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사람의 목소리는 노래와 치료와 축제를 위해 쓰여 져야한다’ / “바흐의 다성 음악도, 재즈의 선법과 폴리리듬도 아프리카에 다 있다” / 신기용

modest-i 2018. 6. 7. 11:52

카르마‧트라우마 씻어주는 소리와 음악의 힘




[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23>치유명상음악가 평산 신기용



젬베, 기타, 피아노로 영혼을 위무하다필생과업 영화 ‘허억봉’ 시나리오 마쳐내달 캐논변주곡 10개 기타버전 선보여

“활짝 / 꽃이 나에게 말했지 / 너도 나처럼 / 꽃이 되고 싶거든 / 크게 웃어봐 / 활짝!”

지난가을 어느 토요일 오전이었다. 계룡산 자락의 한 식당에서 모듬전을 안주삼아 그와 마주했다. 불콰해진 그가 나에게 자작시를 낭송해줬다. ‘활짝’이 제목이다. 이 시에는 그의 소리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활짝’을 발음할 때 목구멍에서 탁기를 뱉어내는 통기음 ‘ㅎ’, 기운을 모아 ‘오’와 가슴을 펼치는 ‘아’가 합쳐진 ‘와’, 그리고 기운이 잘 흘러가라고 유음(流音) ‘ㄹ,’ 다시 공기가 혀와 입천장 사이 좁은 틈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ㅉ’과 ‘아’를 결합시킨 뒤 기운을 통제하는 ‘ㄱ’ 받침으로 이루어진 ‘활짝!’
그는 평생 소리를 연구해 음악으로 들려주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치유명상음악가라고 부른다. 그는 평산 신기용(59)이다. 젬베(아프리카 북)와 인디언 로그드럼, 기타와 피아노로 사람들의 카르마와 트라우마를 씻어준다. 그에게 치유명상음악가란 호칭이 붙은 이유다. 그는 명상음악을 “소리로 목욕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등산을 학교에서 배우나”

그는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서 초등학교 선생 집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났다. 2살 때 광천으로 이사 왔다. 어릴 적부터 동네 할머니의 다음이질 소리가 들리면 쫓아가서 함께 두드리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린이합창단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변성기가 일찍 찾아와 고음을 내지 못했기 때문. 목소리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그는 그때부터 틈 만나면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화번호부나 두꺼운 책을 깔아놓고 드럼 스틱으로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중학교 때는 광천장날이면 청소를 빼먹고 약장사 음악공연을 보러 다닐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휴학하고 매일 미니실로폰을 들고 뒷산에 올라가 죽어라 연습했다. 아버지는 그가 음악 하는 걸 싫어해 기타를 빼앗아 부숴버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스케치북 뒷면에 기타지판을 그려놓고 연습했다. 대학은 팝송을 알아듣기 위해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그가 영어 학원을 7년 정도하고 있을 때였다. 락 음악의 대부이자 기타리스트인 신중현 선생이 자신의 곡을 희한하게 연주하다는 소문을 듣고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그는 선생 앞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5가지 버전으로 연주했다. 선생은 “당신은 천재다. 우리나라 어느 특급연주자도 그런 리듬스트로크는 못 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중현 선생은 그의 손을 잡으며 “영어선생하지 말고 음악을 하라”고 했다.
그는 청년시절 “노가다 판에서 인생을 배웠다”고도 했다. 그의 오래된 영어사전 속지에는 그가 20대에 써 놓은 삶의 방향성이 적혀 있다. “나는 신음 대신 가락을 택하겠노라.” “삶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때면 오히려 새로운 가락이 용솟음쳤다”고도 했다.
그는 어떻게 독학으로 수많은 악기를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다룰 수 있게 된 걸까? 그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등산을 학교에서 배우나요?” 그러면서 “결국은 몰입과 집중을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토착민 민속리듬 채취 위해 여러 나라 종단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그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아프리카 음악을 들었다. ‘세상에는 이런 원초적인 아름다운 음악도 있었구나!’ 그 후 토착민의 민속리듬을 채취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인도로, 몽골로, 중국으로, 호주로 종단을 할 정도로 떠돌아다녔다. 그는 클래식이건 팝이건 모두 다 원형(archetype)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흐의 다성 음악도, 재즈의 선법과 폴리리듬도 아프리카에 다 있더군요.”
그가 인터뷰 중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리듬이었다. 동작을 멈춘 그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감동적인 음악이 많습니다. 비틀즈 못지않은 음악가들이 제3세계에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보세요. 우리는 음악 편식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는 북부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칼림바 소리를 들려줬다. 소리가 맑고 청량했다. 인디언 로그드럼은 처음 봤다. 대개 원통에 가죽을 씌워 소리를 내는 게 북인데 이건 전체가 삼나무다. 그에겐 뭐든지 악기가 된다. “지인의 집에서 재떨이로 쓰고 있던 포탄 탄피를 얻어와 촛대에 올려놓고 두드리자 신묘한 타악기가 되더라”며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가정의학을 전공한 의사, 말로 모건이 호주원주민들과의 도보여행 후 썼다는 ‘그곳에선 나만이 이상한 사람이었다’란 부제가 붙은 <무탄트 메시지>란 책으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호주 원주민이 계곡에서 떨어져 무릎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원주민 소녀가 여자의 생리혈을 햇볕에 말린 것을 물에 불려 고약처럼 붙여주고 잎사귀와 넝쿨로 감아줬다. 그리고는 여덟 시간동안 노래를 불러주니 다쳤던 원주민 청년이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됐다.
이른바 ‘관문 통제이론(gate control theory)’이다. 그는 “음악을 들으면 고통을 감지하던 에너지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또한 소리의 공명이 환자의 기혈이 잘 돌아가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 원주민 소녀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노래와 치료와 축제를 위해 쓰여 져야한다’고. 그가 “얼마나 멋진 말이냐”고 했다.
임신 중 이어폰으로 디지털음악 들으면 태아에 안 좋아

그는 특강과 연주를 통해 소리와 음악의 힘을 증명한다. 그가 나만을 위한 특강을 시작했다.






“음악은 사람의 맥박, 심박, 뇌파, 호흡이라는 물리적 변화와 감정적, 정신적, 영적인 변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특히 임신부들은 태교를 위해 적절한 음악을 듣는 것이 좋지요.
맨 처음 발달하는 기관이 청각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감성, 이성, 영성이 조화로운 자녀를 원한다면 바흐를,
감성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모차르트를,
균형 잡힌 성정과 기품 있는 아이를 원한다면 유려하고 장중한 ‘국악의 백미’ 수제천(壽濟天)을 들려주면 좋겠지요.”






그는 “음원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아날로그보다는 어쿠스틱이 좋다”고도 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고유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어쿠스틱,
전기적 매커니즘으로 음을 기록, 재생, 증폭하는 것은 아날로그,
0과 1이라는 단절적인 신호의 집합이 디지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소리를 귀에 이어폰을 꽂고 많이 듣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소리의 파장이 귀에 들어와야 하는데, 이어폰을 끼면 공기가 들락거릴 틈이 없어서다.
고막에 과부하가 걸리고 난청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임신부라면 절대 피해야 할 일이 큰소리로 악담을 하거나 디지털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 일이다.

알프레드 토마티의 연구에 의하면 소리가 소리전달 통로인 척수를 타고 골반에 이르는 데
양수 속에 있는 태아에게는 5배나 큰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명상음악은 소리로 목욕 시키는 것”

그는 “음악은 정서적 환기(affect modification)는 물론,
무의식을 투과하면서 영적 자극과 의식의 변성을 유도하고
특정한 빛과 이미지를 불러오기도 한다.


눈을 감고 명상음악을 듣다보면 연보라, 다이아몬드그린 같은 색을 송과체를 통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빛과 소리는 하나의 파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신성(神性)이 자리하고 있다”며

“그런 신성을 열어줄 수 있는 음악을 만나야한다”고도 했다.





뇌하수체 아래에는 솔방울 모양의 녹두알 크기의 송과체(pineal gland, 松果體)가 있다.
잠을 자야하는 자시(子時, 밤11시)가 되면 어둠속에서 송과체가 열리면서 ‘당신 하루 종일 마음이 지쳤지?’라고 속삭이듯
긴장과 스트레스를 이완시켜주는 멜라토닌을 뿜어낸다.

그런데 대낮에도 빛이 차단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알파파 파장의 명상음악을 들려주면
                                                                          멜라토닌이 분비될 수 있다.



“훌륭한 명상음악은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축적되는 카르마나 트라우마를 씻어주고
우리가 자기 안에 원래 갖고 있는 순수함으로 돌아가서 지복(bliss)과 신성(divinity)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는 바흐의 ‘요한수난곡(St. John Passion)’에서 신성을 체험했다.
많은 오라토리오가 있지만 이 음악에서 비속한 현실에서 벗어나 신성에 채널링(channeling)되는 그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

특히 아프리카 람바레나 지역의 토착민들이 ‘요한수난곡’에 맞춰 북을 치는 걸 들을 때마다
“죽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 ‘허억봉’ 제작이 필생의 과업

그는 부산대와 대전대에서 여러 해 동안 리듬, 무용음악, 음악치료 등을 가르쳤다. 부산대무용학과 교수들의 정기공연 음악을 작‧편곡했고, 무용 시나리오도 썼다. 노숙자 쉼터와 대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기공음악치료 활동도 했다. 2002년 제1회 부산공연예술제 개막공연 ‘태’ 음악감독, 2005년 부산 APEC기념공연 ‘태평양 널뛰기’ 음악감독을 맡았다. KBS와 한민족방송이 동시에 송출한 라디오다큐 ‘나의 삶 나의 보람’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소개했고, 대전MBC FM ‘평산의 음악여행’을 진행하기도 했다.

5.18 전국문학인대회에 초청돼 공연을 했고, 아시아1인극제, 한국의 국보공연전(대통령수상자 초청공연)에도 초대됐다. 서울 북촌 창우극장에서는 ‘평산의 음악여행 – 허억봉을 그리며’를 열기도 했다.
허억봉(許億鳳, 1567~1608)은 조선 중기 강원도 양양의 어린 관노에서 한양으로 차출돼 궁중악사가 된 후 장악원(국립국악원)의 전악(예술감독)에까지 올라 금합자보의 적보(笛譜)를 쓴 율려(律呂)의 신화적 인물이다. 특히 대금을 잘 불어 명종임금이 면천(免賤)을 시켜주기도 했다. 손곡(蓀谷) 이달(李達)이 그의 연주를 듣고 찬탄하는 시를 남겼다.
북촌 창우공연은 음악영화 <허억봉> 제작을 위한 후원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는 이 영화 제작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긴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장소 물색까지 마쳤다. 극영화로 만들지 뮤지컬로 만들지를 두고 숙고하는 단계다.
3월 30일 서구문화원서 ‘캐논 변주곡’ 10개 버전 연주

3월 24일 오후 7시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리는 대전팝스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서 그의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 대전팝스오케스트라 총괄기획본부장인 그가 이 공연의 MC로 출연한다. 그는 인디언 로그드럼 특별연주도 선보일 예정이다.

3월 30일 오후 7시30분에는 대전 서구문화원 아트홀에서 단독콘서트 ‘평산의 음악여행’도 연다. 다양한 퍼커션(타악)연주와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Canon Variation)’을 이색적인 리듬에 실어 10가지 기타 버전으로 연주한다. 진도북춤의 명인 김기화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4월에는 각각 전남 고흥과 화순에서 <이순신의 7년>을 쓴 소설가 정찬주와 북 콘서트도 연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그동안 써놓은 글과 치유명상음반을 한권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양쪽 발을 어깨 너비로 살짝 벌리고, 의자에 꼬리뼈를 붙이고, 턱을 약간 낮추고, 눈을 지그시 감고 그가 피아노로 연주해준 ‘평산회상’을 들었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편해졌다. 음악에 몰입하자 이마 중앙에 스크린이 내려와 보라 빛과 이미지가 아로새겨졌다.
심신의 균형을 회복해 우주적 본성과 조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그것이 소리와 음악이란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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