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갖춰야 할 자질은 여럿이다.
적의 의중을 미리 읽어낼 수 있는 지혜,
부하를 잘 대할 줄 아는 덕성(德性),
적의 기세에 굴하지 않는 용기,
차분하게 싸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치밀함 등이다.
그러나 위기에 닥쳤을 때 내 몸 하나 던져서라도 적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는 다른 무엇보다 아주 확고해야 한다.
마이켈리스라는 지휘관은 이력이 독특했다. 그는 사병 출신으로 군대생활을 하다가 뜻한 바 있어 동년배의 장교들에 비해서는 훨씬 늦게 미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했다. 미 101 공정사단 맥스웰 테일러 사령관의 참모장 신분이었다.
그가 복무한 부대는 미국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그 101 공정사단이다. 그는 그곳에서 바스토뉴 전투에 참가했다가 복부 관통상을 입었다. 사병에서 출발해 웨스트포인트를 거쳐, 다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크게 활약했던 그는 아주 뛰어난 야전 군인이었다.
전쟁 자체를 깊이 이해해 야전에서 어떻게 하면 적을 물리칠 수 있는지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그런 철저한 장교로서 마이켈리스는 천평동 계곡에서
좌측 견부로부터 우리 11연대 1대대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고,
사태를 재빨리 판단해 자신의 부대를 즉각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마이켈리스의 그런 행동에는 당시 대한민국 국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숨어 있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전쟁에 참가하기 전에 국군의 형편을 이리 저리 들어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장비나 화력 등에서 크게 떨어지는 수준의 국군, 투지는 온통 미지수였던 국군을 아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마이켈리스는 우리 1사단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나와 말싸움까지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전쟁터에서 적을 마주한 아군의 같은 입장에서 벌인 논쟁에 불과했다. 그는 그날 말다툼 이후 나와 매우 친숙한 사이로 발전했다.
그는 바스토뉴 전투 때 복부 관통상을 당하면서 신장을 다쳤다. 그래서 늘 30분 또는 적어도 1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한참 지난 뒤에 그는 별 넷의 대장 계급을 달고 한국 주둔 미8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당시 골프장에서도 그는 늘 화장실을 빈번하게 다녔다. 그러면서도 늘 왕성한 원기를 잃지 않았다. 다부동 전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치밀한 현장 연구, 빈틈없는 부대 운용으로 그는 아주 튼튼한 방어막을 펼쳤다.
하수구에 차린 지휘소에 머물면서 그는 전투에 적극적으로 대비했다.
그가 이끄는 27연대는 그 다부동 입구 천평동 계곡에서 6·25 전쟁 중 최초의 전차전을 북한군과 벌인다. ‘위기’의 순간을 함께 넘긴 직후였다. 김일성은 원산에서 신형 T-34 전차 15대를 급히 옮겨와 다부동에 배치했다. 적이 다시 미 27연대 전면에 분주하게 몰려들고 있었다.
(10) 낙동강 전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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