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 수 있는 것

당신이 내는 돈은 가격이지만, 돈을 내고 얻는 것은 가치-워런 버핏 / 통화 가치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인 ‘화폐환상’

modest-i 2016. 2. 13. 07:39

[투자의 심리학] 화폐환상, 가격과 가치의 차이

  • 닉 아밋 피델리티 자산운용 투자전략 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 “당신이 내는 돈은 가격이지만, 돈을 내고 얻는 것은 가치라고 부릅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남긴 말을 아는가. 그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분명히 이해했다. 가격은 돈의 절대 액수이고 가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화폐 가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돈의 액수에 신경을 뺏긴 나머지 돈의 가치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계좌 안에 있는 돈으로 얼마나 구입할 수 있을 지는 돈의 가격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알려준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창안한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화폐환상이란, 쉽게 말해 한 노동자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임금이 오른 것인데도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착각하는 상황을 일컷는 말이다. 통화 가치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인 ‘화폐환상’은 오랫동안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곤 했다.

    사람들은 왜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 실질 기준이 아닌 돈 자체의 액수를 보는 명목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게 될까. 화폐환상은 인간의 행동심리학 관점에서 봤을 때 대표적인 인식 실패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손실이 눈에 확인될 정도로 드러나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즉, 인간의 두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는 수치가 의미하는 내용(가치)보다 수치 자체(가격)에 집착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금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가 증가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물가와 소득이 비례해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득과 물가가 서로를 상승시키는 ‘임금 물가상승 악순환’(wage-price spiral)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같은 논리로, 디플레이션 기간에는 임금과 물가가 모두 하락하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폐환상’ 때문에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가와 비례해 임금을 내리려하면 근로자들은 절대 임금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쟁한다. 이 때문에 결국 기업은 임금을 삭감하기보다 감원을 통해 수익성을 재조정하고 실업률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개인의 인식실패 사례가 사회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경제 침체기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flight to safety)이 발생하는 경향도 있다. 인플레이션률보다도 수익률이 낮은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몰리게 되는 반면 주식투자는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현금을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은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있다.

    이 같은 보수적인 투자가 감정적으로는 그럴듯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를 따져봤을 때 엄청난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받는 돈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 때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상황에 안주한다면 우리가 돈을 내고 얻을 수 있는 가치, 즉 구매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 가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있다면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이해하고 구매력 하락에 대비해야한다.

    투자자는 비용 대비 실질 수익을 거둬야 한다. 만약 인플레이션률이 3%이고 투자수익률이 5%라면 실직 수익률은 2%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한다. 우리의 뇌는 명목가치(가격)가 아닌 실질가치(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한다. 인플레이션률보다 높은 실질수익률을 기록하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