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백선엽)는 우선 서울로 향했다. 동숭동의 옛 서울대 자리에 있던 미 8군 사령부로 밴 플리트 장군을 찾아갔다. 내가 돌연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오르는 곡절을 그로부터 들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밴 플리트는 어느덧 내 인생의 선배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에게서 육군참모총장에 오른 뒤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먼저 물었다.
그는 내 질문을 들은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밴 플리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백 장군, 당신은 참모총장 임무를 잘 수행하리라 믿소. 당신이 거둔 지금까지의 전적(戰績)으로 볼 때 이 점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내 입장에서 덧붙일 말이 하나 있소.
우선 말을 많이 하지 마시오.
그리고 판단하기 쉬운 안건에 대해서는 ‘예스’냐 ‘노’냐를 분명히 하시오.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답변을 하지 마시오.
하루 밤 정도는 충분히 생각을 해 본 다음에 답변을 하시오
부하들에게는 가급적 화를 내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 전쟁을 거치는 동안 나는 지휘관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어렴풋하게 배웠다.
우선 침착해야 했다.
섣부른 판단은 아주 많은 화를 불러들일 수 있다.
아울러 부하를 아껴야 했다.
겉으로만 그런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동료애가 있어야 한다.
그런 여러 가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 밴 플리트의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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