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사람차이

오버씽킹 세 가지 유형 / 악다구니 유형 / 제멋대로 유형 / 뒤죽박죽 유형 <= 수잔 놀랜 -혹스마

modest-i 2014. 12. 18. 16:12

 

 

 

 

오버씽킹에 빠지는 세 가지 유형

 

1. 악다구니 유형 Rant-and-rave overthinking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유형으로, 보통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하는 억울한 사건을 중심으로 생각의 늪에 빠진다.

 

 상처받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그 상처를 가한 자들에게 똑같이 잔인하게 갚아주리라 다짐하는 데 생각이 집중된다.

 

 

 

‘내가 대학원에 떨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나보다 자격조건이 안 되는 사람들도 합격했는데 어떻게 내가 떨어져? 분명 부모가 학교 졸업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붙여준 걸 거야! 난 정말 열심히 오랫동안 노력했다고. 당연히 붙을 자격이 있어. 그 사람들이 실수한 거야.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그게 아니라면 잘못된 편견 때문이고. 그 자식들 다 고소해버리겠어!’

 

진짜 당신이 옳고 당신에게 해를 끼친 그 사람들이 잘못일 수는 있다.

 하지만 악다구니가 하는 생각은 ‘상대편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을 무조건 지독한 악당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그 악당을 응징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승소 가능성도 없는데 비싼 돈을 들여서 고소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 같은 일들 말이다.

 

 

 

2. 제멋대로 유형 Life-of-their-own overthinking

 

처음에는 기분이 별로 안 좋거나 최근 사건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차츰 자신이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원인을 찾으려고 파고든다.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한 거지? 친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이번 달에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아니면 과거에 일어난 그 모든 일들 때문에? 어쩌면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인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을 수도 있어. 아니면 엄마가 계속 나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이런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자신이 이야기하는 이유들이 죄다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그 모든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답으로 채택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에 빠져들다가는

존재하지도 않는, 또는 생각만큼 그리 심각하지 않은 문제들까지 끄집어내서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말하자면 생각이 자기 멋대로 날뛰는 형국이라고 할까?

그래서 스스로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들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때로는 불쾌한 기분과 과장된 걱정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마구 대들거나,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두거나,

약속을 취소하기도 한다.

 

 

 

 

3. 뒤죽박죽 유형 Chaotic overthinking

 

하나의 문제를 생각하고 다른 문제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별 상관도 없는 온갖 걱정들이 동시에 한데 엉키는 경우다.

 

‘회사 일이 너무 부담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정말 형편 없는 직원이야.

내일 당장 해고된다 해도 할 말이 없어.

 

다음 주에 남편이 또 출장 간다고 했는데,

출장이 너무 잦은 것 같아.

또 나 혼자 아이들을 책임져야 돼.

그 사람은 가족보다 자기 일이 더 우선인 거 같아.

 하지만 뭐라고 불평할 수도 없어.

그랬다가 그 사람 사랑이 식어서 집에 계속 안 들어오려고 하면 어떡해.

아,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엉망진창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이렇게 뒤죽박죽 섞이면,

자신이 어떤 느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가지 못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 스스로 무너지거나 도망치고 한다.

한 가지 걱정이나 행동에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생각들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거나 약에 의존할 수도 있다. 26-29p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을 ‘생각이 깊은’ 것과 헷갈려서도 안 된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의 문제점을 말하면,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반응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그 뒤에 깊이 숨겨진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에요?

 

그보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더 문제 아닌가? 그것은 자신의 문제와 과거를 외면하려 한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때때로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가 어떤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을 상당 부분 차단하는 사람들의 경우,

결국 신체적으로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중략)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가 꼭 진실하고 깊숙하게 문젯거리들을 직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깨끗한 창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좁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렌즈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는 ‘왜곡된 렌즈 효과’라고 부른다.

 

(중략)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삶의 의미나 자신의 가치, 만나는 사람과의 미래 같은 커다란 주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문제는 부정적인 기분이 생각에 영향을 미칠 경우, 그 커다란 주제들에 대한 견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33-35p

 

 

 

 

마르고 왜소한 아시아계 미국인인 18세 대학생 질은 생각이 너무 많은 타입이었다. 지진이 일어나던 날, 그녀는 기숙사 방에서 룸메이트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대해, 첫 시험성적으로 학생들을 ‘솎아낸다’고 평판이 나 있는 화학 교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그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방은 규모 8.0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꽤 안전한 장소에 속했다. 그럼에도 지진이 일어난 순간 기숙사 건물이 흔들리고 기울었다. 질은 LA에서 자랐고 스탠포드 2학년생이어서 지진에 꽤 익숙했다. 그럼에도 지진을 겪은 후 그녀는 깊고 깊은 오버씽킹 상태로 빠져들었다.

‘왜 극복하지 못하는 걸까? 빌어먹을, 지진을 처음 겪어본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자꾸만 땅이 흔들리던 그 순간이 떠올라. 책장이 룸메이트를 덮칠 뻔했어. 그런데 난 비명을 지르며 서 있기만 했어. 그 친구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어야 하잖아. 애초에 책장을 벽에 고정시켜 놨어야 했어.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마 아빠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줬잖아! 난 왜 이러는 걸까!’

그에 비해 질의 룸메이트 레일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콜로라도 출신이었고 스탠포드에 다니는 동안 작은 지진을 몇 번 겪었을 뿐이었다. 지진이 시작됐을 때 그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책장이 그녀가 앉아 있던 침대로 떨어지기 직전 방구석으로 간신히 피했다. 지진이 일어난 직후에는 겁에 질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며, 기숙사의 다른 이들처럼 며칠 동안 쉴 새 없이 지진 얘기를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지진에 대한 얘기가 지겨워졌다. 삶이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바랄 뿐이었다. 게다가 지진으로 중간고사가 연기된 것이 짜증났다. 지진 발생 날에는 화학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다시 시험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레일라는 무엇보다 지진에 대한 느낌을 끝없이 읊어대는 질의 말을 듣는 게 지겨웠다. 질은 그 사건을 그냥 놓아버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네가 죽을 뻔했는데 아무것도 못했어.” 하며 레일라에게 미안해하고 책장을 벽에 고정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계속 자책했다. 레일라는 책장이 넘어진 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자신은 괜찮다고, 조만간 질도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질은 그 후로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3주가 지났을 무렵, 여전히 지진 얘기에 매달려 있는 질에게 신물이 나서 레일라는 버럭 화를 내며 그만 좀 하라고 소리쳤다. 물론 이것은 질에게 큰 상처가 됐다. 질은 지진으로 충격을 받은 자신이나 부상자, 집을 잃은 이들에 대해 어쩜 그렇게 무신경하냐며 레일라를 비난했다. 레일라는 더 심한 말을 퍼붓고 나서 방을 뛰쳐나갔고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남은 학기 동안 계속 룸메이트로 지냈지만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았고 다음해 1월, 질은 다른 방으로 이사했다.

질과 레일라의 사례는 오버씽킹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얼마나 다르게 반응하는지, 그들이 사이좋게 지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왜 그 일을 극복하지 못하는지, 왜 그렇게 조바심내고 집착하는지, 왜 그냥 떨쳐버리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동정심도 없고, 인정머리 없고, 깊이도 없는 얄팍한 인간들처럼 느끼는 것이다. 38-41p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대인관계에도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연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칼턴 대학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데이비스와 함께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중요한 사람을 잃은 후 18개월간 대인관계에 어떠한 변화들을 겪는지 조사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들어 있어서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슬픔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얘기해도 되는지 기준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 기준은 사별한 이들에게 현실적이거나 관대하지 않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상실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남아 있기 때문에, 상실감 극복에 대한 사회적 마감기한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이 상실감에 대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얘기하면, 듣는 사람들은 지치고 짜증이 난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그럴 수 없을 경우에는 분노를 터트리기도 한다. 동정과 걱정대신 짜증과 분노를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36세 로라는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고 어머니마저 오랜 질병으로 얼마 더 사시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겪고 있는 이런 상황이 부부관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 같아. 남편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큰 질병을 앓은 적이 없어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공감하지 못하나 봐. 따뜻한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해.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맞을 거야. 남편은 이런 식으로 말해. “6개월이나 지났잖아. 이젠 털고 일어나야지.” 그런 말을 들으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기분이 들어.’

우리 연구에 의하면, 오버씽킹을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충분히 위로하거나 격려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심한 갈등을 겪는 ‘사회적 마찰’ 역시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겪고 있었다. 카렌의 남편은 아내가 언니를 잃은 후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생각하고 우울해하자 점점 짜증이 났다. 이보다 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족과 친구들도 있다. 아예 등을 돌리고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중략)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고 사회적 마찰이 많이 일어나면 오버씽킹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주위에 힘이 돼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주위 사람들의 외면과 사회적 마찰을 유발하기도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주위 사람들의 외면과 사회적 마찰을 유발하기도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사회적 지지기반을 잃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6-47p

 

 

 

 

 

 

우리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이유는 뇌구조가 그렇게 생겨먹은 탓도 있다.

 

머릿속의 생각과 기억들은 작은 것 하나라도 따로 독립되거나 고립되어 있지 않다. 정교한 네트워크 혹은 교점으로 함께 얽혀 있다. 가족과 관련된 교점도 있고, 일과 관련된 교점도 있고, 외모나 몸무게와 관련된 교점도 있을 것이다.

이런 교점 중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체중 문제가 집안 내력이거나 엄마한테 항상 뚱뚱하다는 비난을 들었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생각이 몸무게에 대한 생각과 연결돼 있을 수 있다. 항상 일에만 신경 쓰고 아이들을 소홀히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혹은 자녀 일에 신경 쓰느라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생각이 자녀에 대한 생각과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연결성 때문에 어떤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다른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게 된다. 때때로 그 교점은 분명하다. 몸무게에 대한 생각이 즉시 엄마의 비난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는 식으로 명백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어떤 교점으로 연결돼 있는지 잘 알지 못할 때도 있는데, 몸무게에 대한 생각이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이미지와 연결돼 있어서 그로 인해 회사에 대한 생각과 몸무게에 대한 생각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직장에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뚱뚱한 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62-63p

 

 

 

 

 

자격에 대한 집착

 

요즘 세대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누릴 자격이나 권리가 있다는 점에 매우 민감하다. 돈을 많이 벌 자격이 있고, 꿈의 직장에 다닐 자격이 있고, 멋진 연인과 영원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항상 기분 좋은 상태로 지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필연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우린 그것을 삶의 정상적인 부분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신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는 세상의 잘못된 점에 집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의 문제점에 집중하기도 한다. “난 당연히 승진할 자격이 있어. 그런데 왜 사장은 날 승진시켜주지 않는 거야?” “요즘 남편이 잠자리에서 무기력한 이유가 혹시 내가 뭘 잘못하고 있어서일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건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다들 왜 그러는 거야?”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손상시키는 충동적인 행동, 분노, 불안, 슬픔, 부정적인 성향이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자격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난 원하는 무엇이든 가질 자격이 있다.

- 다른 사람들은 날 기분 나쁘게 할 권리가 없다.

- 날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은 누구든 벌을 받아야 한다. 가능하면 공개적으로. 그래야 내가 옳다는 것을 다들 알게 될 테니까.

오늘날 법정이나 언론, 혹은 아주 단순한 일상생활에서조차 비난과 대립이 난무하는 이유는 자격에 대한 이런 집착 때문이다. 이웃과의 아주 작은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양측 모두 상대에게 보복할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74-75p

 

 

겉으로 보기에 올리비아는 폭식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 짐작하기 어렵다. 그녀는 165센티미터에 59킬로그램의 체격으로, 사람들을 만날 때 아름다운 긴 금발머리를 부드럽게 늘어뜨리고 언제나 잘 차려입었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올리비아는 폭식을 한다. 보통 단맛이 강한 쿠키와 짭짜름한 과자를 같이 먹는다. 위가 아프거나 눈앞에 있는 음식이 바닥날 때까지 마구 먹어댄 다음, 즉시 욕실로 가서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늘 그래왔듯이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낸다.

 

올리비아의 이런 폭식과 구토는 보통 하루에 두세 시간을 잡아먹는다. 예전에는 저녁시간으로 국한시킬 수 있었지만, 몇 달 전부터 낮에도 폭식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미친 듯이 먹어대느라 책상 앞에 다시 앉아야 하는 오후 1시를 훌쩍 넘어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그 후에는 다시 욕실로 들어가 45분 동안 토하고 토한 흔적들을 청소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게 사장 눈에 띄어서 결국 그녀는 해고되었다. 그 이후로 올리비아는 주로 집에서 혼자 지냈다.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놓았는데, 보통은 게스트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모두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비난성 토크쇼를 시청했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에게 자극 받아, 올리비아도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검토하고 대인관계를 분석해보았다. 자신이 처한 곤경에 책임이 있을만한 사건이나 사람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과거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렸을 때 성적인 학대를 받았을까? 그런 사건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토크쇼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어렸을 때 학대당한 기억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었다. 성적인 학대를 받은 게 아니라면 혹시 정서적으로 학대받았을까? 그녀는 어렸을 때 혹은 어른이 된 후에 부모님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몇 번이고 떠올려보았다. 부모님이 딱히 상처 되는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녀에 대해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그녀의 엄마는 올리비아가 집에 처박혀 지내면서 문제를 해결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의 삶에 불행이나 폭식증의 근원이 될만한 중요한 관계나 사건들이 몇 개 있기도 했다. 토크쇼에서는 과거로 충분히 깊이 파고 들어가면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흉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느 날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폭식증에 대해 잔소리를 들었을 때, 올리비아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 엄마가 애정을 쏟고 격려해주지 않아서 이런 꼴이 된 거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그 비난에 충격을 받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올리비아는 잠시 안도감과 승리감에 취해 있었지만, 엄마가 정확히 뭘 잘못한 건지 짚어낼 수 없는데도 그렇게 감정을 폭발해버린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폭식증이 어쩌면 엄마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어떤 면에서 결함이 있는 인생의 패배자일지도 모른다.

 

혹시 인생에 손해를 끼친 원흉을 찾아낼 수 있더라도, 그들에게 항상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항상 기분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보통은 그 순간에만 기분이 좋을 뿐이다. 76-78p

 

 

 

 

 

명량 쾌활한 29세 물리치료사 데니스의 예를 들어보자. 데니스는 아침에 남편 마크의 기분이 조금만 안 좋은 것 같아도 과도하게 생각의 늪으로 빠져든다. 남편 마크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고, 특히 전날 밤에 잠을 잘 못 자면 아침에 뚱하니 부어 있는 경향이 있다. 그는 헐렁한 잠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채로 집안을 돌아다닌다. 기분 나쁜 표정으로 아무한테도 말을 걸지 않고 그저 커피를 홀짝거릴 뿐이다. 괜스레 아침 먹는 아이들에게 식사 예절이 잘못됐다며 딱딱거리기도 한다.

반면 데니스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가 기분이 제일 상쾌하다. 5시 반에 일어나 러닝머신으로 5킬로미터를 달리고, 샤워하고 나서 즐겁게 아침식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주방에 들어서서 뚱해 있는 남편을 발견하자마자,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저 사람 화난 것 같은데, 내가 어젯밤에 뭘 잘못했나?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졸다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 거 아닐까?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아니면 회사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런가? 아, 일 얘기는 꺼내지 않는데 좋겠어. 저 사람이 기분이 저렇게 안 좋으면 내가 너무 불안해.’

결국 데니스는 부드럽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남편에게 물어본다. 기분이 정말로 안 좋은 상태라면 그는 “그런 거 없어!” 하고 소리칠 것이다. 하지만 보통 그는 원래 아침에 자신의 기분이 별로라는 것을 알기에, 아내에게 잠을 푹 못 자서 그런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데니스는 그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마크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궁금해한다. 때로는 그걸 알아내려고 성가시게 보채기도 한다. 마크는 아침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정말 아무 불쾌한 이유도 없는데 아내가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며 집요하게 캐물으면 짜증이 난다. 참을 수 있을만한 기분이라면 그는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며 그냥 부엌에서 나간다. 하지만 때로는 별것 아닌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자신을 좀 내버려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물론 이것은 데니스를 더 깊은 생각의 늪으로 데려갈 뿐이다. 그녀는 마크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아침에 상황을 그런 식으로 만들어버린 자신을 탓하며 하루를 보낸다. 90-92p

 

 

 

 

 

여자들은 보복과 관련된 오버씽킹에도 자주 빠진다.

 

친구들과 같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거나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해주기보다, 마주 앉아서 서로의 감정을 과장되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친구들끼리 안 좋은 생각을 부추기고 맞장구치면 자신의 괴로움을 인정받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95p

 

 

 

 

 

 

한밤중에 누워 안 좋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면 차라리 일어나 움직이는 게 낫다.

 

15분 이상 생각에 잠겨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일어나서 방을 나서라. 조금만 더 버티면 걱정을 차단하고 잠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의 덫에 빠지지 마라. 밤에 이런저런 문제들을 생각하면 깊은 통찰력을 얻을 거라는 생각의 덫에도 빠지지 마라. 밤중에 하는 생각들은 주로 두렵고 불안한 쪽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별 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런 생각을 하느라 잠을 못 자면, 다음날 피곤해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상황 대처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이나 서재 같은 조용한 장소로 가라. 거기서 기분전환이 될만한 재밌는 책을 읽어라. 일하는 건 안 된다. 우울하고 괴로운 내용의 책을 읽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음에 드는 재밌는 책을 읽다가 잠이 올 것 같으면 다시 침대로 돌아가라. 110p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면,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머리가 꽉 막히고 무기력한 기분이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생각해야 하는데, 네가 좀 도와줘.” 이런 식으로 말해보자.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청했는데도 친구가 여전히 애매하게 맞장구만 치거나 오히려 자신의 걱정거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면, 다른 친구를 찾아보는 게 낫다. 삶의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불안감이나 걱정에 휘둘리는 것 같지 않은 그런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 종이에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꽤 쓸모 있는 방법이다. 마음속 두려움을 문장으로 옮겨놓으면, 한계와 체계 같은 것이 생겨난다. 머릿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회오리치던 생각들이 종이 위의 작은 흔적들로 바뀌어, ‘걱정거리’라는 하나의 범주로 제한이 된다. 그래서 생각을 종이에 적어놓으면 컨트롤 감각이 생겨난다. 근심 걱정을 단어로 바꿔 종이나 컴퓨터 화면에 옮겨놓으면 걱정이 당신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게 뇌 속에 있는 사악한 것들을 몰아내는 것 같다고, 그래서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123-124p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주입시키면, 심리상태를 행복 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며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 해결 면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수잔 포크만은 이것을 ‘긍정적인 감정 전략’이라고 부른다. (중략) 우리의 유가족 연구에서도, 레티셔처럼 간병과 상실의 경험에 긍정적인 감정들을 끼워 넣을 방법을 찾아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상처에서 회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긍정적인 감정 전략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있다.

1. 그 사람과 함께했던 좋은 시간들을 떠올린다.

2. 기분이 나아질만한 말을 자신에게 속삭인다.

3. 그 상황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낸다.

4. 유머감각을 활용한다.

이 방법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긍정적인 감정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 더 빠르게 적응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당시에 얼마나 깊이 슬퍼했는지는 별 관련이 없었다. 126-127p

 

 

때때로 우리가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그저 생리 중이라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혹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혹은 뭔가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상사가 신경질을 부렸거나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거나 하는 동떨어진 다른 사건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쁜 것에 대한 이 간단한 이유를 깨닫는 대신, 훨씬 더 극적이고 복잡한 이유들이 떠오를 때까지 생각을 거듭한다. 결혼생활에 큰 문제가 생겼다거나, 직업적으로 실패했다거나,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는 식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할 때는, 단순한 이유들부터 찾아보라. ‘최근에 술을 많이 마셨나? 배가 고픈가? 아니면 피곤한가? 지금이 생리기간인가?’ 이런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생각이 제멋대로 날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낮잠을 자거나, 무엇이든 좀 먹거나, 잠시 바쁘게 다른 일을 해서 생각에 빠질 겨를이 없도록 만들어라. 그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문제는 여전히 거기 남아 있을 것이고, 과도한 생각이 만들어냈던 상상의 산문들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적어도 전보다는 더 작아져 있을 것이다. 141-142p

 

 

우리가 악다구니를 쓰며 생각의 늪에 빠질 때, 주로 질문하게 되는 것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한 것이다. ‘우리 집안은 고조할아버지 대부터 공화당이었는데 왜 우리 아이는 민주당원이 됐을까? 사장이 정부에 내는 연례보고서에 사실대로 적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일을 시킬 수 있나?’ 이런 질문에 대한 유일한 답은 엘렌 교수가 모니카에게 했던 대답과 동일하다. ‘이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점을 받아들여야 다른 사람의 행동을 우리 기대치에 끼워 맞추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우리 기대치에 끼워 맞추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분명 우리 예상과 똑같지 않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상대방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160p

 

 

우리들이 하는 걱정들은 주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스탠포드 대학의 정신의학자 데이비드 번스가 ‘should(해야만 한다)의 폭정’ 이라고 이름 붙인 것의 형태로 찾아온다. ‘더 좋은 엄마가 돼야 돼. 더 매력적인 여자가 돼야 돼. 더 성공해야 돼.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돼. 텔레비전을 보지 말아야 돼. 정신건강의 날을 정해서 쇼핑하러 가는 일은 그만둬야 해.’ 심지어 필자에게 치료를 받은 한 여자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난 항상 내 발등 찍는 일을 해야만 한다니까요.”

이런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이렇게 해야 돼....’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질문해보라. “이게 누가 하는 말이지?” 정신건강의 날을 정해서 쇼핑하러 가면 안 된다는 것은 누가 하는 말인가? 항상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면서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믿어주지 않는 아빠가 하는 말은 아닌가? 더 매력적인 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은 누가 하는 말인가? 매력 없음에 대한 해결책이라며 자기네 물건을 팔아치우려 하는 어느 회사가 만들어낸 말은 아닌가?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누가 하는 말인가? 공부한다는 핑계로 학교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거만한 오빠가 하는 말은 아닌가? 166p

 

 

당신의 목표가 건강한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이 건강한 목표의 특징을 규명했는데, 이는 주로 행복한 사람들이 품고 성취하는 목표들이다. 일단, 건강한 목표는 가족이나 친구나 다른 외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으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중략) 그 목표가 정말 ‘당신’이 추구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아서 추구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44사이즈 입기나 엄마 성격 뜯어고치기, 배우자에게 절대 화내지 않기, 이런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다가는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다. 좀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목표를 완화시켜라. 55사이즈를 입겠다, 엄마 성격에 너무 연연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겠다, 결혼생활에서 남편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일이니 좋은 해법을 찾는데 집중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183p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감정을 규칙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괴로워지고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일단 생각의 늪에 빠지면 긍정적인 감정을 주입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운동을 하건, 명상을 하건, 취미생활을 하건, 숲속을 산책하건, 매일매일 당신에게 행복감을 심어줄만한 무엇이든 해보라. 특히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따분하고 고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매일 일부러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행복하고 기분 좋은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자신에게 좋은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을 더 낫게 만들고 삶의 통제력을 붙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한다면, 변화나 스트레스 요인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도 좀 더 독창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190-191p

 

 

 

 

가치관이 확립돼 있지 않을 때는 어떤 사람이 좋은 짝이냐에 대해 다른 사람이나 언론이 하는 얘기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난 돈을 많이 벌 자격이 있어. 자랑할만한 애인을 가질 자격이 있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격이 있어.‘ 이런 식으로 특권의식에 휩싸여 있으면, 피상적인 기준으로 파트너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지위, 수입, 매력, 또는 부모님이 그 사람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와 같은 기준들 말이다. 결국은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상대를 제대로 고른 것인지,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할 경우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211p

 

 

셰리는 어쩌면 잡지기사에 흔히 나오는 것처럼 결혼생활을 개선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캐럴이 가르쳐주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캐럴은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그녀가 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은지, 왜 그러고 싶은지 이유들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것은 셰리로 하여금 빌과의 대화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했다.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질문들을 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초점을 조절'하게 된 것이다. 229p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관심사와 활동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빌이 관심 있는 일을 할 때 셰리가 따르기만 하는 것보다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더 나을 것이다. 어떤 커플이든 일상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야 서로의 목표와 신념에 대해 공동기반을 다져나갈 수 있다. 셰리와 빌은 얼굴을 마주보는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주로 집안일을 얘기하며 보내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처방 하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 저녁 외식을 나가는 것이었다. 그 시간에는 집안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놓고 말이다. 237p

 

 

 

 

 

아이들은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깊은 좌절을 안기기도 한다.

 

이런 상반된 감정들이 과도한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쏟아 붓는다. 간혹 자신에 대한 인식과 자부심까지 자녀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자녀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자신이 부모로서 능력이 모자라다거나 인간으로서 가치가 덜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모가 항상 자녀의 행동과 태도를 통제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그들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자녀를 통제하지 못하고 또 자녀의 행동에 따라 부모 자신의 자긍심이 왔다갔다한다면, 아마 깊고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259p

 

 

 

 

그날 저녁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피터가 아래층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마샤는 종이와 펜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티모시에 대한 기대를 써보면 어떻게든 닥터 글라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그녀의 기분을 더 낫게 만들어주길 바랐다. 하루 종일 닥터 글라스가 했던 말과 피터의 반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빠개질 지경이었다.

'우리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티모시가 학교에서 문제 일으키는 게 우리 부부 탓이라는 거야? 사람들은 왜 항상 티모시의 문제를 내 탓으로 여기는 거지? 피터는 또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얼마나 민망했는지 몰라. 그런 짓을 벌이고 나서 나한테 아이 대하듯이 아니면 자기직원을 대하듯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다니. 자긴 남의 말을 하나도 안 들으면서, 나한테는 명령만 해대.'

마샤는 정신을 집중하려고 머리를 한 번 흔든 다음, 자세를 잡고 티모시에 대한 기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 학교생활을 잘 했으면 좋겠다.

2. 학교에서 말썽 안 부렸으면 좋겠다.

3. 과외활동을 잘했으면 좋겠다.

4. 다른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이것을 쓸 때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듯했다. 그 다음에 닥터 글라스의 나머지 과제, 즉 이런 기대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모든 부모가 이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가. 이건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들이다. 에이드리언만 봐도....

마샤의 생각이 여기서 멈칫했다. 티모시가 에이드리언처럼 좋은 성적을 받아 가져오기를, 에이드리언처럼 바이올린을 잘 켜기를, 에이드리언처럼 인기 있는 아이가 되기를 상상하며 이 항목들을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드리언을 기준으로 티모시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들이 이런 훈련을 하면, 자신이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설정할 때 부적절한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된다. 이 기준이 다른 아이들일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부과한 기준일 수도 있다. 마샤는 피터와 친정엄마, 교사들처럼 다른 이들과 똑같이 티모시에게 에이드리언의 기준을 갖다 붙이고 있었다. 그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티모시를 에이드리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티모시가 에이드리언과 똑같기를 바라는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그만두어야 했다. 269-270p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매일 평가를 받지만, 일터에서 평가는 훨씬 더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평가라는 게 원래는 객관적이고 유용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매우 주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며, 상당히 위협적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자들은 그 평가를 개인적인 실패나 개인적인 공격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콜로라도 대학 심리학자 토미-앤 로버츠와 함께 인사고과에 대한 남녀 반응 비교연구를 했다. 그들을 평가한 과제는 현실생활에서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추상적인 퍼즐을 맞추는 문제였다. 과제를 끝냈 후에 우리는 그들에게 무작위로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남자들이 그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타당한 것으로 여겼지만,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무시했다. 그래서 평가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했건 그들은 자신과 성과에 대해 기분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자들의 경우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후에 자긍심이 손상되었고 기분도 우울해졌다. 별 것도 아닌 퍼즐성적에 대한 낯선 이의 평가 때문에 말이다! 그러니 성과에 대한 상사의 평가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91-292p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상을 하거나 힘든 충격을 겪으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그래서 우린 그런 생각들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려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셸리 테일러와 워싱턴 대학의 조나손 브라운이 수백 가지 연구를 확인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은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날 거라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남들보다 중병에 걸릴 가능성이 적고, 결혼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적고, 혹은 도박에서 돈을 잃게 될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비극이 닥치면, 우리 삶이 잘 통제 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믿음이 깨져버린다. 무력감과 절망에 빠져 꼼짝도 하지 못한다. 더 심하게는 '난 착한 사람'이라는 기존의 자아상이 부서지기도 한다. '세상은 공정하다'라는 우리 믿음이 잘못된 것 같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믿음에 금이 가버린다. 341-342p

 

 

 

 

 

당신을 학대하는 사람과 여전히 얽혀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구출해주길 기다리지 마라.

 

백마 탄 기사가 나타나거나 상대방이 갑자기 기존의 방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이 관계에서 떠나겠다는 선택은 오로지 당신만이 할 수 있다. 특히 당신과 자녀의 안전이 걱정스럽다면 여자들을 위한 쉼터나, 지역 병원 응급정신질환 서비스나, 자살 핫라인이나 다른 응급 핫라인 등으로 연락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라.

 

과거에 당신을 폭행했던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겠다거나, 현재 당신을 학대하는 자가 갑자기 사람이 바뀌어 학대를 그만둘거라는 등의 터무니 없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얼른 그 목표를 놓아버려라. 당신이 지금 해야할 일은 더 이상 학대 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고 인생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것이다. 374-375p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뜨끔 했다. 나의 블로그 제목도 생각하는 사람이고, 지금은 좀 버려두고 있지만 생각해, 생각해 게시판도 있고... 나는 확실히 생각이 엄청 많은 여자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직장동료는 ‘딱 원장님 얘기네요~’ 라고 했을 정도.

 

 이 책은 생각이 많은 여자들이 빠지는 생각의 늪, 특히 암울한 생각의 늪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 단순히 생각이 많은 여자들에 대해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소소한 대책도 제시해준다. 또 생각이 많은 사람과 생각이 많지 않은 사람 사이에 어떠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질과 레일라의 사례는 오버씽킹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얼마나 다르게 반응하는지, 그들이 사이좋게 지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왜 그 일을 극복하지 못하는지, 왜 그렇게 조바심내고 집착하는지, 왜 그냥 떨쳐버리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동정심도 없고, 인정머리 없고, 깊이도 없는 얄팍한 인간들처럼 느끼는 것이다. 41p

 

 

 다른 것뿐인데 마치 상대방이 잘못된 것처럼 느끼거나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서로 더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 생각이 많은 것을 생각이 깊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 삶을 살면서 사회생활, 정신건강, 육체적 건강까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다닥 유현's 롸잇나우] 다이어트 잠시 삐끗할 뻔^^;;' 에도 적었지만 내가 컨디션이 안좋고 기분이 안좋았던 때에 이 책 덕분에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때때로 우리가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그저 생리 중이라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혹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혹은 뭔가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상사가 신경질을 부렸거나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거나 하는 동떨어진 다른 사건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쁜 것에 대한 이 간단한 이유를 깨닫는 대신, 훨씬 더 극적이고 복잡한 이유들이 떠오를 때까지 생각을 거듭한다. 결혼생활에 큰 문제가 생겼다거나, 직업적으로 실패했다거나,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는 식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할 때는, 단순한 이유들부터 찾아보라. ‘최근에 술을 많이 마셨나? 배가 고픈가? 아니면 피곤한가? 지금이 생리기간인가?’ 이런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생각이 제멋대로 날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낮잠을 자거나, 무엇이든 좀 먹거나, 잠시 바쁘게 다른 일을 해서 생각에 빠질 겨를이 없도록 만들어라. 그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문제는 여전히 거기 남아 있을 것이고, 과도한 생각이 만들어냈던 상상의 산문들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적어도 전보다는 더 작아져 있을 것이다. 141-142p

 

 

 앞으로도 기분이 안좋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가장 단순한 이유부터 찾아보려고 한다.

 

 또 기분을 전환하기 위한 방법들 역시 어렵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방법들이었다.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감정을 규칙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괴로워지고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일단 생각의 늪에 빠지면 긍정적인 감정을 주입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운동을 하건, 명상을 하건, 취미생활을 하건, 숲속을 산책하건, 매일매일 당신에게 행복감을 심어줄만한 무엇이든 해보라. 특히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따분하고 고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매일 일부러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행복하고 기분 좋은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자신에게 좋은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을 더 낫게 만들고 삶의 통제력을 붙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한다면, 변화나 스트레스 요인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도 좀 더 독창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190-191p

 

 

 일상생활 뿐만아니라 어제 내가 폭식을 하고 동원한 방법도 결국 이거거든. 내가 매일매일 일기에 칭찬 일기를 포함 시킨 이유도 그렇고.

 

 

 

 나는 생각이 많은 여자다. 너무 많은 여자였지만 이 책의 읽으면서는 생각이 약간 많은 여자 정도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많아서 힘들다면, 혹은 혼자서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또 남들이 어쩌면 그렇게 생각 없이 사는지 신기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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