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유가전쟁 벌이는 미국-사우디, 유가급락 저지 공조할 듯
유가급락 사태가 언제 어느 선에서 멈춰 지구촌 불경기라는 악몽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유가급락이 셰일가스와 오일 붐을 일으킨 미국에 OPEC이 석유 주도권을 되찾으려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손익 분기점에서 감산 등으로 OPEC과 휴전을 모색해 지나친 유가급락을 저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현재까지는 유가급락 수혜국

백악관은 최근 국제유가와 미국내 휘발유 값의 급락이 미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공언했다. 110달러에서 50달러로 반토막난 국제유가와 1년 전에 비해 갤런당 1달러이상 싸진 휘발유 값으로 미국민들이 한달에 100달러씩 절약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은 공언이 나올 수 있었다. 특히 미국민들은 기름값을 아낀 만큼 다른 씀씀이를 늘리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70%나 차지하고 있는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은 이번 유가급락에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가 직격탄을 맞아 힘이 빠졌기 때문에 외교안보 파워에서도 덕을 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주도권을 둘러싼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적정수준까지는 사실상 짜고 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망신을 줬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로 미국을 애 먹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게도 시아파인 이란은 앙숙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내에서도 유가급락으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석유정유업계는 이미 직격탄을 맞아 10대 회사들만 해도 6개월간 수입이 2000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국제유가가 급락해 너무 일찍 50달러마저 붕괴되자 손익 계산을 다시 하고 전략을 바꾸려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42달러가 마지노선, 두세달 치킨게임 지속
하지만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 어느 쪽도 손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치킨게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오페크 국가들은 여전히 감산을 거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석유정유회사들의 수익선이 무너질 때까지 유가를 계속 떨어뜨릴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와 오일 붐으로 빼앗아 간 에너지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가를 계속 떨어뜨리면 미국의 석유정유회사들이 수익선이 무너져 감산하거나 심하면 대거 문을 닫는 사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게 사우디아라비아의 계산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유가가 반토막 났어도 7000억 달러의 기금을 확보해 놓고 있어 당분간 석유전쟁을 지속할 여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배럴당 42달러를 업계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유가가 42달러까지 떨어져도 미 업계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40달러 붕괴가 거론되고 있어 미국도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2분기에는 반등시킬 듯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분기인 4월부터 6월 사이에는 유가급락을 저지하고 반등시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선 이미 석유 탐사와 시추, 생산, 정유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생산이 눈에 띄게 감산되기까지는 서너달 걸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미 에너지 정보국이 최근 발표한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12월말 현재 하루 910만 배럴로 나타났다. 당초 1300만 배럴을 생산해 사우디아라비아의 1170만 배럴까지 추월했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유가급락으로 이미 생산량을 줄인 것이다.
생산쿼터 줄이기를 거부한 OPEC의 대응과는 달리 미국은 이미 어느 정도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 저장하고 있는 원유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전략 비축유 6억 9100만 배럴과 일반 비축유 11억 4900만 배럴을 저장해 놓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유류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한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고 국제유가도 두세달 동안은 더 떨어질 것으로 미국측에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2분기에 접어들면서 유가가 45달러 안팎에서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마지노선인 42달러 아래로 떨어지거나 40달러마저 붕괴된다면 미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도 감산으로 대응하게 될 것으로 미국측은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이 비축유를 늘리고 경기회복세로 일부 유류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석유주도권을 놓고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동맹국이기 때문에 지구촌 경제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사태는 마지막 순간 피하는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 가파른 유가하락 … 손익계산 손놀림도 빨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