피펜과 다른 팀이었다면 조던은 고전했을 것이다.
피펜은 조던을 가장 잘 막을 수 있는 수비수다"라는 동료 선수의 말이 있을 정도로 피펜 역시 수비의 신이었다.
악착같은 수비를 하는 로드맨 역시 불스 왕조의 수비의 한 축이었다.
1995~96 시즌 시카고 불스는 72승이라는 역대 최다승을 챙겼다.
당시 득점왕 조던,
리바운드 왕 로드맨이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기록은 조던, 피펜, 로드맨까지 한 팀의 3명 모두가 All-Defensive Team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불스는 최강의 '수비팀'이었다.
조던 역시 "공격은 관중을 부르지만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라고 말하며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수비만이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고, 승리하고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수비가 곧 공격의 시작이다.
수비의 힘이 곧 그 팀의 힘이다.
이는 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팀 스포츠에 적용되는 원리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마찬가지다.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강조하면서 NBA의 격언을 꺼내 들었다.
"NBA에는 격언이 있다. 공격을 잘하면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한다."
파라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을 하루 앞둔 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내뱉은 말이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NBA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이 격언을 믿고 실천해 나가려 한다.
파라과이전에서도 무실점으로 승리하겠다"라며 자신의 철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슈틸리케호가 출항하고 첫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핵심은 수비임을 알 수 있었다.
첫 훈련 당시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은 따로 자유롭게 훈련했지만 수비수들은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지도하며 수비 라인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
이후 훈련에서도 대표팀 훈련의 핵심은 수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가' 레알 마드리드 역대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또 독일에서는 전설로 추앙받는 수비수 베켄바우어의 대를 이를 후계자로도 각광을 받았다.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또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한국 대표팀의 수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과 지도 아래 한국대표팀은 수비가 강력한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수비가 강하면 팀 자체가 강해질 수 있다.
최고의 수비력이 바탕이 돼야 최고의 공격력도 발휘할 수 있다.
시카고 불스가 그랬던 것처럼, NBA 격언을 받아들여 슈틸리케 감독이 지향하는 팀의 모습, 최강의 수비팀이다.
강력한 수비력만 바탕이 된다면 한국축구에는 조던과 같이 득점력을 뽐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있고
베테랑 이동국(전북 현대)도 있다.
한국에 승리를 가져다 줄,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있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는 공격만 잘 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수비도 잘 하는 공격수를 원한다.
조던과 같은 공격수를 갈망하고 있다.
한국의 공격수들은 그렇게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품고 있다.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단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축구 수비의 진화다.
슈틸리케 감독이 중점을 둔 수비의 발전이다.
무실점으로 승리하겠다고 슈틸리케 감독은 당당히 선언했다.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