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관찰력’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가장 뛰어난 ‘관찰력’의 소유자들을 소개했다.
진나라가 패권국의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제후국들의 합종을 제안한 소진,
진나라의 떠오르는 책사로서 소진의 합종론을 깨기 위해 연횡론을 주창한 장의,
진나라가 조나라의 보불 화씨벽을 빼앗고자 했을 때 여기에 맞서 기지를 발휘한 인상여,
쿠데타로 집권한 흉노의 묵돌 등이 여기에서 다뤄진다.
관찰은 생각의 기본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뒤엉켜 있던 당시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힘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꿰뚫는 눈’의 필요성은 가장 우선적인 것이었다.
장의와 소진은 제후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국의 먹고사는 현실부터 군사 장비의 현황까지 훤히 꿰뚫었으며
이를 설득의 근거로 제시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객관적이면서도 치밀한 관찰에서 생겨난다.
제2강 ‘비교력’에서는
나와 나 아닌 것,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
시급한 것과 여유 있는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등 서로 대비되는 사물의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강조점을 두었다.
춘추시대의 흥망과 성패의 비밀이 다 여기에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도를 낙양으로 옮기려는 한고조의 천도 계획을 막고 불안한 제국 초기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게 도운 유경(숙손통)은
주나라와 한나라가 처한 상황의 차이를 비교해서 정확히 꿰뚫어보았다.
한나라 이광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 또한 장군과 장군이 아닌 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의 차이에 대한 사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초나라의 현인 사마계주가 지배층과 점술가의 자질을 비교하는 대목은 타산지석의 중요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받기 전에 스스로를 냉정하게 점검하는 일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제3강 ‘종합력’에서는
‘관찰’과 ‘비교’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에 이르는 기술을 제시했다.
제나라의 자공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5개국을 서로 싸움 붙이는 일은 관찰과 비교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엔 현재의 행위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경우의 수를 도출하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행동에 돌입하는 지혜가 스며 있다.
죽은 사람도 살렸다는 명의 편작은 음양의 질서에 대한 투철한 깨달음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에 근거한 판단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보충했고,
그 뒤를 잇는 창공은 교과서에 나온 진리를 현실에 맞게 변형시킴으로써 올바른 길을 찾는 창의성을 잘 보여준다.
외척 통치의 틀을 깨고 왕권을 강화했지만 스스로 재상 직을 내놓은 진나라 범저의 이야기는
나아가고 물러나야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이 사례들은 종합적인 판단이 꼼꼼한 계산과 넓은 시야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4강 ‘직관력’에서는
관찰과 비교와 종합이라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직관은 인간 이성을 개입시키지 않고 사물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사기열전』에서 이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 현실과 천 갈래 만 갈래 펼쳐진 길 중에서
성공적인 길을 찾아들어간 개인들의 처신술로 나타난다.
진시황을 도와 통일을 이루고 진 제국의 법적 기초를 닦은 이사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때를 알아차리고 나아감으로써 비록 학문적 기반은 얕았지만 국가의 기틀을 잡는 역사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지나친 강경 원칙론자였던 급암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그가 왕에게 간언을 수시로 올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중대한 이익이 걸린 자리에는 끼어들지 않는 본능적인 직관력 덕분이라고 할 것이다.
제5강 ‘성찰력’에서는
종합과 직관으로 완비된 판단일지라도 다시 한번 반성적인 의식의 회로로 불러들여 검토해야 할 것을 역설했다.
진시황을 암살하려던 연나라 자객 형가는 비록 뛰어난 학문과 승부사적인 기질을 갖췄지만
빨리 떠나라는 군주의 의심과 재촉을 견디지 못했다.
그는 준비를 미처 다 하지 못한 채 임무를 수행하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진나라의 상앙은 법술가이지만 지나친 엄격함과 먹줄로 잰 듯한 정확성 때문에 부메랑을 맞은 인물이다.
권력을 잃었을 때 그는 자신이 만들어 반포한 법망에 걸려 죽었다.
성찰은 당장의 이익이나 효과에 목매인 인간들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를 되찾을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제6강 ‘통찰력’은 ‘
달인’의 경지에 이른 생각하기의 진수들을 담았다.
한나라의 위대한 천재 한비는 법가의 집대성자로 비록 개인적인 삶은 불우했지만
군주의 심리학에 정통했던, 제왕학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었던 사람이다.
특히 말하기의 어려움을 담은 ‘세난說難’ 편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열전 속의 한비에게서
우리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설득의 심리학’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비가 숭상해 마지않은 노자 또한 사마천이 매우 높게 평가하는 사상가다.
가르침을 달라고 찾아온 공자에게 이미 죽어 없어진 성현들의 말부터 버리라고 충고했던 노자는
버리면서 얻고 세우지 않고 세우는 모순 어법을 통해 다스림의 진정한 이치를 보여줬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기열전』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사유의 힘을 보여준 이들이다.
활동한 시기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달랐지만
이들은 인간으로서 감히 통과하기 힘든 시험의 과정을 생각을 통해 넘어섰으며,
역사의 돋보이는 존재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들의 행적과 대화를 통해
우리가 공통점으로 간추릴 수 있는 것은 모순과 갈등을 수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때로는 조정하기도 하면서
생각의 싹은 자라고 사회의 모든 면모에 관한 섬세한 통찰 속에서 생각의 뿌리가 깊어진다는 것이다.
주름살이 많은 얼굴에서 더욱 웅숭깊은 삶의 흔적을 발견하듯,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쳐서 만든 상처가 ‘제대로’ 아물수록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 단단한 사유가 탄생한다.
『사기열전』의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
일본의 국사國師라고 불리는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이름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마천을 따라가기가 참으로 요원하구나”이다.
얼마 전에 타계한 박경리 선생은 “온 생의 무게를 펜 하나에 지탱한 채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말한 뒤 생을 마쳤다.
도대체 사마천의 무엇이 우리 시대 위대한 인물들을 감동시키는가. 추구해야 할 멀고 먼 대상으로 여기고 평생을 기대어 지탱하고 싶게 만드는가.
사마천의 『사기』는 삼황오제부터 한무제까지 3000년의 시간을 포괄하는 웅대한 스케일의 역사서다.
생식기를 절단하는 궁형의 치욕을 당한 속에서도 그 절망을 이겨내고
객관적이고도 보편적인 인류의 문제를 가감 없이 그려낸 인간 승리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유언을 이어받아 기원전 104년에 착수, 16년의 인고의 세월을 거쳐 『사기』가 완성된 때로부터 2천여 년의 시간이 흐른 셈이지만,
그 이전과 이후에 나온 역사서들을 압도하면서 지혜의 빛을 더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궁무진한 고전으로서의 위력을 새삼 주목하게 된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사기』가 역사서이자 뛰어난 문학서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사마천의 문체와 글쓰기가 뛰어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러한 문체를 뒷받침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다.
특히 뛰어난 개인들의 전기를 다룬 70편의 『사기열전』은 돋보인다.
다른 역사서들이 인간군상의 드러난 외부적 사실에 대해서 피상적·평면적으로 서술한 것에 비해,
사마천은 그 인물의 내밀한 부분과 참모습으로 파고들어
성공과 실패의 원인,
두려움과 자만심의 근원까지 짚어냄으로써
하나하나를 잊을 수 없는 개인들로 만들어놓았다.
말하자면 『사기』는 인간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동력으로서의 ‘생각’을 중심에 두고 서술된 유일한 역사서라고 할 만하다.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요즘의 풍토에서 보더라도,
『사기』를 능가할 만한 ‘생각하기의 교재’는 드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언하건대 여기엔 인간으로서 시도해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생각들이 다 들어 있다.
공자와 노자부터 한비와 손무까지 우후죽순으로 백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부딪치고,
국가의 안위부터 개인의 영달까지 성스러우면서 세속적인 인간 본성의 이중적인 측면이 드라마처럼 그려진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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