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걸음 더 나감

독일이 우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 팀보다 나은 개인은 없었다 / 전력 분석에 첨단 기법을 활용

modest-i 2014. 7. 14. 13:09

팀보다 나은 개인은 없었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전후반ㆍ연장까지 가는 120 동안의 혈투 끝에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은 연장 후반 8분 괴체의 결승골로 최후의 승자가 됐다.

독일의 우승은 24년 만이요, 월드컵에서 4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것은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첫 우승의 영광이라는 것이다. 1954년과 1974년, 1990년 월드컵에서는 서독으로 출전해 우승했지만 이번 우승은 통일 독일로 출전한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다.

이번 대회 독일 우승의 원동력은 ‘통일된 대표팀’이라는 것이었다. 동서 이념과 차별을 극복했고, 지역 갈등도 없이, 신구조화와 이민세대까지 독일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된 하나의 통일팀 면모를 보였다. ‘원팀 원스피리트’란 말은 독일팀에 가장 적합했다.

2002한일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패배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독일은 2006년 자국에서 열린 독일월드컵에서 결승 진출은 못했지만 4강에 진출하면서 축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도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질의 등장으로 황금세대를 구축하면서 4강에 진출하는 등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14일(한국시각) 2014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우승한 독일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14일(한국시각) 2014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우승한 독일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독일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균형 잡힌 팀이었다. 힘과 기술, 스피드, 개인능력과 팀의 조직력 등 모든 것이 발군이었다. ‘티키타카(탁구공 오가듯 짧은 패스 축구)’로 무장한 스페인 축구의 몰락 속에서도 독일은 준비해온 패스 축구와 점유율 축구로 전술의 강도를 높였다. 피지컬이 압도적인 독일은 선 굵은 플레이와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스페인이 보인 약점을 극복했다. 강력한 몸싸움도 독일의 강점이었다.

독일의 조직력과 전술의 우월성은 바이에른 뮌헨이 기반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희생이 강조되는 조직력 축구에서 개인의 우월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들은 모두가 튀는 것보다 제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볼을 가지고 오래 지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런 전술의 완성은 외국인 감독의 역할이 컸다. 네덜란드 출신 루이스 판할(네덜란드 감독)과 현 스페인 출신으로 바르에른 뮌헨 감독이자 티키타카 축구의 창조자격인 주제프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뮌헨에 부임하면서 발전한 것이다. 독일 축구는 기존의 힘에 이들 명장의 두뇌에서 나온 창조적인 전술을 접목해 복합적인 축구 전술의 완성을 이뤘다. 독일의 파워에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첨단 기술을 주입한 것이다.

독일 대표팀 격인 바이에른뮌헨은 판할 감독 체제에서 2010년 UEFA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3~2014시즌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과 더불어 독일 분데스리가 최단 기간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뤘다. 실제로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바이에른뮌헨에 부임한 외국인 감독들이 독일 축구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독일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다. 독일은 유로2004 대회에서 참패를 당한 뒤 대대적인 리빌딩에 나섰다. 대회 직후 당시 코칭스탭이었던 클린스만(현 미국감독)과 뢰브 체제는 뮐러, 괴체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또 2006년 독일 대회에서 포돌스키, 람, 슈바인스타이거를 주전으로 출전시키면서 팀 독일을 구축한 것이 우승의 발판이었다. 이들의 경험은 신구조화를 이뤄 확실한 효과를 나타냈다. 또 터키계 외질, 클로제와 포돌스키 등 폴란드계 이민세대들의 교합도 팀에 잘 녹아났다.

여기다가 독일은 축구판 전력 분석에 첨단 기법을 활용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데이터의 생성 양, 주기, 형식 등을 선수들의 움직임과 체력소모 상대팀의 공격 루트 예상 등과 연계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관리했다. 독일 축구팀은 자국의 유명한 IT기업 SAP와 협력하여 축구 관련 데이터를 모두 모았다.

미드필드에서 선수들에게 센서를 붙인 뒤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어느 방향으로 패스를 해야 더 성공적인지에 대한 자료까지 죄다 모았다. 상대 공격수들의 움직임과 공격방향도 마찬가지였다. 이 데이터는 독일 선수들이 상대선수의 길목을 거의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전차군단’의 우승은 완벽했다. 클로제는 이번 대회서 2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통산 최다 골(16호 골) 주인공이 됐고 노이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최고 골키퍼로 등장했고, 뮐러는 비록 득점왕은 놓쳤지만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진면목을 과시했다.

독일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월드컵 역사도 새로 썼다. 아메리카대륙서 다른 대륙의 팀이 처음으로 우승한 기록을 세웠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서 브라질이 우승한 이후 56년 동안 개최 대륙과 우승팀의 상관관계가 지속됐지만 그 징크스를 독일이 깼다. 아메리카대륙서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최초의 유럽팀이 됐다.

독일이 세계 축구 전성시대를 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누렸던 10년 동안 축구 왕국 자리도 독일 차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