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집에서 市販 소스 찾다간 계약 날릴 수도…(식사 예절)
[식사 자리도 비즈니스 현장이다][1] 나라마다 다른 테이블 매너
- 서양의 식탁 예절
음식 맛 보기도 전에 소금·후추 치면 결례
상업용 소스 요구는 안주인 무시하는 것
- 중국·일본에선
日, 먹기 전 칭찬 필수 먼저 눈으로 먹는 셈
中, 음식 남겨야 미덕… 밥그릇은 들고 먹어야
- ▲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출장을 가다 보면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이런 만남은 대체로 식사 자리로 이어진다. 그런데 나라에 따라 다른 식사 에티켓을 제대로 몰라 실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프랑스 거대 기업과 서명 직전까지 갔던 합작 프로젝트가 '밥상머리 예절' 실수로 물거품처럼 사라진 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프랑스 기업의 CEO가 열었던 저녁 모임이었다. CEO의 부인이 정성스레 준비한 스테이크가 나오자마자 한국 측 인사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A1' 소스가 없느냐고 물었고, 주변의 다른 이들도 준비되어 있는 소스를 무시한 채 너도나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그 소스를 찾았던 것이다. 서양 요리는 '소스'가 정수이다. 식사를 초대한 호스티스가 음식 솜씨를 뽐낼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그런데 소스를 준비한 정성과 노력을 무시하니 부인에게 큰 불쾌감을 주었고, 결국은 비즈니스 실패라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서양 음식의 경우 맛을 보기도 전에 소금·후추·소스를 뿌리며 간을 추가하지 않는다. 준비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다.
'마누라의 심경을 건드린 것이 비즈니스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했다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非) 매너 경영자임을 자처하는 셈이다. 식사 매너가 비즈니스상의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파트너와 계약 전에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데,
파트너의 평상시 매너를 살핌으르써 앞으로 함께 일을 해도 좋을지를 판단하자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특히 원칙을 매우 중시하는 일본인은 테이블 매너를 중시한다.
음식이 테이블에 세팅되면 우선 음식을 최대한 칭찬하라.
"먼저 눈으로 먹고, 다음은 입으로 먹으며,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먹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일본에서는 음식도 작품으로 여기며 감상하고, 자신의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 식문화이다.
또한, 대부분의 음식을 젓가락을 사용하여 먹기 때문에 젓가락 사용법이 매우 세밀하게 정해져 있다.
젓가락을 세로로 놓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젓가락을 자기 앞쪽에 가로로 놓는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아라비아 숫자 '1'과 같은 모양으로, 일본은 한자 한 일(一)과 같은 모양으로 세팅한다.
젓가락 끝이 상대방을 향하면 그 사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항상 젓가락 받침 위에 올려놓아야 하며,
젓가락으로 음식을 찍어 먹거나 찍어서 옮기는 행위,
젓가락을 빨거나
젓가락을 들고 뭘 먹을지 망설이는 모습,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었다가 먹지 않고 다시 놓는 것은 금물이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건네주는 행위도 금물이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개인 음식을 먹는 것 외에는,
젓가락을 장례식에서 물건을 집을 때에 사용하는 도구로 사용해 불길함의 징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릇을 받을 때나 들 때는 반드시 두 손을 사용하고,
식사 중 두 손이 테이블 위에 보여야 한다.
이번엔 중국이다. 대체로 중식당에는 회전 탁자가 놓여 있는데,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큰 접시에 나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방식으로 식사를 한다. 회전 탁자는 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자기 앞에 접시가 오면 앞 접시에 적당량을 덜어 놓는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남기는 걸 결례라고 여기지만,
중국에서는 접시를 비우는 것이 오히려 결례이며 '적당히 남기는 것'이 미덕이다.
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밥그릇을 손으로 집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은 좋지 않은 매너로 치부한다.
식사 시 자기 밥그릇은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하여 밥을 쓸어 입으로 가져간다. 중국에선 식사 후에 트림을 해도 무방하다. 맛있게 먹었다는 의미다. 물론 서양에서는 품격 떨어지는 행동이니 문화적 차이를 기억해야 한다.
테이블 매너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한번 형성된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현대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개인을, 전체를 평가하는 사회이고, 행동이 말보다도 강력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항상 예(禮)를 갖추는 선비의 나라였다. 공자도 자신의 평생소원을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식사자리는 비즈니스 현장임과 동시에 동방예의지국의 명성을 지키는 자리이기도 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