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마음,생각)

책은 사람을 만든다, 리더를 움직인 책은 역사를 바꾼다 / 칭기스칸의 명재상 야유초재의 종용록 /

modest-i 2015. 12. 13. 10:46

리더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꾼 책

 

 

 

 

 

 

 

 

종용록(從容錄)

 

 

1-4: 天童正覺 頌古 · 萬松行秀 評唱, 석지현 역주·해설 / 어휘사전: 석지현 편저

1: 448, 2: 428, 3: 396, 4: 436, 5: 259

5권 세트 185,000(낱권 판매 불가) 신국판 양장 민족사 펴냄

책은 사람을 만든다, 리더를 움직인 책은 역사를 바꾼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가슴에 지니고 살아왔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부처님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 만든 책은 부처님 같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하면서 책을 만들어 왔다.

스님들과 불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때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만들 때도 나는 늘 가슴이 설렌다. 책을 읽고 나처럼 마음의 평안을 찾고 행복해질 독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더 뜨거워진다. 몇몇 개인이 행복해졌다 해도 가슴이 뿌듯한데, 그 사회를 한순간에 밝히는 책,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한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환희용약, 아니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종용록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책이다. 종용록이야말로 그 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책이다. 이 책은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대륙을 손에 넣었던 칭기즈칸의 사상과 그의 정치에 영향을 미친 책이기 때문이다. 종용록을 번역한 석지현 스님께 이 책을 탄생시킨 장본인이 바로 칭기즈칸의 핵심 참모이자 정신적 지주인 야율초재라는 것을 듣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통치자일 경우 역사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통치자의 생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종용록, 칭기즈칸의 정신적 지주 야율초재의 원력으로 빛을 보다!

종용록은 야율초재가 만송행수 스님에게 천동정각의 백칙송고를 누구든 쉽게 읽어 새길 수 있도록 해설해 달라는 편지를 7년 동안 9번이나 보내 결국 원고를 받아 펴낸 책이다. 야율초재가 한평생 옆에 두고 새겨 읽으면서 마음에 품은 책이기도 하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야율초재는 종용록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만송 노사에게 ‘(천동의) 이 송(, 頌古)을 평창하여 후학들의 눈을 뜨게 해 달라7년 동안 무려 아홉 번이나 편지를 드렸다. 그래서 비로소 그 편지와 평창 원고(?종용록? 원고)를 받아보게 됐다. 내 서역에서 외로이 떠돌기 수 년 만에 문득 (스님의) 이 편지를 받아보니 술 취했다가 깨어난 것 같고 죽었다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스님 계신) 동쪽을 향해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한 다음, 또다시 (이 원고를) 펼쳐 놓고 음미하며 원고를 어루만지면서 만송 스님이 서역에 오셨다고 혼잣말로 되뇌곤 했다.

(……) 나는 행궁(行宮, 왕이 임시 거처하는 곳)의 여러 벗들과 아침저녁으로 이 책(만송 스님의 종용록 평창 원고)에 푹 젖어 지냈는데 (그것은 마치) 보배의 산에 오르고 화장세계의 바다(華藏海)에 들어간 듯했다. 진귀한 보물들이 광대하게 두루 갖춰져 있어서 왼쪽으로 가도 보물이요, 오른쪽으로 가도 보물이며 보는 눈이 풍요롭고 마음은 흡족하기 이를 데 없으니 이를 어찌 세상의 언어로 그 만분의 일이라도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나 혼자만 이 아름다운 법열을 독차지할 수가 없어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생각했다.”

-야율초재 담연 거사가 쓴 <서문> 중에서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을 도와 대제국을 건설한 장본인이었다. 보잘것없는 일개 유목민 부족의 리더였던 테무친(칭기즈칸의 본명)이 세계 최고의 정복자로 거듭나고 몽골제국을 건설하여 약 150년 동안 동서양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하늘이 주신 선물야율초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은 야율초재를 자신의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나랏일과 군사작전에 대한 것을 모두 그와 상의해서 처리했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게는 야율초재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야율초재를 가르친 것이 바로 종용록이었다. 그는 종용록이라는 보물을 늘 가슴에 품고 있으며 잔혹한 전장에서도 누구보다 지혜롭게 대처했다.

몽골이 야율초재를 만나기 전까지 몽골군은 정복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리 항복한 성들은 살려주지만 끝까지 저항한 도시는 철저히 파괴해 왔다. 그런데 야율초재는 끝까지 저항한 나라의 백성들을 모두 도살하고 농지를 초지(草地)로 바꾸자는 몽골군 장군에게 맞서 천하를 말 위에서 얻을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없는 법이라고 응수했다. 대량 살상을 하지 않도록 왕을 설득시킨 야율초재 덕분에 점령지에서 관례대로 해 오던 파괴행위와 대살육의 풍조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아율초재는 잔혹한 전장에서 대량 살상을 막고 몽골인들에게 법도와 예절, 문명의 기운을 불어넣었던 인물이다. 이는 종용록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종용록은 선() 수행의 필독서!

중국 제자백가의 사상을 집약한 지혜의 보고(寶庫)!

지혜의 칼’(벽암록)과 더불어 훈훈한 봄바람’(종용록)을 곁들이지 않으면 완벽한 선자(禪者)라고 할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선자(禪者)들은 사선(邪禪)으로만 알고 있는 묵조선(黙照禪)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종용록을 읽어봐야만 한다.

-<머리말> 중에서

종용록은 어떤 책인가? 벽암록이 간화선의 최고봉이라면 종용록은 벽암록과 쌍벽을 이루는 묵조선의 정수이다. 한편 종용록은 중국 제자백가의 사상을 집약한 지혜의 보고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시중(示衆착어(着語평창(評唱)을 쓴 만송행수 스님은 불교 외에 유교와 제자백가(諸子百家) 사상에 정통한데다 다양한 고사를 인용했기에 선어록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은 물론이고 중국 사상과 한자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면 ?종용록?의 문장들이 품고 있는 숨은 뜻을 읽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종용록벽암록과 더불어 선 수행자들의 필독서임에도 불구하고 석지현 역주·해설본 이전에는 제대로 된 번역서조차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 전 민족사에서 출간한 종용록8년 전 벽암록을 역주·해설 출간한 석지현 스님이 번역했다. 벽암록을 읽은 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지현 스님이 번역을 시작한 지 6, 교정과 편집에만 약 1년이 걸린 끝에 출간되었다! 벽암록을 번역한 경험과 오래도록 선()을 연구한 내공이 아니었다면 7년이란 세월을 굳건히 버틸 수 없었으리라. 5(사전 1권 포함)으로 펴낸 종용록의 완역·출간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현 스님은 수행자로서 뛰어난 언어감각을 지닌 보기 드문 승려시인이다. 선시(禪詩)와 선어(禪語)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전념해 왔던 스님이 원문에 토를 달고, 각 단락마다 상세한 해설과 주()를 달았다. 그리고 종용록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들의 출처와 고사성어의 의미를 고증하여 밝혀 놓았다. 이 책의 마지막 권은 어휘사전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당송 시대의 속어와 선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공안집이나 선어록은 속어를 모르면 완전히 잘못 해석하게 된다. 이 어휘사전 한 권만으로도 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벽암록과 쌍벽을 이루는 묵조선(黙照禪)의 정수!

묵조선과 간화선의 수행 방법 차이를 한눈에!

깨달음(부처의 기능)은 이미 우리의 본성 속에 내재돼 있다(本證). 그러나 좌선수행(只管打坐)을 하지 않으면 그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妙修).”

묵조선(黙照禪)은 좌선수행을 통해 우리의 본성 속에 이미 내재한 깨달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묵조선 수행은 내재된 깨달음을 충전하는 작업이다. 이때 공안은 수행의 깊이를 측정하는 계기판이다. 반면 간화선(看話禪)은 공안을 깨닫기 위한 수단 또는 도구로 보고, 좌선보다는 공안 타파(公案打破), 공안 참구(公案參究)를 통한 깨달음을 강조한다. 간화선 수행의 최고 교과서가 바로 벽암록이다.

하지만 묵조선에서 공안 타파는 좌선수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험되는 한 현상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공안 타파 이후에도 좌선수행은 부단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이 삶 전체가 공안화(公案化)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현성공안(現成公案)이라고 한다.

이러한 묵조선을 완성시킨 사람이 종용록의 공안 100칙 송고를 읊은 천동정각(天童正覺)이다. 묵조(黙照)에서의 ()’이란 몸을 부동의 자세로 바로잡는 것(坐禪, 只管打坐)이고, ‘()’란 이 부동자세를 통해서 생각의 흐름과 감정의 기복을 관찰(수동적인 注視)하는 것이다.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거든 따라가지 말고 (부동의 자세로 앉아서) 그저 (수동적으로) 그것들이 가고 오는 걸(사라지고 나타나는 걸) 지켜보기만 하라.’ 이런 식으로 꾸준히 좌선수행을 계속하다 보면, 차고 더운 걸 그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念起不隨去 但觀自去來 久久純熟 冷煖自知).”(石門文字禪)

천동정각의 묵조선 수행법은 달마 대사의 면벽(面壁)수행에 근원을 둔 재래적인 수행법으로서 좌선(坐禪,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 坐法) 그 자체를 강조한다. 이런 묵조선 수행법의 정수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종용록이다.

대혜종고의 간화선 수행체계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우리나라 선가(禪家)에서는 묵조사선(默照邪禪)이라는 대혜종고의 주장(주로 書狀에서의 주장)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져 내려오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종용록은 선 수행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이다.

티베트 불교와 위파사나가 서양에 불교 붐과 명상 붐을 일으켰는데 이젠 바닥이 다 드러난 상태입니. 서양 사람들이 불교 수행을 활용해서 다른 것을 계발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정신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분야가 있다면 간화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전이 어려워서 번역을 못해 전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종용록, 완역 작업에 착수!

“2007년 필자의 벽암록 완역 역주본(5)이 출간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이런 와중에서 내친김에 종용록도 마저 완역해 보라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벽암록 완역 작업에 10년 세월을 보낸 나로서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 후 주위 사람들의 지속적인 권유에 나는 또 한 번 무모한 도전을 시도, 종용록 완역 작업에 착수하고야 말았다.”(종용록 , <머리말> 중에서)

석지현 스님은 간화선 공안집 벽암록을 완역한 후 이 책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묵조선의 공안집 종용록 완역 작업에 착수했다. 벽암록이 출간되기까지 10, 종용록이 출간되기까지 또 7, 17년을 선어(禪語) 번역에 매달렸다. 스님의 작업방식은 워드가 아니라 모두 육필이었다.

이렇게 정서하기를 3번 반복했다. 스님은 언어를 통해 언어를 깨고, 깨달은 후에는 깨달음조차 깨부숴야 한다고 말하는 선사(禪師)들의 가르침을 좇으며, 쓰고 또 썼다. 스님은 손으로 원고지 약 18천여 매의 원고를 줄 노트에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그러다 손가락이 마비된 적도 있다고 한다. 선어(禪語)를 한 글자 한 글자 해석해 내는 과정이 얼마나 힘겹고 고된 여정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스님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깨달음으로 가는 무모한 도전이자 목숨을 건 사투(死鬪)였다.

종용록처럼 당송대의 속어가 뒤범벅된 선어록을 번역하고 해설하기 위해서는 언어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석지현 스님은 시인으로서 탁월한 언어 감각을 갖고 있으며, 뛰어난 한자 실력, 영어, 일본어, 산스크리트어, 벵골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는 실력자다. 또 젊은 날의 구도 여행을 통해 수많은 스승들을 만나고 공부한 것이 번역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다. 실로 종용록은 석지현 스님이 계셨기에 만날 수 있는 정말 귀한 책, 사람을 살리고 역사를 바꾸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시대, 천민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린 지 이미 오래다. 3·5·7포를 넘어 다포세대, 헬조선이라는 말이 공감을 얻는 시대다. 불교계 또한 다르지 않다. 물질로 인해 온갖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보고 실망한 이들이 불교를 떠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몽골을 바꾸고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세계사를 새롭게 쓰는 데 밑거름이 된 이 책을 통해 진정 나와 남이 둘이 없는 세상, 서로를 붓다로 섬기는 세상, 고통에서 벗어난 행복한 붓다들의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서원을 세워본다.

종용록이 출간된 지 2개월째... 이 귀하디 귀한 책과 인연이 되는 분들이 너무나 드물다. 답답하다. 붓다를 꿈꾸는 분들, 아니 본래 붓다임을 알아차리기 위해 수행하는 분들, 붓다의 정신으로 마음 근육을 단련시키고, 붓다를 닮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를 기다린다. 그분들이 이 책을 읽고 밝아지기를, 그 빛이 주위를 밝히기를, 그래서 정말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 또 기원한다.

-월간 붓다 2015년 12월호

 

 

블로그 책을 좋아하는 사람 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