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쓸모 - 자기기만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진화적 이유,
저자샹커 베단텀 , 빌 메슬러 | 역자 이한이출판반니 | 2021.7.9.페이지수316 | 사이즈 147*221mm
책소개
이 책의 저자, 샹커 베단텀은 생물학자이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에게 질문을 던진다. “종교적 주장들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은 뒤 사후에 관한 종교적 믿음 덕분에 인생이 견딜 만해진 사람에게서, 그 같은 확신이 주는 편안함을 빼앗아야 할까요?” 사후에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고된 현실의 삶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눈을 바라보고 천국이나 환생은 없다고, 헛된 믿음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줘야 할까?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진실'을 전하는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희망을 잃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거라면, 진실이 그들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까?
세계적 팟캐스트 〈히든 브레인〉을 진행하며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선보였던 베단텀은, 《착각의 쓸모》에서 자기기만이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성적이라 믿는 수많은 사람이 허황된 믿음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것이 ‘실용적’이기 때문임을 발견한다. 자기기만이 인간관계를 깊이 맺게 하고, 집단의 성공에 토대가 되며, 심지어 우리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예의상의 말부터 건강, 마케팅 나아가 종교와 국가에 이르는 삶의 전반에 착각과 자기기만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저자가 자기기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벌어진 ‘사랑의 교회’ 사건에 얽힌 일련의 과정을 목도하고 나서부터였다. 사기꾼 도널드 로리가 여성인 척하며 남성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어떤 남성들은 편지 뒤에 있는 가상의 여성과 몇 달간 혹은 몇 년간 편지를 교환하며 사랑에 빠졌다. 애정의 증표로 사랑의 교회에 수���만 달러를 보냈고, 부동산을 넘기려던 사람도 있었다. 결국 1988년에 로리는 편지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저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로리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자신을 속인 로리의 편에 서서 증언하고, 법정 밖에서는 피켓을 들고 로리의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왜 이들은 가해자의 편에 서는 걸까? 로리의 편지가 이들에게 절실한 무언가를 채워준 건 아닐까? 저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기기만이 우리 삶에 주는 근본적인 효용을 하나씩 밝혀낸다.
저자는 잘못된 믿음을 고수하는 일이 반드시 바보 같은 짓도 아니고, 병리학적 이상 징후나 악한의 징후도 아니리고 말한다. 오히려 자기기만은 우리의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 목적을 달성하게 돕는다. 그렇게 《착각의 쓸모》는 ‘진실’이라는 성전에 가려져왔던, 자기기만의 오래된 쓸모를 우리 앞에 드러낸다.
목차
들어가며 - 자기기만이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가
제1부 일상적인 거짓말
1 의례적인 말
2 다 잘될 거야
3 치유의 극장
4 보이지 않는 손
제2부 의미가 간절한 사람들
5 모두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
6 착각하는 뇌
7 무지개 너머 어딘가
제3부 거대한 종족
8 불 위를 걷는 이유
9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가
10 죽음에 맞서는 믿음
마치며 - 자기기만과 함께하는 법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우리의 정신은 진실을 바라보게끔 설계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의 조각들을 선별적으로 보여주고, 사전에 결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한다. 더욱더 최악의 사실은 우리에게 현실보다 ‘환상’을 심어주면서 모든 일을 행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집단, 가족, 혹은 스스로에게 기능적인 것을 보게끔 구슬려지는 순간조차 자신이 명징하게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진실을 위해 싸운다고 믿는다.
- 〈들어가며〉 중에서
이런 이유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은 순간 에도 “부탁드립니다”와 “감사합니다”를 말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아도 친절하고 관용적으로 굴라고 가르친다.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손님이 와도 미소를 지으라고 말한다. 우리는 상당수의 기만이 인간 집단에 발을 들이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임을 직관적이고도 자동적으로 잘 안다. 또한 다른 사람 역시 그 같은 기만 행위를 하길 기대한다.
- 〈의례적인 말〉 중에서
일이 잘될 때는 진실을 말하기가 쉬우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야만스러 우리만큼 정직하게’ 구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 하는 사람이 침체되거나 공포를 느끼거나 실패를 하면, 우리는 선뜻 기만과 자기기만이 주게 될 안정감을 좇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취약한 상태에 놓이는 순간, 기꺼이 기만 행위를 하고 자기기만을 독려하는 경향은 상대에 대한 충실함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다 잘될 거야〉 중에서
뇌의 두 가지 측면은 서로 뒤얽히고 상호의존적이다. 게임의 법칙은 게임을 하는 방법에 관한 전략과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 논리와 합리성, 즉 로고스가 더나은 세상에 관한 시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미토스, 다시 말해 이야기의 세상, 상징과 신화의 역할이 필요하다.
- 〈보이지 않는 손〉 중에서
그렇다, 오히려 ‘건강한’ 집단은 ‘통제력에 대한 착각’을 지니고,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대조군은 ‘현실을 명징하게 바라보았다.’ 이논문의 부제는 ‘슬픔에 잠겨 있지만 더 현명한’이다. 이 연구보다 훨씬 더 필연성이 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후속 연구 역시 우울증이나 기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종종 현실을 ‘훨씬 더’ 명징하게 바라본 다는 사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 〈모두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 중에서
국가는 이야기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공유된 과거에 관한 이야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영웅담, 실패담, 무시하거나 수면 아래 묻어버린 비겁하고 잔혹한 이야기들의 집합 말이다.
-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가〉 중에서
이따금 죽음에 대한 상기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규범, 다시 말해 자기 문화에서 ‘좋다’고 간주하는 것을 더욱 강하게 지지하도록 부추긴다. 솔로몬은 이를 위협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집단 혹은 문화가 지닌 “확실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필멸의 존재일 수 있지만, 우리가 속한 집단이나 문화는 내가 죽은 뒤에도 살아남는다. 일종의 불멸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 〈죽음에 맞서는 믿음〉 중에서
출판사서평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고, 이는 대개 유용하다.” - 〈워싱턴 포스트〉
“왜 우리가 바보 같은 것들을 믿는지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 - 〈커커스 리뷰〉
“과학에 정통하고, 도발적이며, 세련된 자기기만 연구.” - 〈네이처〉
▼ 자기기만이 우리에게 주는 효용이 뭘까
자기기만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의례적인 말을 든다.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상대에게 "잘 잤어?"라는 말을 건네고, 회사에 출근해서는 동료에게 "주말 잘 보냈어요?"라고 던지는 친근한 질문 말이다. 책에는 손님에게 침을 맞고도 연신 사과한 호텔 임원의 경험담도 등장한다. 우리가 이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의례적인 말들을 하는 이유는, 이 말들에 담긴 자기기만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돈독한 관계라는 가상의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신입 신고식, 군대의 통과 의례, 빵과 와인을 나누어 먹는 기독교의 성체 의식, 악수로 인사를 나누는 행위, 축구 선수의 득점 세리머니까지, 소위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이러한 자기기만 행위를 하면서 공동체에 깊숙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국가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가능케 하는 것도 자기기만의 힘이라 말한다.
자기기만은 신체의 변화도 이끌어낸다. 미국의 외과 의사 브루스 모슬리는 관절염 환자들의 동의를 얻어 무작위로 플라세보 수술을 했다. 플라세보 수술 2년 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실제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 식염수로 세정만 한 환자들,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 모두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단순히 물리적 수술과 약물만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공간, 수술의 준비 과정, 모든 게 잘될 거라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한 자기기만이 치료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싸구려 와인에 비싼 가격표를 붙여 마시게 한 실험도 소개하는데, 가짜 와인을 마신 사람들도 비싼 와인을 마신 사람과 동일하게 쾌락을 경험할 때 켜지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현실 세계의 진실과 거짓이 뇌의 반응을 판가름하지 않으며, 자기기만이 신체적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자기기만은 불안을 잠재우고 심리적 안정감도 가져다준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비극적 숙명에서 비롯한 공포와 불안을 피하고자 역사적으로 수많은 자기기만 시스템을 만들어냈는데, 거대한 피라미드 건축물부터 다양한 종교 의식은 우리가 필멸의 진실을 피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해온 유구한 흔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왜 인간은 자기기만에 빠지도록 설계된 걸까
저자는 자기기만 시스템이 우리 정신 안에 탑재된 이유를 진화적 맥락에서 찾는다. 진화의 주된 동력원은 자연선택이다. 저자는 수억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자기기만과 이야기를 정신적으로 활용하는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이어갔고, 그 결과 우리의 정신이 이야기와 암시, 상상력과 자기기만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위에서 말한 다양한 자기기만의 효용이 결국에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기만의 역할을 증명한 캐나다의 한 연구를 소개한다. 실험에 참여한 여러 부부에게 배우자의 성격을 평가해달라고 했는데, 대부분 배우자가 직접 자신에 관해 내린 평가보다 상대방이 배우자를 후하게 평가했다. 특히 친절함이나 관용 등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은 훨씬 부풀려서 배우자가 갖고 있다고 여겼다. 이처럼 부부 사이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자기기만적 감정이 피어나는 이유는 이 감정이 서로를 돌보게 함으로써 생존과 재생산의 측면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연구의 결론은, 가장 과장된 관점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 즉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기만에 빠진 부부가 제일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 우리가 자기기만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책 곳곳에서 자신은 합리주의자임을, 결코 합리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기꾼이나 거짓말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고 모든 종류의 자기기만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자신에게 유용한 자기기만의 역할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활용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기기만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우리는 정말 불필요한 자기기만을 극복할 수도 있다. 자기기만에 빠진 사람들은 단지 비이성적이고 모자란 사람들이 아니다. 자기기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적 반응이다. 허황된 믿음에 빠진 사람에게 진실을 들이밀어도,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허황된 믿음이 그것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 이점’을 주는지, 그것이 어떤 근본적인 욕구를 표현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자기기만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건넬 때, 착각과 자기기만의 자취는 점차 희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