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훌륭한 업적을 이루려면
● 소질(I·Individuality)이 있어야 하고,
● 그 소질이 해당 영역(D·Domain)에서 교육·훈련·개발돼야 하며,
● 훈련 받은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F·Field)에서 생업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피카소는 천재 탄생의 세 가지 조건이 가장 이상적으로 충족된 사례인 반면,
장승업과 이중섭은 세 가지 조건 충족에 실패해 빛을 보지 못한 천재의 대표적 사례다.
피카소는 태어날 때부터 그림에 소질(I)이 뛰어났고,
아버지 덕분에 스페인의 왕립미술학교에서 제대로 된 미술 교육(D)을 받았으며,
평생토록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생업(F)을 보장 받았다.
그러나 이중섭은 그림에 소질(I)도 풍부했고,
도쿄미술학교(D)도 다녔지만,
불행하게도 그림만 그리면서 살 수 있는 화가로서의 생업(F)을 보장받지 못한 채
부산 역전에서 짐꾼 노릇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천재다운 업적을 남기기가 어려웠다.
한편 장승업은 그림에 소질(I)은 출중했지만,
천한 신분 때문에 교육다운 교육을(D) 전혀 받지 못했고, 그
림에만 전념할 생업(F)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역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기기가 어려웠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moonyl@snu.ac.kr /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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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재능이 빛을 보려면 어떤 조건이 만족돼야 할까.
문용린 교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시카고대 교수와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의 ‘IDF 모델’에 입각해 3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개인적 소질(Individuality)이 뛰어나야 한다.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말은 노력을 강조할 때 곧잘 인용된다.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1%에 해당하는 재능이야말로 99%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결정적 변수다.
문용린 교수는 부모의 역할이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자신의 재능이 빛날 수 있는 영역(Domain),
즉 적재적소로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조기 입문과
10년가량의 발효 기간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이 수학 성적 하나만 가지고 취리히공과대에 간신히 입학했을 때 16세였다.
수학과 이론물리학에 몰두한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것은 10여 년 뒤인 27세 때였다.
셋째, 경쟁의식을 북돋워주면서 자신감도 불어넣는 심리적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분야,
즉 마당(Field)이 필요하다.
마당에는 관중도 있고, 코치와 감독도 있고, 라이벌도 있다.
운동선수가 경기장 분위기에 따라 발휘하는 기량이 달라지듯
천재들도 인적 환경의 역동성에 따라 발휘되는 기량이 크게 달라진다.
김연아 양에겐 아사다 마오와 같은 라이벌을 정해주고
박태환에겐 마이클 펠프스라는 넘어야 할 목표를 설정해준 것도 이런 마당이었다.
문용린 교수는 IDF 모델에 비춰볼 때 한국의 신천재들의 등장은,
부모에 의해 이른 시기에 소질이 발견되는 I단계의 첫 단추는 잘 꿰고 있지만,
학교와 사회가 담당해야 할 D단계와 F단계도 대부분 부모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천재의 소질 발현은 김치의 발효 과정과 같아야 합니다.
제대로 숙성될 때까지는 김칫독의 뚜껑을 자주 열지 말고 오랜 시간 항아리에 푹 담가둬야 합니다.
그걸 속성으로 발효시키려 설치면 김치 맛이 떫거나 빨리 시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평준화에만 초점을 둔 현재의 공교육에선 이런 과정을 밟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교육의 유혹을 떨치고 묵묵히 이런 발효 기간을 견뎌낸 부모들의 안목이 놀라울 뿐입니다.”
[출처] [본문스크랩]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작성자 피그말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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