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기술이다

美집값 폭락으로 대박났던 그, 이젠 집값 상승에 베팅 <- 존 폴슨(58·Paulson) 회장이 창업한 헤지펀드 회사 폴슨앤드컴퍼니(Paulson&Co)

modest-i 2014. 6. 18. 22:23

역발상 투자로 美부자 순위 36위… '헤지펀드계의 이단아'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美 양적완화 4년5개월… 곧 높은 위험의 인플레 오고, 금값 뛸 것"

서브프라임 사태의 수혜자
CDS라는 새 파생상품 투자… 美 주택가격 폭락하면서 2007년 16조원 벌어들여

세계 굴지의 금융사가 밀집한 뉴욕 맨해튼의 아메리카가(街).

높이 54층인 어느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50층에 내리니 베이지색 벽에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렉산더 칼더의 그림 수십 점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한편에선 키보드를 두드리고 한편에선 전화통을 붙잡고 오만 가지 숫자를 언급하며 통화하고 있었다. 미국 부자 순위 36위인 존 폴슨(58·Paulson) 회장이 창업한 헤지펀드 회사 폴슨앤드컴퍼니(Paulson&Co)이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하고 외치며 응접실에 들어온 폴슨 회장은 입안에 초콜릿을 오물거리며 싱글벙글 웃었다. 키 177㎝에 동그란 눈의 소유자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쓰라린 상처를 남겼다. 헤지펀드 업계도 마찬가지다. 헤지펀드 리서치 업체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10월부터 1년 동안 1만1000개에 이르던 헤지펀드 중 3000개가 망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사상 최대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바로 폴슨 회장이다. 지난 2006년 모든 사람이 미국 주택 시장의 호황에 환호할 때 그는 주택 거품 붕괴에 건곤일척의 베팅을 했다.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폴슨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주택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고만 믿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50년간의 주택 시장 움직임을 그래프로 분석했을 때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가 명확해졌습니다. 주택 시장의 정점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품이 곧 꺼질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경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용부도스와프(CDS)라는 신종 파생 금융 상품이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그리 높지 않은 비용으로 큰 베팅을 할 수 있다.

월가의 많은 사람이 코웃음 쳤던 이들의 전략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고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사상 최고의 딜로 바뀐다. 2007년 한 해 동안 폴슨앤드컴퍼니는 150억달러(약 16조원)를 벌었고, 폴슨 회장은 그중 40억달러를 챙겼다. 헤지펀드 업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한순간에 전설이 됐다. 그는 2008년에 헤지펀드 업계에서 개인 소득 랭킹 2위에 올랐다.

흔히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장과 거슬러 가는 '역발상 투자'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폴슨 회장은 드문 사례 중 한 사람이다.

당시 투자가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투자가 실패로 갈 경우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당시 모두가 주택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 하락 쪽에 베팅할 경우엔 소액으로 큰 베팅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경마에서 승률이 낮은 말이 이길 경우 배당금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그가 "지금은 2007년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을 때 기자는 적잖이 놀랐다. "2007년에는 100억을 얻기 위해 1억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0억을 얻기 위해 1억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을 더 감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의 말뜻은, 금융 위기 같은 혼란기엔 적은 베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조건의 투자처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투자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세상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훨씬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가격 하락을 예상해 투자하는 쇼트(매도) 전략을 통한 기회는 없는 대신, 가격 상승을 예상해 매수하는 롱(long) 전략에 기회가 많아졌다"고도 했다.

뉴욕시립 발레단 공연을 보러 간 존 폴슨 회장과 아내 제니 폴슨
존 폴슨 회장은 투자 못지않게 결혼에도 신중했다. 지난 2000년 45세의 나이에 늦깎이 결혼한 그는 이상적인 아내의 조건 리스트를 만들어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뉴욕시립 발레단 공연을 보러 간 존 폴슨 회장과 아내 제니 폴슨 / 블룸버그

실제로 그는 2009년부터 롱 전략으로 선회해 그동안 팔았던 주택 관련 자산과 금융주를 다시 사들여 수억달러를 벌었다. 그는 한편으로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으로 예상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2010년에 금값이 30% 상승하면서 50억달러를 벌기도 했다.

그러나 영웅의 불패(不敗) 신화는 계속되지 않았다. 2011년에 폴슨앤드컴퍼니의 주력 펀드인 어드밴티지의 수익률이 -36%로 곤두박질치고, 금 펀드, 기업 합병 펀드도 -10% 이하로 떨어졌다. 폴슨앤드컴퍼니 전체 운용 자산은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폴슨 회장은 그해 연례 보고서를 통해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해 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부진했고, 유로존 부채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해결되지 않았다"고 예측 실패를 자인했다. 그는 지난 4~6월엔 갖고 있던 금 ETF(상장지수펀드)의 절반 정도를 판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금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돈의 공급량과 인플레이션은 상관관계가 뚜렷합니다. 현재 그 상관관계는 정체 상태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국 그 상관관계가 뚜렷해지면서 매우 위험이 큰 인플레이션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다만 자신이 예상한 인플레이션 시기가 빨리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는 처음에 양적 완화 이후 5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봤는데, 현재 양적 완화를 시작한 지 4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 관점은 돈을 찍으면 그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금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급격하게 뛸 것입니다."


폴슨 회장이 앉은 소파 위에 걸린 그림 역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었다.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하얀색 동그라미들이 둥둥 떠다니는 형상이었다.

"제가 처음 폴슨앤드컴퍼니를 창업했을 때 이 작품을 크리스티 경매에서 샀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칼더의 작품을 사서 지금 70점이나 있습니다(웃음). 그의 작품은 여백미가 있고 행복을 전달해줍니다. 매우 발랄하거든요.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합니다. 투자자로서 제 자신감을 높여주는 작품들이죠."

그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상위 5% 성적으로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에서 잠시 일하다 투자은행계에 뛰어든다. 베어스턴스 등 금융회사 세 곳에서 14년간 근무하며 모은 200만달러로 폴슨앤드컴퍼니를 1994년에 창업했다.

홈런은 내 목표가 아니었다

―회장님의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습니다. CDS 투자 이전엔 유명한 투자자가 아니었지만, CDS 투자 이후 위대한 투자자로 불렸죠. 그리고 2011년엔 큰 손실을 보셨고요.

"저는 제 투자 인생을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창업 이후 2006년까지 안정적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창립 당시 자산 200만달러가 2006년엔 60억달러로 불었습니다. 우린 100대 헤지펀드였지만, 10대 헤지펀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큰 성공을 거둔 뒤로 10대 헤지펀드가 됐습니다. 2008~2010년까지 잘했지만, 2011년 주춤했습니다. 2012년에 다시 궤도로 돌아왔고, 올해는 매우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사람이 옳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합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올해 말이면 창립 20주년이 되는데, 20년 동안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 해는 1998년과 2011년 두 번입니다. 저는 이 두 해에 많이 배웠고, 지금 더 나은 투자자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폴슨 회장이 창업 당시 구입한 알렉산더 칼더의 미술품
폴슨 회장이 창업 당시 구입한 알렉산더 칼더의 미술품 / 이신영 기자

―2007년의 성공만큼 앞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항상 홈런을 치기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어요.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에 높은 투자 수익률을 거둘 기회를 포착한 것뿐이죠. 그러나 항상 기회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측할 순 없어요, 그게 언제 올지. 그러나 전 인내심이 있습니다. 대박을 다시 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는 유년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투자를 배웠다. 할아버지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가였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 시절, 투자금을 잃고 회사가 망했다. 훗날 그는 실패담을 어린 폴슨에게 이야기해줬다. 폴슨 회장은 "할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모아두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자금을 차입해 투자하는 전략만 고수했습니다. 이 방법은 시장이 상승하고 있을 땐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요. 그러나 시장은 주기적으로 변화가 오게 마련이고, 오랜 기간 자금을 차입해 투자하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계획이 절대로 딱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 놀라게 됩니다. 그러므로 항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헤지(hedge)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점점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한 열쇠는 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돈 버는 것도 좋아하지만, 잃지 않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격 하락을 제한하면서 상승 잠재력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다면 당신은 대부분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투자 철학을 지금까지도 일관성 있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폴슨 회장의 투자 원칙은 '손실 가능성에 주의하면, 이익의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watch the downside, then the upside will take care of itself)'는 것이다.

수십 년의 그래프로 시장을 읽는다

―위험을 감수할 때 어떤 원칙을 고수합니까?

"투자와 베팅은 다르다는 원칙입니다. 투자는 위험을 계산하고 수익률을 분석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반면 베팅은 카지노와 비슷합니다. 당신에게 기본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돈을 잃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그 불리함도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 때만 투자합니다. 그럴 때 투자가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금융 위기 때 회장님이 역발상 투자를 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회장님이 월스트리트에서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전략이라고 합니다. 동의합니까?

"아웃사이더란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네'와 '아니요'가 갈릴 겁니다. 전 월스트리트 한복판에서 엄청나게 몰입했습니다. 그리고 600억달러 상당 가치를 지닌 CDS 상품에 대거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어요. 상대는 대형 은행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답을 하자면 '아니요'입니다. 저는 인사이더였지만, 동시에 시장과 반대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환호할 때 팔고 다른 사람이 혼란에 빠졌을 때 사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요?

"참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투자 방식은 매우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할 때, 실제 내가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투자하려는 시장의 추이를 긴 기간에 걸쳐 그래프로 그렸을 때 내가 어디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2007년 저희는 50년간 주택 시장을 그래프로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그래프로 봤을 때 2006년은 주택 시장의 정점이었던 겁니다. 주택 구매 능력과 모기지 채권의 품질, 주택 임대 비용 등을 따졌을 때 주택 버블이 형성됐고, 그것이 곧 꺼질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드벤티지 펀드 수익률

―매우 짜릿했겠습니다.

"네. 그런데 중요한 건 경험입니다. 전 앞서 주택 시장에 투자한 경험 이 두 차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장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프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으면 그래프를 앞에 갖다 줘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주택 가격, 7년 동안 오를 일만 남았다

그는 "마찬가지로 우리가 전략을 바꿔 주택 시장에 투자할 때도 똑같이 그래프를 만들어 분석했다"고 했다. 그가 그래프로 분석한 주택 시장은 2006년부터 약 7년간 가격이 내려가 지난해 2~3월 바닥을 쳤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7년 주기로 가뭄과 풍년이 나타나는 구약성서의 흐름과 비슷한 흐름 "이라고 말했다.

폴슨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국 곳곳의 주택 부지와 호텔을 매입했고, 일부는 이미 투자금의 두 배 이상 가격으로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 업체인 리얼로지(Reaolgy) 등 부동산 관련 업체의 주식도 적극 매입하고 있다. 그는 "주택 가격이 앞으로 4~7년 계속 올라갈 만큼 아직 투자 기회가 많다"고 했다. 그는 과하게 들릴 정도로 주택 시장의 상승을 장담했다.

"주택은 개인에게 최고 수익률을 가져다줄 투자입니다. 만약 집을 100달러에 살 때 80달러를 빌리고 내 돈 20달러를 투자한다면, 1년 뒤에 그 집은 120달러로 오를지도 모릅니다. 20달러를 투자해 20달러를 벌면 투자한 돈의 100%를 회수하는 셈입니다. 이제 그 집에 거주하면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경험한다고 해보죠. 그 집은 20년 뒤에 수십 배 가치가 뛸 겁니다."

폴슨앤컴퍼니 자산 추이

김연아의 팬

최근 그는 기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 모교인 하버드대, 에콰도르 병원 건립 등에 1억달러가 넘는 돈을 기부했다. 그는 "기부는 특권의 하나"라고 했다.

"2009년 기부 재단을 만든 뒤로 매년 제가 버는 총소득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단에 적립하고 있어요. 원래 저에게 돈은 가족을 돌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먹고살 만해지니 기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훗날 지금보다 일을 덜 하게 되면 기부 활동을 늘릴 겁니다."

폴슨 회장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세계로 표출되는 한국의 문화 역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상당히 신선하다"고 했다.

"전 김연아 선수의 팬입니다. 그녀가 동계 올림픽에서 결승전을 펼칠 때 전 직원이 모여 경기를 관람했어요. 그녀는 정말 기절할 만큼 뛰어납니다. 누구나 알아야 할 완벽함이 있거든요.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좋아합니다. 딸들이 집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출 때 저도 같이 따라 추거든요(웃음)."

―사람들로부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까?

"위대한 투자자, 기부자, 좋은 보스, 좋은 아빠, 그리고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기억되고 싶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