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걸음 더 나감

열등한 제품은 우월한 제품을 이길 수 있어도, 열등한 콘셉트가 우월한 콘셉트를 이길 수는 없다.

modest-i 2015. 2. 15. 22:58

 

 

 

구슬을 꿰는 힘… 세상事는 다 콘셉트다

 

 

 

공자의 一以貫之
儒家 학설의 콘셉트가 忠과 恕임을 깨달으면 四書 이해하기 쉬워져
성패 가르는 건 콘셉트
창작이나 마케팅에서가장 중요한 건 차별화 별 볼일 없던 남이섬도 '상상나라'로 꾸며 대히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공자가 제자인 자공에게 "내가 많이 배워서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자공이 "그럼, 아닙니까?" 하고 되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공자는 "자신은 모든 것을 일이관지(一以貫之)로 알고 있다"고 하였다. 일이관지란 '하나로 꿰뚫고 있다'는 의미로, 일관성(一貫性)이란 말은 바로 일이관지에서 유래했다.

이 일화에 따르면 공자는 '콘셉트에 의한 사고(conceptual thinking)'를 했던 분이다. 콘셉트에 의한 사고란 핵심을 꿰뚫는 사고이다. 공자는 인간사의 핵심이 되는 원칙을 하나로 꿰뚫고 있기 때문에 제자들의 질문에 그때그때 맞춰 가르침을 주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 한 독서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이 모임에서 유교를 마케팅에 접목시킨 필자의 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한 분이 유학 공부는 얼마나 했는지 물어왔다. 틈틈이 했지만,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은 6개월 정도라고 하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사기(史記) 서문에는 사마천 아버지(사마담)가 그 시절에 유행했던 여섯 학파를 평가하였는데 여기서 "유가 학설은 방대하여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힘이 들지만 얻는 것이 적다"고 하였다. 이런 평가에는 유가의 요점을 잘 파악하면 힘들이지 않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면 파악하기 어렵다는 유가의 요점 즉, 콘셉트는 무엇인가? '논어'에 그 내용이 잘 나온다. 공자가 "증자야, 우리의 도는 일이관지이다(吾道一以貫之)" 하니 증자가 "예" 하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자리를 뜨고 다른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하자 증자는 그것은 '충서(忠恕)'라고 보충 설명해 주었다. 충(忠)이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말로 '진심' 혹은 '정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서(恕)란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단어로 이를 풀어 쓰면 '같은 마음'이 된다. 서(恕)란 동감(同感) 혹은 공감(共感)을 통해 남과 같은 마음이 되라는 것이다. 따라서 충서(忠恕)는 '진심으로 남과 같은 마음이 되라'는 의미이다. 이런 유가의 학설을 꿰뚫는 일이관지, 즉 콘셉트를 이해하고 사서(四書)를 읽으면 그 내용은 충(忠)에 관련된 구절, 서(恕)에 관련된 구절, 그리고 충(忠)과 서(恕)의 조화에 관련된 구절의 3가지로 분류하여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요점을 파악하고 유가의 서적들을 읽으면 힘들이지 않고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콘셉트의 힘이다.

남이섬에 세운 거꾸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남이섬의 역발상 콘셉트를 상징하며 전국 곳곳에서 이를 둘러보기 위해 모여드는 성지(聖地)가 됐다.
남이섬에 세운 거꾸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남이섬의 역발상 콘셉트를 상징하며 전국 곳곳에서 이를 둘러보기 위해 모여드는 성지(聖地)가 됐다. / ㈜남이섬 제공

세상사 성패는 콘셉트에 달렸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강우현 대표는 '상상나라'라는 콘셉트로 남이섬을 새로운 개념의 유원지로 탈바꿈시켰다. 미국 휴스턴의 우드랜드(Woodland) 교회는 "모든 가족에게 재미를 주는 교회"란 콘셉트로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교회가 되었다. 목사는 실용적인 주제로 연극 무대와 같은 분위기에서 설교하고, 친교실은 가족끼리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교인들에게 스킨 스쿠버나 산악 자전거 활동을 지원한다.

정치도 승패는 콘셉트에 달려 있다. 이 정부의 핵심 어젠다의 하나인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콘셉트가 제대로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홍보되다 보니 국민이 그 일이관지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자는 "개념(이름)이 정립되지 않으면 말을 해도 순리에 맞지 않고,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라고 했다. 국내 기업이 세계적 히트 상품을 못 내놓는 이유가 바로 콘셉트 개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 있어도 이를 하나로 꿰는 콘셉트를 개발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

콘셉트가 없으면 요점이 없어 기술 개발에 힘만 들고, 얻는 것은 적다. 따라서 창조경제에선 기업의 콘셉트 개발 능력이 기술 혁신보다 더 큰 비중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소비자의 욕구를 직관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하나의 키워드인 콘셉트로 정리하고 나서 이에 기초해 형상화하는 능력은 신제품 개발의 핵심 능력이며, 창조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요사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끼리 "오늘 콘셉트가 무엇이냐?" "이번에 개편된 프로그램은 뭔가 콘셉트가 부족한 것 같다" 등의 말을 하곤 한다. 콘셉트는 디자인이나 영화, 건축 등등 모든 창작과 관련된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특히나 마케팅에서의 콘셉트는 '다른 제품이 아닌 바로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사야 할 이유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담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고, 콘셉트에 끌려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열등한 제품은 우월한 제품을 이길 수 있어도, 열등한 콘셉트가 우월한 콘셉트를 이길 수는 없다.

 

 

 조선일보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