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현재 당신이 가진 카드 숫자의 합은 ‘18’이다. 당신은 고민 끝에 카드를 한 장 더 받기로 결정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당신을 비웃듯이 쳐다보고, 딜러는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당신은 카드를 받아 조심스레 숫자를 확인한다. 숫자 ‘3’이 적혀 있다. 당신은 최고의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좋은 결정이었을까. 주어진 정보에 근거한 확신에 찬 결정이었을까, 아니면 결과만을 보고 좋은 결정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어떠한 결정이 좋았는지, 혹은 어리석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정과 결과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사실 투자에 있어서도 과정과 결과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률과 블랙잭의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18’을 가진 상황에서 카드를 한 장 더 받는 결정은 돈을 잃을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이다(카드 한 벌에는 페이스카드를 포함해 ‘3’보다 높은 숫자의 카드 수가 훨씬 더 많다). ‘18’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를 한 장 더 받아 21을 만드는 케이스는 나쁜 결정이 운이 좋아 좋은 결과로 이어진 극히 드문 사례일 뿐이다.
‘18’을 들고 카드를 한 장 더 받는 모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게임에서 지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아래의 ‘과정 대 결과(Process versus outcome)’ 매트릭스에 따르면 '18'을 들고 카드를 한 장 더 받는 것은 나쁜 과정이 나쁜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이며, ‘응분의 대가(Just desserts)’(게임에서의 패배)를 얻는 경우다.
과정 대 결과 (Process versus outcome)
비록 과정에 결함이 있었음에도 좋은 결과가 나올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자신의 능력이나 올바른 판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의 대표적인 사례다. 심리학에서 귀인편향(attribution bias)이란 사람들이 행위와 행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범하게 되는 시스템적 오류(systematic error)를 말한다.
기본적 귀인 오류와 자기 귀인편향(self-attribution bias)은 사람들이 성공은 개인적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실패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외부요인 탓으로 돌리는 성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좋은 결과는 좋은 결정 덕으로 보는 반면, 나쁜 결과는 운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복잡한 현실세계에서는 행운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행운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운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정당한 세상(just world)’에 살고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you make your own luck)”와 같은 속담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의 성공을 재능과 노력의 결합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행운의 유무가 성공적 경영의 핵심요소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빌 조이, 스티브 발머 등과 같은 선도적 기술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1953년에서 1956년 사이에 태어났으며, 미국에서도 컴퓨터가 고등학교에 도입된 지역에서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만약 이들이 1~2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면 컴퓨터를 보지 못했을 것이며, 몇 년 늦게 태어났더라면 아마 다른 이들이 그들의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투자에서도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과정과 결과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투자자가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를 단순히 전적으로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실수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할 것이다.
반면 투자 과정은 무분별했지만 운이 좋아 성공적인 투자결과가 연달아 나타나는 경우, 투자자는 잘못된 과신이나 자만으로 인해 과도한 투자나 거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예컨대 호프만(Hoffman)과 포스트(Post)는 개인투자자의 증권거래에 대한 연구에서, 이전 기간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투자성과가 자신의 투자능력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패한 결과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또한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을 때도 자만심에 빠져 투자의 방법에서 드러난 강점과 약점을 현실적으로 평가하지 못해선 안 된다. 투자는 확률과의 싸움이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리서치와 역사적 데이터, 질적인 판단,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등을 통해 판단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투자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체계적이고 규율 있는 투자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귀인 오류에 빠져 과정과 결과를 혼동할 위험이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완벽한 투자결정이 가끔은 나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좋은 선택이란 단순히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나쁜 결과를 낼 가능성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어떤 투자방법도 때로는 원치 않는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함과 동시에,
만약 옳은 투자판단을 하고 있다면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현재의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앞서 소개한 매트릭스에서 보듯이 좋은 과정이 때로는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과정은 보다 많은 경우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 모든 내용의 요점을 말하자면, 투자자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관리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투자결정에 대한 평가 방식이 이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선택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최적에 못 미치는 행위로 이어지기 쉽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은 확실성이 높은 결과에만 집중하는 성향을 보이곤 한다.
그렇지만 이는 투자목표나 전략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위험을 충분히 감수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도록 만들 뿐이다.
또한 리서치 작업을 통해 소신 있게 포지션을 취하기 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위험을 필요 이상으로 회피하는 결과를 야기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발생 가능한 결과의 범위를 설명하기 위해 쓸모가 있건 없건 모든 종류의 정보를 수집하는 성향이다.
여러 분야에 걸친 학계의 연구결과를 보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정보를 더 모은다고 해서 정확성이 특별히 높아지지는 않는다.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신뢰도가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소신 있는 투자의견을 형성하는 데는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금융모델링 기법이 결합된 일정량의 핵심 정보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 외 정보들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생기는 것이다(Luck is what happens when preparation meets opportunity)”라는 말이 있다.
좋은 투자결과는 견실한 투자과정이 기업의 미래성장과 진화에 따른 기회를 만났을 때 생긴다.
투자에 있어서 양질의 과정만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투자의 심리학] 귀인편향과 행운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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