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국립현대미술관·KBS 공동 주최 '피카소와 모던 아트 : 열정과 고독'展
명절 연휴 동안 가족들과 모여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미술 전시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피카소와 모던 아트 : 열정과 고독'展(이하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은 그동안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세기의 걸작들을 만날 기회여서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표현주의 미술 맛보기… 피카소와 모던 아트
미술사에서 '모던(modern)'이 뜻하는 의미는 '역사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었던 20세기 초반으로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과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를 말한다. 당시 예술가들은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내면을 보게 됐다. 그리고 이를 과감히 화폭에 담아냈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미술, 모던 아트의 시작이었다.
- ▲ ①아마데오 모딜리아니, 슈미즈 차림의 젊은 여인. ②키스 반 동겐, 푸른 눈의 여인.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에서는 이러한 20세기 미술 작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소장한 피카소, 샤갈 등 거장 39명의 회화·조각·드로잉 작품 121점이 전시 중이다. 인간 의식의 세계를 '왜곡'이라는 기법으로 표현한 피카소의 작품이나 인간의 절망을 표현한 뭉크, 고독한 영혼의 모습을 그린 모딜리아니, 유년 시절의 경험을 화폭에 환상적으로 담은 샤갈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황호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팀 작품해설사는 "모던 아트를 관람할 때는 '주관(主觀)을 중시했던 예술가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거친 원색·붓칠… 모더니즘의 열정
황 작품해설사는 "이 전시의 진정한 주인공은 주관적 색채와 선의 표현을 중요시했던 다리파(드레스덴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혁신적으로 격동하는 요소를 화폭에 담았던 미술 집단)와 청기사파(뮌헨에서 결성된 미술 집단)의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이라 소개한다. 전시장 2층에 가면 바로 이 작가들의 드로잉, 유화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자연 속 인간의 모습이나 거리·카바레 등 도시를 배경으로 동시대의 우울한 정신 상태를 담았다. 인간의 형체를 과장되고 왜곡해 표현했고,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보는 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역동적인 붓질이 인상적인 키르히너의 '실내의 두 나부'나 도발적인 포즈를 취했지만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한 여성을 그린 '여인의 누드', 그리고 뭉크의 '겨울 풍경', 놀데의 '달빛이 흐르는 밤', 페히슈타인의 거친 원색 그림들을 통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 ▲ ③호안 미로, 변신. ④파블로 피카소,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
키르히너의 신경질적인 필치가 돋보이는 '드로잉'도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당시 다리파 작가들에게 '15분 누드, 15분 드로잉'이란 말이 있었다. 드로잉을 시작해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할 만큼 드로잉 기법은 그들에게 작가의 감정과 기질을 즉흥적으로 표출하는 통로였다. 또한 독일 청기사파 화가로 과장되고 독자적인 색채를 사용했던 칸딘스키의 '풍경습작'과 야블렌스키의 '카란텍 인근 옥수수밭' 등을 만날 수 있다. 색의 톤을 이용해 입체적 공간을 암시하는 프랑스 오르피즘(Orphism· 들로네에 의해 시작된 입체파로부터 발전한 미술 운동) 작가들의 작품도 관람객과 만난다. 들로네의 '공기·쇠·물-벽화 제작을 위한 습작'이나 쿠프카의 '상승' 등은 20세기 초반 화려했던 유럽 회화 운동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샤갈·피카소 등 20세기 거인과의 만남
1층에 전시된 마티스·모네·시냑·샤갈 등 밝은 색채로 사물을 거침없이 표현한 야수파의 작품도 인기다. 키스 반 동겐의 '푸른 눈의 여인'은 강렬한 여인의 눈을 푸른색으로, 입술은 붉은색으로 강조해 팜므 파탈(숙명의 여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티스의 '패럿 튤립'이나 시냑의 '앙티브의 탑들' 등의 작품들은 회화에서 붓을 세워 점을 찍듯이 그리는 점묘법의 전형을 보여준다. '성(聖) 가족' '위대한 서커스' '야곱의 꿈' 등 샤갈의 대표작 8점도 전시되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카소·자코메티·호안 미로를 비롯한 20세기 후반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의 열정도 느낄 수 있다.
- ▲ ⑤파블로 피카소, 검소한 식사. ⑥게오르크 바젤리츠, 내 초상을 그리는 사람.
전시는 3월 1일까지(월요일 휴관) 열리며, 입장료는 어른 1만1000원, 청소년 9000원. 최근 출시된 조선일보 카드로 현장 결제하면 본인 포함 3인까지 단체 할인가(어른 9000원·청소년 7000원)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화~목요일 오전 9시~오후 7시(금~일요일은 오후 8시 30분까지). 2월 2~4일 설연휴 기간에 전시장을 찾는 '토끼띠 관람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운전면허증·주민등록증 지참). 문의 (02)757-3002
글 김보람 기자 | 사진 알베르티나 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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