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놀이가 일치가 되면 스트레스가 없을 것 아닌가.할수록 신바람이 날 것이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궁금하다. 요즘도 자전거를 타는지.
나는 일하는 것보다 노는 걸 좋아한다. 누군들 안 그렇겠나. 아무리 일해도 스트레스가 없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 일과 놀이가 일치가 되면 스트레스가 없을 것 아닌가.할수록 신바람이 날 것이다. 그러나 합치는 건 매우 어렵다.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까닭은 우리 자신이 일로부터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짐작하건데, 전에 남해안에 갔더니 어부들이 뱃노래를 하는 것을 봤다. 멸치를 잡으면서 노래를 한다. 노래 박자와 동작이 딱 맞았다. 단순한 고기잡이 노래였다. 그걸 보니 그들은 고된 작업에서도 그다지 스트레스가 없어 보였다. 삶과 노동이 일치되어 보였다. 가령 현대식 콘베이어벨트에 앉은 근로자들을 보라. 그들이 일을 하면서 노래를 할 수 있겠나? 절대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완전히 소외된 노동이기 때문에 자기 육체로부터의 생산이 소외돼 있다. 신음밖에 안 나온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나도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어떨 때는 굉장히 심하게 나타난다. 그럴 때는 술을 먹는다. 지난번엔 좀 과도하게 먹었다. 운동도 한다. 운동도 너무 심하게 하면 병이 난다. 하루에 5시간씩 걸은 적도 있다. 바닷가를 걷고, 녹초가 될 때까지, 별이 뜰 때까지 돌아다니며 걸은 적도 있다. 그러고 와서 또 술 먹고, 그러고 또 일하고 그런다. 스트레스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는 없다. 현대의 산업화된 노동의 특징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면 완전히 현실성이 없어질 때가 있다. 내가 현실에서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고 꿈 속을 헤매는 허깨비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삽을 들고 가서 땅을 팠다. 궁덩이가 생기면 또 메운다. 들어와서 또 몇 자 쓰고 그랬다. 생각하면 참 비참한 생활을 살고 있다.(웃음)
-정말 힘들거나 어려울 때 찾는 친구가 있나? 술 친구라든가. 종합적인 질문으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내 친구는 대개 후배들이다. 동년배 중에서는 친구가 없다. 다 늙어가지고 혼자 한적하게 지내는 것 같다. 후배들은 어리니까 술도 사달라고 하는 입장이 되는 것 같다. 의지하거나 기탁할 만한 관계는 아니다. 나는 혼자 살아가는 것에 잘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도 남한테 기대지 않고. 아마 내 직업적 환경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의 가치가 무엇이냐. 이것은 참 어려운 건데. 누구나 다 다른 가치가 있겠지만, 나는 남한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사람들이 히어링 기능이 거의 없다. 토킹만 있고 채팅만 있고 듣기가 안되는 세상이다. 듣는 사람은 없이 떠드는 사람만 있다. 사방에서 떠드는데 아무도 안 듣는다. 담벼락에 떠드는 듯한 소음이 가득차 있다. 우리 사회의 언어가 타락한 모습이다. 남의 말을 잘 듣고 친절하고. 얼마 전에, 책 읽은 얘기 또 하면 안되는데, 니체를 읽었더니 이런 얘기가 있더라. ‘정의로운 사람은 빠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정의로운 자는 스스로 서둘러 판단하는 것을 삼간다. 정의로운 자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이고, 정의로운 자는 남에게 친절한 자다.’ 참 평범한 문장인데 원숙한 철학자의 통찰이 보였다. 우리는 정의로운 자가 친절한 자라고는 상상을 못하지 않나. 흔히 정의로운 자는 강력하고 우뚝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남을 복종시키고 정의의 목표를 향해 인류를 끌고 가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데, 정의로운 자는 너무나 빨리 다가오는 판단을 스스로 삼가는 자라고 니체는 썼다. 그것을 읽고 많이 반성했다. 정의라는 것은 남에게 친절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남을 이해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사회자: 마지막 말씀이 참 좋다.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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