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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살찐다고 지방 안 먹으면, 혈관벽 약해져 고생

modest-i 2017. 7. 16. 01:10
서승현씨는 우유·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을 고를 때 ‘저지방’ 문구를 확인한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신인섭 기자]

서승현씨는 우유·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을 고를 때 ‘저지방’ 문구를 확인한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신인섭 기자]



회사원 서승현(28·여)씨는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서씨는 체중이 정상 범위에 속한다. 그런데 결혼식에선 현재보다 날씬하게 보이고 싶어 두 달 전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핵심은 ‘지방 덜 먹기’. 유제품을 고를 때 ‘저지방’만 선택했다. 삼겹살 같은 고지방 음식은 되도록 멀리했다. 그리고 지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음식 위주로 먹었다. 샐러드·과일·단호박·국수·파스타 등이다. 서씨는 “지방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 제품을 먹으면 다이어트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식습관을 바꿨다”고 말했다.
 


혈관벽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
비만 부르는 건 탄수화물·당분
일부 저지방 제품엔 맛 내는 당 첨가
콜레스테롤 산화시켜 혈관 망쳐



결과는 어땠을까. 체중이 별로 줄지 않았다. 지방 섭취가 안 줄었던 걸까. 지방 섭취는 줄긴 했다. 문제는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였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씨의 식단은 저지방식으로 짜여 있긴 하나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음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지방을 피하기 위해 생선·육류를 줄였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도 덩달아 줄었다. 자기도 모르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했다. 결과적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됐다. 지방·탄수화물·단백질 사이의 균형이 깨져 신진대사가 흐트러졌다.
 


유제품은 저지방 골라 먹을 필요 없어
 
서씨의 사례처럼 ‘지방은 무조건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해 저지방 식단으로 바꾸고 ‘저지방’ ‘무지방’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씨는 체중이 정상이고 고지혈증·당뇨병 같은 혈관 질환도 없다. 이런 사람들은 굳이 저지방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본인들은 건강에 이롭고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방이 적은 음식이 무조건 건강식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부 저지방 제품은 지방이 줄어들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첨가당을 쓴다. 박현아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지방 제품은 맛이 없다. 맛을 내기 위해 설탕 같은 첨가당을 더 넣는다. 당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혈관 건강을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에선 “굳이 저지방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영국 국가비만포럼(NOF)과 공공보건협회(PHC)는 ‘우유·요구르트·치즈 같은 유제품은 심장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굳이 저지방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비만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당분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선 ‘탄수화물을 줄이고 건강한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설탕 같은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게 비만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안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비슷한 입장이다. 내년 말부터 가공식품 영양성분 표시란에 ‘지방 섭취에 따른 칼로리’ 항목을 없애기로 했다. 대신 설탕·시럽 같은 첨가당에 따른 칼로리를 적도록 했다.
 


노인은 좋은 지방이 풍부한 식품을 골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지방 섭취가 부족해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지방 섭취 현황’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중 지방으로 섭취하는 비율이 10·20대는 25%, 30·40대는 22%였다. 반면에 65세 이상은 13%에 그쳤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대국민 건강선언’에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제시하면서 하루 에너지의 25%를 지방에서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 권고대로라면 평균적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은 지방 과다 섭취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지방 함량이 낮은 식단과 제품이 좋다. 하지만 건강에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 굳이 저지방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저지방’ 식품이더라도 첨가당이 많아 칼로리가 높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지방 섭취량의 30%는 포화지방으로
 
그간 ‘저지방=건강식’이라고 여겨진 것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은 포화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박용우 교수는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주범이 포화지방이며 이게 건강의 적이라고 간주하는 건 과잉 해석이다. ‘포화지방을 먹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좋은 지방을 먹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은 호르몬과 세포막을 만드는 재료다. 박 교수는 "상온에서 굳는 포화지방은 안전성이 크고 불포화지방은 유동성이 있다. 두 가지가 적절히 들어와야 세포막이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했다.
 


포화지방은 혈관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임수 교수도 "혈관벽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 지방이다. 지방을 안 먹으려고 지나치게 엄격히 조절하면 혈관벽이 약해져 터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포화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지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전체 지방 섭취량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포화지방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방 중에서도 좋은 지방을 골라 먹을 필요는 있다. 같은 포화지방이라도 라면·케이크·삼겹살에 있는 것보다 살코기·치즈·다크초콜릿의 포화지방이 낫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당신] 살찐다고 지방 안 먹으면, 혈관벽 약해져 고생
중앙일보] 입력 2017.07.12 01:09 수정 2017.07.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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