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사람차이

감정은 특별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특별한 상태

modest-i 2021. 11. 30. 23:00

정신의학은 수십 년간 진전이 없었다. 정신장애의 원인을 대부분 뇌 질환이나 유전으로 보고 수동적인 약 처방이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진화 정신의학을 개척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 다윈의 진화생물학을 정신의학에 접목해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책제목이 이기적 유전자 가 떠오르는 책이다. 진화 의학은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에게 영향을 주었다 한다. 진화 정신의학은 자연선택이 불안과 우울, 슬픔, 자폐증 조현병 등의 나쁜 감정들과 유전자를 제거하지 않고 남겨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불안이나 우울 같은 감정이 인간의 진화에 유용하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서 진화라고 함은 자손 번식을 통해 유전자 변이를 많이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불안이나 우울 같은 나쁜 감정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과학적 면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있어서 인간을 이해하는데 종교나 어떤 철학적 접근보다 더 깊고 논리적인 접근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학자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뇌가 어떻게 바뀌었으며 다원주의적 적합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질문한다. 적합도란 번식이 가능한 연령까지 살아남는 수가 얼마나 되는지 나타낸다.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우리의 몸과 뇌는 다원주의적 적합도를 최대치로 만드는 데 유리한 방향으로 유전자 변이를 하며 진화한다. 즉 중간 정도의 불안을 가질 때 번식률이 높다고 한다. 너무 모험심이 강해 무모하면 일찍 죽을 가능성이 크고 너무 불안해서 집에만 있어도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다고 한다.

진화 정신의학은 '자연선택을 거쳤는데도 왜 정신장애에 걸리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삶은 왜 고통으로 가득한가?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으로 연결된다. 불교에서는 고통의 원인이 욕망이니 욕망이 허구임을 깨달아서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하지만 진화 정신의학에서는 불안과 우울이 유전자 변이에 유리하다고 한다. 가끔 불안과 우울이 과잉되어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통증이나 불안이 없는 삶은 매력적일 것 같지만 그런 삶은 길지 못하다고 한다. 고통, 열 무기력 구토, 설사 등이 화재경보기처럼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반응이듯이 불안, 질투 분노, 우울과 같은 감정은 경쟁을 통한 번식의 극대화를 위해 자연선택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했다. 즉 건강이나 수명을 극대화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자연선택은 행복에는 관심 없다. 오직 재생산에만 관심이 있다.

감정은 유전자를 이롭게 하도록 진화했다. 감정은 특별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특별한 상태로 바라봐야 한다. 위험하거나 손해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불안과 슬픔이 유용하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수십 가지 방법이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저자는 습관이나 상황을 바꾸기보다 그냥 기다리라고 한다. 기다리면 상황은 저절로 바뀐다. 불안과 긍정의 시기가 반복되면 회복력이 빨라지고 심리적 면역체계가 생성된다. 그러나 긍정이 과잉되면 조증이 생기고 불안이 결핍된 과소 공포증 환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요즘 뜨고 있는 긍정 심리학과 부정 심리학은 긍정의 과잉과 부정적 감정의 결핍을 무시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뭐든 과잉되거나 과소하면 오히려 자연선택에서 도태된다.

 

 

불안 과잉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공황발작이나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은 비상시 반응체계의 경보가 잘못 울려서 생기는 현상이다. 즉 경보기 고장이다. 이 경우 위험 노출 치료등 여러 가지 진화적 관점의 치료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인보다는 증상에 초점에 두고 주로 치료해 왔다고 한다. 진화의학은 환자의 특정한 상황에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고 기분조절시스템 전반과 인생의 가치 있는 목표에 대한 부정확한 개념을 교정하는 메타접근법이나 환자 개인의 상황을 중시하고 어린시절의 경험등을 반영한다.

 

인간은 왜 사회적 존재인가? 왜 남의 평가를 중시하는가? 죄책감이 어떤 도움이 되는가? 저자는 자연선택으로 무의식이 생겨났다는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종종 사람들은 이기적인 동기를 숨기고 이기적인 목표를 추구한다. 타인에 대한 너무 많은 분별은 광기일지 모른다. 강렬한 감정이나 욕망 질투 등을 숨기는 억압은 진화에 가장 난해한 수수께끼를 던진다. ’강박성성격장애‘는 남들도 규칙을 준수하고 자기와 같은 높은 기대 수준을 따라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사람들과 멀어진다고 하는데 나한테도 그런 면이 약간 있는 것 같다. 억압은 사회적 ‘트레이드 오프’를 통해 도덕적 행위를 하게도 하지만 내재화되어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연선택은 사람들이 부부관계에 장기간 헌신하도록 메카니즘을 형성했지만 실제로는 성생활에 어려움들이 많다. 그 이유는 재생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뇌와 몸을 발달시켰지 우리의 행복이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들의 몸에는 다른 여자들과 섹스를 하려는 충동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다만 현대는 신기술로 인해 인터넷 포르노 시장이나 섹스 로봇등으로 쾌락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어 자연선택이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는 것 보다 더 빨리 변화 시켜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유전자를 가장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감정은 개별 상황에 알맞게 특화된 작동체계다. 가끔 조절하는 시스템이 고장나서 정신질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기적 감정,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 때문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데 깊히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크다. 사람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스스로를 조절해 나가고, 충동을 억제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진화의학은 진화생물학과 정신의학의 다리 역활을 하고 있다. 왜 인간은 자연선택을 거쳣는데 정신장애에 쉽게 걸릴까? 아직은 시초 단계지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의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