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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안에 미래 있어… 소음 속 신호 포착하라 / 송경모의 ‘드러커式 세상읽기’

modest-i 2014. 11. 9. 14:12

혁신의 기회는 가까이에…

머나먼 미래 공상하며 혁신할 생각 말고

일상의 대화·통계에서 변화의 실마리 찾아라

 

사회적 영향을 내다봐야…

작은 사건 발생할 때  무시하거나 면피하면 결국 큰 사건으로 비화

사회 생각하며 경영을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피터 드러커 연구가>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살다 보면 누구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

 

전문가들 예측대로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미래 예측을 아예 포기할 것인가?

 

드러커는 이 문제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미래성(futurity)이해하고 현재를 분명히 아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본질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현재의 신호를 무시한 데 있었다.

 

신호는 많았다. 예컨대 미 연준 위원 그램리히(Gramlich)는 신호를 인지하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그린스펀을 비롯한 다른 위원들은 이를 소음으로 간주했다.

 

 

노키아가 한순간에 몰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얼핏 예측의 실패 사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재를 제대로 보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애플의 일련의 행보들이 이미 드러난 현재 진행형 사건이었음에도

노키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대응에 실패했다.

 

데이터 분석가인 네이트 실버(Silver)의 최근작 '신호와 소음' 그런 면에서 예측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탁월한 스포츠 도박사들은 결코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의 강점은 오로지 현재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에 있다.

 

 

현재의 미래성이란 단순히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내포된 미래,

미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재를 의미한다.

드러커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의 미래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영역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회(opportunity), 다른 하나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다.

 

첫째, 기회의 영역은 많은 경영자에게 이미 친숙하다.

혁신의 기회를 머나먼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아직 싹도 트지 않은 신(新)발견에서 찾지 말고,

이미 발생한 현재 상황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드러커는 이를 가리켜 '이미 일어난 미래'라고 불렀다.

 

많은 신호가 종종 통계 자료에 숨어 있다.

최근에 각광받는 빅데이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간단한 통계 속,

일상의 매체 또는 회의 중 대화에서도 현재의 미래성은 항상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신호를 소음과 구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

 

키코(KIKO) 손실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국내 S조선사는 회생의 길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국내와 해외 참치선의 80% 이상이 선령 21년을 넘었다는 통계를 접했다.

이내 추가 조사를 통해 선박 교체 시기가 분명히 도래했음을 간파, 이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사업은 정상화되었다.

일러스트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둘째, 사회적 책임의 영역은 의외로 간과하기 쉽다.

경영자는 현재 의사 결정이 미래에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항상 예상해야 한다.

기업 활동은 공동체의 건강, 행복, 인권에 항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언제든지 사회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경영자가 이를 예상하지 않고 행동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대중의 여론 또는 정부의 규제라는 징벌이 돌아온다.

 

유해 물질이 포함된 식음료가 문제 될 것 없다고 계속 생산하는 행위,

서비스나 콘텐츠의 일부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행위 등에서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나고 있다.

 

포드 자동차가 1950년대 안전벨트가 장착된 모델을 출시했을 때 고객들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입을 거부했다.

고객의 안전 의식이 그만큼 미흡했던 것이다.

경쟁사들도 안전장치가 미흡한 차량을 그대로 출시하는 상황에서 포드는 대세를 따른다.

세월이 흘러 여론이 바뀌고 자동차들이 안전사고의 주범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때 포드는 억울했을지 모른다.

 

리더는 바로 이런 영역에서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

작은 사건들이 이미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을 때 대부분의 경영자는 무시하고 면피에 급급하다.

하지만 큰 사건으로 비화하기 전에 반드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사건이 터지고 나면 수습하기 어렵고 사업은 난관에 빠진다.

 

이처럼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주기적인 피드백은 필수다.

피드백은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창조하는(make the futures happen) 작업이 가능하다.

진정한 미래 경영은 결코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있지 않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