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만 독일 미텔슈탄트(중소기업), '녹슨 전차'를 세계 경제 우등생으로
최강 독일 경제 떠받치는 '히든챔피언'의 힘
“신생국가(New Nation)의 월드컵 우승.” 지난 7월 17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독일이 세계챔피언(Germany is Weltmeister)’이란 제목으로 실린 칼럼의 일부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이 쓴 이 칼럼은 지난 7월 14일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 대 0으로 물리치고 FIFA 우승컵을 거머쥔 ‘신생국가’ 독일에 대해 일반인들이 간과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브라질월드컵 우승은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새로 출범한 ‘통일독일’이란 ‘신생국’이 이뤄낸 첫 승리라는 것, 그리고 1990년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기 몇 달 전 열린 이탈리아월드컵(1990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월드컵 결승전에 출전한 서독은 아르헨티나를 1 대 0으로 꺾고 줄리메컵을 들었다. 독일은 이탈리아월드컵 우승의 여세를 몰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동·서독 통일을 이뤄냈다. 이후 15년 만에 또다시 아르헨티나를 결승전 제물 삼아 ‘통일독일’의 위세를 떨쳤다는 것이다.
브라질월드컵 우승 역시 통일 이후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고, 유망 유소년 선수를 발굴하고, 이들을 대표팀 레벨로 조련시킨 ‘장기 계획’의 성과란 지적이었다. 대표적 예가 결승골을 터뜨린 마리오 괴체(1992년생, 바이에른 뮌헨)와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안드레 쉬를레(1990년생, 첼시)다. 이들은 독일 통일 직후 태어난 ‘통일둥이’들이다. 칼럼은 “합당한(right) 팀이 항상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합당한 팀이 우승했다”고 총평했다.
브라질월드컵 우승은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새로 출범한 ‘통일독일’이란 ‘신생국’이 이뤄낸 첫 승리라는 것, 그리고 1990년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기 몇 달 전 열린 이탈리아월드컵(1990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월드컵 결승전에 출전한 서독은 아르헨티나를 1 대 0으로 꺾고 줄리메컵을 들었다. 독일은 이탈리아월드컵 우승의 여세를 몰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동·서독 통일을 이뤄냈다. 이후 15년 만에 또다시 아르헨티나를 결승전 제물 삼아 ‘통일독일’의 위세를 떨쳤다는 것이다.
브라질월드컵 우승 역시 통일 이후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고, 유망 유소년 선수를 발굴하고, 이들을 대표팀 레벨로 조련시킨 ‘장기 계획’의 성과란 지적이었다. 대표적 예가 결승골을 터뜨린 마리오 괴체(1992년생, 바이에른 뮌헨)와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안드레 쉬를레(1990년생, 첼시)다. 이들은 독일 통일 직후 태어난 ‘통일둥이’들이다. 칼럼은 “합당한(right) 팀이 항상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합당한 팀이 우승했다”고 총평했다.
- 브라질월드컵 때 독일 국기를 들고 거리응원을 펼치는 베를린 시민들/AP
독일 경제의 거침없는 질주에 LG경제연구원(김범열·최나은 연구원)은 지난 6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오늘의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보고서까지 펴냈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인한 각종 제약으로 객관적 전력(戰力) 열세를 보였음에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막강한 전투력을 보여줬던 7가지 이유를 분석한 것. 또 이를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실행 때 참조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 독일은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녹슨 전차’에 불과했다.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제조강국 독일 기업의 경쟁력 해부’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독일은 경박단소(輕薄短小)를 앞세운 일본의 전자·광학기업들의 파상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에게(AEG)를 비롯해 텔레풍켄, 그룬디히, 베가, 뢰베, 노르트멘테 등이 도산하거나 사업 내용을 전환했다. 라이츠, 롤라이, 칼차이스 등 광학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독일은 낮은 성장률, 높은 실업률, 대규모 재정적자 등에 시달렸다. ‘녹슨 전차’ ‘유럽의 병자’라는 비아냥까지 감내해야 했다.
독일 경제가 새롭게 주목받은 것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 우등생으로 부상하면서다. 독일을 ‘녹슨 전차’에서 우등생으로 끌어올린 것은 독일 경제의 핵(核)인 360만 ‘미텔슈탄트(Mittelstand·중소기업)’다.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독일 내 총고용의 60.8%, 국내총생산(GDP)의 51.8%를 창출한다. 인지도는 낮지만 40억달러 이하 매출을 올리며 세계 시장 1~3위를 차지하는 ‘히든챔피언’ 기업의 절대 다수도 미텔슈탄트다. 독일 출신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 전 런던정경대(LSE) 교수(현 지몬-쿠허앤파트너스 회장)에 따르면, 2012년 선정된 전 세계 2734개의 ‘히든챔피언’ 기업 가운데 1307개가 독일 중소기업들이었다. 미국(366개), 일본(220개)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한국은 23개 기업에 불과하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미텔슈탄트는 19세기 자영농이 중심이 된 독일 남부 지방에서 태어났다. ‘단독상속법’이 발달한 독일 북부와 달리 독일 남부는 토지분할상속 전통 때문에 개별농가들로 영세화됐다. 남부의 영세농민들은 소득보전 차원에서 가내수공업을 많이 겸했다. 대신 ‘중산층’이란 계층의식 때문에 농지를 버리고 도시로 이주해 전업(專業)노동자가 되는 것은 기피했다. 19세기 당시만 해도 선거권과 지방참정권이 재산소유자에게만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농(離農)으로 인한 유휴인력 배출이 억제됐다. 자연히 독일에서는 영국과 같은 대규모 공장생산 방식 대신 다수의 중소 생산자 간 분업시스템이 발달했다. 또 이들은 19세기 영국산 공장제 대량생산 제품의 위협에 맞서 제품 특화를 통해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미텔슈탄트의 기원을 더 거슬러 올라 찾기로 한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미텔슈탄트의 기원은 15세기부터 시작한 도제식 수공업에서 찾는다”며 “이것이 마이스터제도와 가장 많은 창업과 중소기업의 기원”이라고 했다.
대표적 기업이 ‘쌍둥이칼’로 유명한 헨켈이다. 헨켈은 1731년 창업 후 주방용 칼 제조만 고집했다. 이후 합금과 열처리 기술로 명품 식도(食刀) 시장을 평정했다. 18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직원 2명의 공업소로 출범해 직원 수 30만명의 거대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보쉬도 출발은 미텔슈탄트였다. “보쉬와 다임러 등은 숙련기능인이 창업한 미텔슈탄트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라고 박준 수석연구원은 소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독일 기업들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개발도상국 시장의 급성장에 적극 편승했다.
미텔슈탄트들은 유럽연합(EU) 출범으로 ‘갈라파고스화(化)’의 위험에서도 벗어났다. 갈라파고스화는 기술 고립에 따른 해외 시장 상실을 뜻한다. 독일은 1993년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 출범을 주도하며 유럽 표준화를 통한 글로벌화를 이뤄냈다. 반면 한때 독일 기업들을 위협하던 일본 기업들은 최신기술에도 불구하고 국제표준화가 미흡했다. 결국 자국 시장에만 안주하는 결과를 초래한 갈라파고스화를 보여줬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전할 때도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방법으로 최대한 품질을 유지했다. 핵심생산 기반을 국내에 남기되 동유럽 등 독일과 최대한 가까운 인근 국가로 생산기반을 이전(오프쇼어링)한 것. 품질과 디자인 같은 핵심역량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생산비를 낮추는 방식이었다. 이는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역내로 생산기반을 이전 중인 제조업 위주의 우리 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다.
독일 정부 역시 경쟁정책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미텔슈탄트 육성에 주력했다. 유효경쟁 관점에서 산업별로 최소 3개 이상의 경쟁기업들을 장려하고, 특정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차단한 것. LG경제연구원 측은 “독일은 일관된 경쟁정책으로 가격담합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해소했다”며 “이를 통해 각 시장 내에서 효율적인 경쟁자들이 활발히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관된 경쟁정책을 채택했다. 독일의 경쟁강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치열한 수준이다. 예컨대 보쉬, 지멘스, 컨티넨털, ZF프리드리히샤펜, 쉐플러 같은 자동차 부품기업들은 각 부품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생존했다. 실제 프랑스의 인시아드(유럽경영대학원)가 발표한 각국별 경쟁강도에 따르면, 독일은 경쟁강도 6.24로 1위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5.91)과 일본(5.81)은 각각 5위와 8위에 불과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독일 기업들도 자연스레 경쟁력을 획득했다.
미텔슈탄트에 기반한 독일은 초(超)고령사회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점하는 사회다. 인구 8050만명 독일의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21.1%로 일본(25.1%)에 이어 2위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일본·독일·이탈리아 3개국이다. “이 중 독일만이 유일하게 초고령사회 들어서도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 독일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서도 평균 1.9%로 일본(1.4%)과 이탈리아(-0.6%)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하락한 일본(17→24위), 이탈리아(39→44위)와 달리 1997년 16위에서 2013년 9위로 되레 상승했다. 한국도 오는 2026년쯤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배울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고령화는 2013년 12.2%나 2018년 14%를 넘어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40년 이후에는 세계 2위의 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직면해 있는 만큼 초고령사회인 독일의 경쟁력 유지 비법을 부문별로 벤치마킹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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