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이론·선택 후회

선택해서 후회, 선택하지 못해서 후회(선택 페러독스) / 후회는 ‘가능 세계’에 대한 미련 때문에

modest-i 2015. 3. 1. 19:39

후회는 감정과 인지추론이 뒤섞여있는 인지메커니즘

 

 

확실히 100유로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20유로를 받고 뒷면이 나오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기회 중에 선택을 해야 할 경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경우 동전 뒷면이 나올 경우 느낄 수 있는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확실한 100유로를 선택한다. 이는 분명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효용극대화를 위해 후회를 감수하고서라도 220유로를 선택해야 하지만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을 하게 된다. 1982년 데이비드 벨, 그레이엄 룸스 그리고 로버트 슈든(David Bell, Graham Loomes & Robert Suden)이 제기한 후회이론(regret of theory)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후회이론은 자기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행동을 피하려는 경향으로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용이 적은 쪽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택과 후회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후회에 대한 감정은 본능적으로 반사실적인 추론을 이끌어 내며, 우리가 다른 결정을 취했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내포된 책임감을 느끼도록 강화된다.

 

소에 후회를 느끼지 않고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안와전두피질에 손상을 입은 환자를 제외한 보통의 정상인은 불가능하다. 우리 뇌에서 심사숙고과정이 이루어지며 이성적인 추론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처리를 담당하는 대뇌변연계 사이의 전략적 경계 영역에 안와전두피질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즉 후회라는 감정은 인지적 추론을 즉각적으로 이끌어 내게 된다. 어떤 게임에서 200유로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50유로를 잃은 것이 그냥 50유로를 잃었을 때보다 휠씬 더 고통스럽지만, 안와전두피질 손상환자는 이 두 상황이 동일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게임에건 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게임에서 돈을 따고 싶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후회는 가능 세계에 대한 미련 때문에

 

선택에 따른 후회는 대안적인 가능 세계로부터 심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림픽경기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2등이 메달권에 가까스로 들어간 3등보다 훨씬 만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후회의 감정도 강하다. 조금만 더 기회가 좋았다면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생긴다. 1천만원 상금의 로또 2등 당첨자보다 500만원 당첨금의 스포츠토토 1당 당첨자가 후회에서 더 자유롭다. 비록 상금은 2로 많지만 1억원의 1등 당첨자다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 부산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막 도착하자마자 기차가 떠나간 경우와 15분 늦게 도착하여 기차를 놓치는 경우, 다음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결론은 같지만 후회의 감정은 매우 다르다. 즉 간발의 차이로 늦어 놓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후회가 더 크다. 신호등에 걸리지만 않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에서 앞 사람들이 조금만 더 빨리 걸어가 주었다면 기차를 탈 수 있는 가능 세계가 손에 잡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기간 내에서는 그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렇게 화내지 않았더라면….’, ‘강원랜드에 가지 말았더라면…’처럼 행한 사실 때문에 후회를 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 반대로 행동하지 않은 행위 때문에 후회하게 된다. 젊었을 때 여행을 많이 할걸…’,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자주 찾아 뵐걸…’, ‘고등학교 때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처럼 행동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후회하게 된다.

 

 

 

 

선택권이 많을수록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의 페러독스

 

후회는 베리 슈워츠(Berry Schwartz)의 말처럼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증가하는 선택 가능성과 거기서 기인하는 자유가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의 행복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선택의 폭이 늘었다고 해서 만족도 역시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선택 가능성을 줄이거나 미래로 연기하는 지연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선택권이 많아질수록 선택권을 이용할 가능성이 적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선택 사항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까? 선택권이 늘어날수록 대안 가능성들과 더 비교하게 되고,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없게 된 것 대한 후회 역시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형수퍼마켓 코너 끝에 6가지 종류의 딸기잼을 진열해 놓은 판촉 진열대가 있다. 손님들은 그곳에서 맛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시간이 경과한 후 이번에는 딸기잼의 종류가 24가지로 늘었다. 즉 선택권이 늘어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6가지 잼만 있었을 때 손님 40%가 그 진열대에서 시식을 하였으며, 24가지로 늘어났을 때에는 60%로 늘어다. 그러나 첫 번째 경우 약 30% 손님들이 제품을 구매하였으나, 선택권이 24가지로 늘어난 두 번째 경우 단지 3%만이 구매를 했다(S. Lyengar & M. Lepper, 2000).

 

초콜릿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6종류의 초콜릿 코너에서는 47%의 사람들이 하나를 고른 반면, 30종류의 초콜릿 코너에서는 단 12%만이 하나를 골랐다. 베리 슈워츠 말대로 결국 후회할까봐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란 노드그렌 박사와 그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파트를 고르는 경우 위치, 크기 그리고 값 등 3가지 요소를 놓고 선택할 때는 심사 숙고하는 그룹이 좋은 아파트를 골랐다. 반면 검토사항을 9가지로 늘리자 본능과 직관에 따라 신속하게 결정한 그룹이 더 좋은 아파트를 골랐다. 즉 고려사항이 많아질수록 심사 숙고한 그룹은 오랜 숙고 끝에 잘못된 결정을 한 비율이 높아졌다. 우리가 바둑을 둘 때 흔히 하는 장고 끝에 악수라 나온다라는 이치와 같다.

 

 

 

 

후회의 또 다른 원인, 예상후회

 

후회는 감정과 추론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나는 과거에 실현시키지 못했던 사실에 느끼는 감정뿐만 아니라 미래를 미리 생각하면서선택을 하게 되는 복잡한 인지메카니즘에 의해서 발생되기도 한다.

 

후회감정에 대한 예상에 따른 결과로 이를 예상후회(anticipated regret)라 한다. 예상후회는 선택결정을 하기도 전에 예상되는 후회를 의미하며, 사람들은 보통 후회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동을 취하게 된다.

 

 

 

복권을 선물 받은 경우, 당첨확률이 더 큰 다른 복권과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심리가 이를 설명해 준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복권이 당첨되었을 때 느끼게 될 후회의 감정을 미리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경험했을 때보다 상상했을 때 후회의 감정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하버드대학교 데니얼 길버드(Daniel Gilbert)교수의 13 7000여장의 지하철 설문결과에 따르면, 기차를 놓친 상황을 상상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잘못 때문으로 그 원인과 책임을 돌렸다. 반면 진짜로 기차를 놓친 사람들은 그 잘못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그 탓을 돌렸다. 즉 전자의 사람들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다면 지하철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라고 한 반면 후자의 사람들은 지하철 문이 너무 일찍 닫혀버려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했다.

 

 

 

선택에 따른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택에 따른 후회를 최소화하고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후회의 감정도 크기 때문에 선택의 지연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광고에서 소구포인트 역시 많을수록 후회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적게 제시되어야 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마이클 반케 교수는 BMW 자동차광고에서 세일즈 포인트가 하나인 광고와 10개인 광고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 160명의 평가단은 단일 세일즈 포인트로 구성된 광고에 좋은 평가를 나타냈다. 흔히 광고전략에서 언급하는 single proposition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기억하는 정보처리과정에서 광고메시지의 양 뿐만 아니라 후회이론을 통해서 볼 때 가급적이면 소구포인트는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선택과 후회를 가장 교묘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바로 비교광고라 하겠다. 특히 생명보험이나 자동차보험과 같이 위협소구를 주로 하는 광고의 경우 선택하지 않은 경우 예상후회를 자극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한다. 과거의 자동차사고의 경험이 아닌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예상후회를 자극시킨다. 무엇보다도 가장 대표적인 광고사례로 코닥필름 광고를 들 수 있겠다. 코닥필름을 사용하지 않아 휴가사진을 못쓰게 됨으로써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없어 후회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한정판매 10, 10분 남았습니다라는 홈쇼핑 쇼호스트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들의 후회메커니즘은 작동된다.

 

 

상품 구성에서 지나치게 고객세분화를 시도할 경우 선택의 페러독스 함정을 우려해야 한다. 미백효과, 충치예방, 치석관리, 잇몸강화와 같이 다양한 기능을 제품별로 세분화할 경우 소비자들은 오히려 선택을 망설이고 하나로 통합된 제품이 없는지 구매를 지연하게 된다. 어느 기능이 더 좋은지 선택하지 못한 기능 때문에 후회스럽지 않을지 걱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유사한 성능이나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줄여준다면 소비자들의 구매에 다른 후회를 줄여줄 수 있다. P&G사의 크레스트(Crest) 2위로 밀어낸 계기가 콜게이트의 이러한 반세분화 즉 통합브랜드인 콜게이트-파몰리브(Colgatep-Palmolive) 사례가 있다. 제품 구성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제품기능 역시 후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간단하면서 핵심적인 기능이 우선되어야 한다.


 

 

심리 마케팅 블로그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