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보상의 효과'와 '반사된 영광 누리기 효과'
유능한 사람은 언제나 무능한 사람보다 더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그들은 더 높은 자리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 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등장인물 중 누군가와 동일시한다. 누구와 동일시할까? 말할 것도 없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대개 매우 매력적이거나, 유능하거나, 강한 자들이다. 사람들은 왜 매력적인 사람이나 강한 자를 좋아할까? 그런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잘생긴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고, 강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뭔가 얻는 게 있다. 사람들이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대상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단순보상의 효과'라고 한다.
잘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주가가 올라간다. 사람들이 유능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자신의 주가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해롤드 시갈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한 쌍의 부부 사진을 보여주면서 남편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 정도를 추측하게 했다. 연구 결과, 아내의 매력 정도는 남편의 사회적 명성이나 지위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됨을 확인했다. 즉, 매력적인 여자와 못 생긴 남자 커풀의 경우 남녀 모두 못생긴 커플, 남녀 모두 매력적인 커플, 매력적인 남자와 못생긴 여자 커플에 비해 여러 가지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왜냐하면 못생인 남자가 매력적인 여자를 아내로 둔 것은 그남자가 틀림없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반면, 못생긴 아내와 함께 있는 잘생긴 남자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예쁜 여자랑 함께 다니는 못생긴 남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고 보는 것처럼 매력적인 짝과 함께 있는 사람의 사회적인 지위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방사 효과(Radiation Effect)' 라고 한다. 남자들이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여성을 짝으로 선택하는 것이나 여자들이 유능한 남성을 짝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단순보상뿐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거나 주가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 힘 있는 사람, 인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것은 짝 관계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사람들이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들과 관계가 있는지의 여부다. 그래서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 힘 있는 사람, 인기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자기와 연결시키려고 애를 쓴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군이었다." , "당신의 아버지는 일제 만주국경찰이었다" 한 국회의원의 주장과 월간지의 폭로기사가 보도되면서 이 사건은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왜 그는 아버지가 독립군임을 알리고 싶었을까? 존경받는 사람과 관련시키면 자신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 인기가 많거나 매력적인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고양시키큰 것을 '반사된 영광 누리기'라고 한다. "그 정치인, 나와 군대 동기야." , "그 선수, 우리 고향 출신이야." , "그 탤런트, 우리 학교에 다녀."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다고 말하거나 그런 사람들과 대면했던 일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식의 행동은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기는 하지만 모두 반사된 영광 누리기 효과를 노리는 심리에서 나온다.
이런 심리가 보편적인 현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대학생들이 자기 학교 미식축구팀이 승리를 했을 때 보이는 학생들의 태도를 관찰했다. 이 연구는 미식축구 강호로 알려진 7개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치알디니 박사는 자기 학교의 팀이 승리를 하면 학생들이 자기 대학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더 많이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사 결과, 실제로 자기 학교가 승리를 하면 평소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으며, 일방적인 승리를 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 학생들은 왜 자기 팀이 승리했을 때 학교 티셔츠를 더 많이 입었을까? 자기와 승리한 팀의 관계를 공표함으로써 자기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사된 영광 누리기 효과는 개인뿐 아니라 집단이나 조직의 이미지 관리에도 널리 활용된다. 최근 들어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역마다 수많은 축제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축제에서는 한결같이 '심청의 마을' , '홍길동의 고장' 등 그곳과 관련된 역사적인 인물을 내세우고 있다. 모두 자기 고장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반사된 영광 누리기 효과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에도 사용된다. 일례로 나이키는 한 해에 2천만 달러나 지불하면서 타이거 우즈에게 자사의 골프 의류를 입힌다. 실제로 나이키가 우즈와 첫 전속계약을 한 1996년 골프 의류와 신발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260%나 증가했다.
매력적이고 유능한 사람과 한 편이 되면
1.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기분도 좋다
2. 함께 있으면 덩달아 주가가 올라간다.
3.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존중감이 높아진다.
이런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사람들은 못나거나 무능하거나 실패한 사람과 관련되는 것을 싫어한다.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어떻게든 그 연결고리를 끊고 싶어한다. 나는 아직까지 친일파의 핵심 인물이 자기 조상이라거나, 연쇄살인범이 어린 시절 절친했던 친구라거나, 비리 정치인이 자기 학교 출신이라고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어떤 사람과 연결됨으로 인해 그 불똥이 자기에게까지 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사된 영광 누리기와 반대로 주위의 실패나 부정적인 평가와 관련되는 것을 애써 외면하려는 심리현상을 '반사된 실패 차단하기' 라고 한다.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자기와 관련될 수 있는 실패를 외면하려는 심리가 보편적인 현상인지를 재치 있는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자는 미식축구 경기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기를 요청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자기 대학이 승리했던 경기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패배한 경기에 대해 설명해주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녹음하고 녹음된 문장을 분석했다. 승리한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학생들은 패배한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학생들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우리가 휴스턴 대학교를 17:14로 이겼어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들이 이겼다'도 아니고 '우리 팀이 이겼다'도 아니다. '우리가 이겼다'라고 표현함으로써 많은 학생들이 자기와 선수단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에 진 편의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들의 반응은 완전 딴판이었다. "점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이 졌습니다." 때로는 화가 난 목소리로 "전국 챔피언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들 때문에 우리가 졌습니다." 자기 팀이 이겼을 때는 되도록 자신과 팀을 동일시하는 표현을 쓴 데 반해 자기 팀이 졌을 때는 최대한의 거리를 두는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사람들은 매력적이거나 강하거나 유능하거나 성공한 사람을 좋아하며 그들 곁에 있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모두 승자와 연결시켜 자존심을 고양시키고 자신을 좀더 긍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한다. 반면 실패자들을 멀리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려고 한다.
가족으로서, 동료나 상사로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그대는 상대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그들은 그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의 관계를 자랑하고 싶어할 수 있는 점이 하나도 없다면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그대만의 뭔가를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대와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그대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고 싶어할 것이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p.175~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